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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촛불시위

#1

 

신촌에서부터 출발해 시청까지 가두행진을 했다. 꽤 많은 대오가 모였고, 탐탁치않은 기자들의 사진기를 피해보고자 날씨도 더운데 마스크로 얼굴을 꼭꼭 싸매고 걸었다. 어쨌뜬 610 촛불시위에 뭔가 커다란 기대를 했었다. 시청앞에 모였을 때 수많은 사람이 이미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청와대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를 해버렸다.

 

여기는 사람들이 모두 스크럼을 짜고 앞으로 한두걸음씩만 나간다면, 전경들의 방패따윈 문제되지 않을텐데, 라고 친구들과 농담아닌 농담을 하며 행진을 시작했다. 광화문을 지나 명박산성을 한번 구경하고, 서대문을 향해 행진을 하였다. 행진코스가 어딘지 전혀 공유되지않는 상황에서 어떤 무리는 앞이 막혔다며 돌아오고, 어떤무리는 경찰청으로 향하고. 경찰청에 도착했을 땐, 난 혹시 사람들이 어청수를 겨냥해서 이 코스를 만든건가.진지하게 고민했지만, 행진대오는 그냥 다시 시청을 향해 행진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광화문에 모였다. 그리고 해산할 사람은 해산하고, 여느때와 비슷하게(아니, 유독 610이 더 심했다.)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는 무기력한 자리가 되어버렸다.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컨테이너박스를 기점으로 또다시 우린 갇힌 상황이었고, 내가 여기서 외치는 이야기가 과연 어떤 영향력을 미칠 것인가 고민하게되었다.

 

그동안 동이틀때까지 함께 전경들과 대치하며 싸우던 시민들은 이제 '비폭력'을 입에 달고 있으며, 점차 사그러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2

 

610집회를 기점으로 지금까지의 집회와는 사뭇 다른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것이다. 좋지 않은 방향으로

모두가 무기력하게, 비폭력만을 외치며, 의지없음으로 인해, 집회는 점차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앞선다.

 

당분간. 집회에 나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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