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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8
    세상에서 가장 죄책감을 느끼며 핀 한 대(16)
    ㅇㅅㅇ레이

세상에서 가장 죄책감을 느끼며 핀 한 대

얼마전 엄마가 서울에 오셨다.

엄마는 내가 흡연자라는 걸 모르신다.(물론 그게 아닌걸로 판명 났지만 ) 그래서 엄마를 만나기 3시간전부터 금연도 하고, 양치도 하고, 손도 씻고 온몸을 탈탈 털며 담배냄새를 없앴다.

하지만, 결정적인 단서를 남기고 말았다.

핸드폰 메인에 써둔 문구 [금연결심ㅇㅅㅇ레이]

엄마는 그 문구를 보더니, 나에게 "너 설마.."라는 말을 남기고 잠시 밖으로 나가셨다.

난 속으로 "이제 난 죽었어, 길바닥에서 무지 쳐맞겠지ㅠ_ㅠ"라며 생존의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우리엄마로 말하자면, 절때로 가족이 담배피는 꼴을 못보신다. 아빠도 그래서 20년 흡연생활을 청산하셨고, 오빠도 몰래피던 게 걸려서 죽을듯이 맞고 끊었다(고 하지만, 역시 모를 일)

 

그런데 엄마가 당체 들어올 생각을 안해서 나가보았더니, 엄마가 울고계셨다.

헉. 우리 엄마가 이런일에 울 사람이라고 전혀 상상도 못한 나는 당황해서 머리를 3초간 열심히 굴렸다.

역시 이때는 막내딸이라는 나의 위치를 최대한 이용하는 수 밖에 없었다.

 

필/살/애/교 + 거짓말

 

홍대 근처 건물 엎에서 엄마에게 앵겨 떨어지지 않은채 갖은 애교와 협박과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 : 엄마~ 내가 잘못했어, 이제 착한 딸 할게~ 울지마, 엄마가 우니까 내가 더 슬퍼어어어어~

엄마 : 떨어져 남들이 본다.

나 : 남들이 보든 무슨 상관이야~ 모녀 지간에. 엄마아아아아아아아앙~ 

엄마 : 떨어지랬지. 너한테서 담배냄새나.

나 : 무슨 소리야~ 나 금연한지 3개월(은 개뿔. 3시간-_ -이었으나)됐어. 무슨 냄새가 나아~

엄마 : 너 미워 저리가.

나 : 엄마. 엄마가 이렇게 울고 나 안보고 집에 내려가면, 나 걱정되서 어떻게 시험공부해? 엄마, 나 맘편하게 시험공부하고 싶어. 그런데 엄마 이렇게 나 속상하게하고 집에 갈꺼야? 응?

 

요렇게 계속 앵겨서 갖은 애교를 떨었더니, 엄마가 넘어오셨다.

 

엄마 : 너 진짜 금연한거 맞지? 너 원래 담배피는거 알고 있었는데, 믿을라 했거만, 이렇게 걸리니? 이제 진짜 피지마, 알았지!

 

이렇게 엄마와의 이야기를 끝낼 무렵, 나의 구원자 ㅅㅇㅅ이 나타났다.

엄마한테는 친구 데려올게 라는 말과 함께 ㅅㅇㅅ에게 달려가 짧게 사건공유를 하고.

나의 금연기간은 3개월이니라. 라고 주입시켜두었다.

 

다행히, 엄마가 집에 돌아가는 시간까지 ㅅㅇㅅ과 함께 했고, 난 더이상 질책받지도, 맞지도 않았다.

ㅅㅇㅅ 사랑한다. 우리 잘살자.ㅋㅋ

 

엄마를 지하철을 태워 보낸 후, 약 6시간을 니코틴 없이 보낸 나는 근처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서 하나 입에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이려는 순간. 어찌나 죄책감이 몰려오던지 -_ - 이걸 펴 말어,라고 3초 고민했다.

손도 은근 떨리고.(죄책감때문인지 금단증상인지 -_ -ㅋㅋ)

 

어쨌든. 이렇게 엄마와의 사건은 종결되었다.

물론 이 시건때문에 엄마와 엄청난 논쟁을 하긴 했지만, 우선 여기까지 정리해야겠다.

다음 포스팅은 엄마와 나의 흡연 논쟁을 써봐야것다.

 

아. 엄마 진짜 미안해요. 엄마가 진보불로그까지 오지 않을거라고 믿어요.

진짜. 나 흡연하는거 빼곤 엄마한테 거짓말하는거 딱 하나 밖에 없어요.

사랑해요. 엄마.(보진 못하겠지만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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