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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성을 얻으려면 군(郡) 출신 합격자수와 서울과 광역시 출신 합격자수가 제시돼야 한다. 아울러 군(郡) 출신 합격생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증거 또한 필수다
군 지역의 상위 소수와 서울과 광역시의 상위 다수를 놓고 평균을 잰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데다가, 군(郡) 출신 합격생들은 공교육이나 자신의 능력만으로 논술고사를 치렀다는 것을 전제하는 잘못된 발표다. 또한 수능이 끝나면 전국 상위권 학생들이 사교육 현장에 장사진을 이룬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
서울대가 지난 1일 놀랄만한 발표를 했다. '2007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자 논술 점수 분석결과, 군(郡) 출신 합격자의 평균 점수가 25점 만점을 기준으로 23.58점인데 서울(23.42점)과 광역시(23.41점) 출신 합격자 평균보다 오히려 높았다'고 말이다.
더욱 놀랄만한 사실은 '이 같은 결과로 논술고사에서 사교육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반영한다'며 논술과 사교육의 관계를 떼어놓으려는 의도가 듬뿍 담겨 있다는 것. 논술과 사교육의 상관관계를 분리하려는 그 의도의 순수성이야 충분히 환영하지만 현실을 외면한 판단이니 비난 받아 마땅하다.
이 발표가 최소한 신뢰성을 얻으려면 군(郡) 출신 합격자수와 서울과 광역시 출신 합격자수가 제시돼야 한다. 아울러 군(郡) 출신 합격생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증거 또한 필수다. 또한 논술고사에서 어떤 채점 방식을 적용했는지도 참고 되어야 할 것이다.
군 지역의 상위 소수와 서울과 광역시의 상위 다수를 놓고 평균을 잰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데다가, 군(郡) 출신 합격생들은 공교육이나 자신의 능력만으로 논술고사를 치렀다는 것을 전제하는 잘못된 발표다. 또한 수능이 끝나면 전국 상위권 학생들이 사교육 현장에 장사진을 이룬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
공교육이 논술교육을 진행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학문에 왕도가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논술을 잘 하는 왕도 또한 마땅치 않다. 많은 독서활동으로 배경지식을 쌓고 많이 써 보는 것 정도가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공교육이 논술교육을 주도할 수 있게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는데 단위학교마다 소위 통합논술을 지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논술 사교육 광풍이 불자 교육부가 나서 지원에 나섰다. 교육부가 지난 겨울방학을 앞두고 단위학교마다 5백만 원씩 예산을 지원하여 논술교육의 단초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아직 그 성과물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인데 이것만 보더라도 준비 자체가 안 됐다는 증거다.
필자는 이번 겨울방학 전에 뜻을 같이 하는 교사 9명과 논술팀을 꾸렸다. 마침 시교육청이 공문을 보내 논술 교육 프로그램을 공모하여 함께 참여했다. 우리는 겨울 방학 중 십여 차례 모임을 갖고 교과별(주로 국영수사과 교사)로 주제를 정해 100분짜리 수업용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모두 12개의 주제를 정했다. 주제마다 학생들이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다양한 정보를 주고 글쓰기를 하게 하는 형식이다. 사진, 만평, 동영상 등을 동원했다. 한 교사가 프로그램을 만들면 세미나 형식으로 발표를 하고 장단점을 토론하여 보완했다.
이 과정에서 교사마다 개별 교과의 창의적 수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공감했다. 또한 정보와 지식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교사가 정보전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교실 수업을 개선하는 것이 결국 통합논술을 대비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겨울방학 때는 단위학교마다 많은 교사들이 이곳저곳 논술교사 연수에 참여하고 있다. 그 동안 얼마나 논술교육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오래 전부터 논술교육을 실시하여 앞서가는 일부 고교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논술교육에 참여했던 교사들이 논술교육 연수에서 강사로 활동하여 경험적 사례를 전하고 있다.
아무튼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들이 좋은 학생을 선발하려고 밀어붙인 논술고사로 사교육 광풍에 시달려야 하는 현실이 아쉽다. 단위학교는 여전히 준비 중이니 말이다.
논술, 대학입시 대비라기보다는 수업 개선의 차원으로 고민해야
여전히 논술고사 시행을 밀어붙이는 대학들이 밉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3불 정책(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도 깨질 확률이 많다고 우려하는 분들도 많다. 고려대는 최근 500개 고교를 줄세워 내신 등급을 조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대학이 가르쳐야 할 글쓰기를 일선학교 현장에 책임을 전가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많은 분들이 입시경쟁 속에서 논술까지 가세해 우리 학생들이 짊어져야 할 과다한 학습량을 걱정하기도 한다.
논술이라고 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읽기를 토대로 한다고 볼 때, 독해력은 기본이다. 또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어떻게 글을 쓸 수 있을까. 결국 독서량이 글쓰기를 좌우한다. 교사마다 보다 창의적으로 수업 방식을 개선하여 토의 토론식 수업을 엮어내야 한다. 이미 주입식 교육에서 환골탈태한 학교도 많이 있지만 현재와 같은 문제풀이식 수업은 지양해야 한다.
지난 1일 서울대가 미세한 차이로 군(郡) 지역 합격자 평균이 우위를 점했다고 하여 논술고사와 사교육의 관련성을 부정하고 있으나, 이는 위에서 밝힌 대로 몇 가지 숨어 있는 전제를 배제한 채 발표한 것이다. 최근 고려대 논술에서도 강남·북·지방간 논술 점수 격차가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중요한 사실은 여전히 논술을 사교육에 기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서울대가 발표한 내용은 논술과 사교육의 상관관계를 끊어보려는 차원이라고 이해한다. 대학서열화가 존재하는 한 사교육이 사라질 수 없겠으나 여전히 단위학교는 '준비 중'이다. 우리 교사들이 논술을 입시대비용으로 다루지 않고 토의와 토론을 통한 창의적인 수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교육부나 교육청의 지원 속에서 현장 교사들의 끊임없는 연수와 연구가 엮어질 때 논술교육은 성공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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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5 14: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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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땅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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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에서는 질문하고 토론하는 분위기조차 형성되어있지 않고 객관식 암기형으로 공부하면서 수업외적으로 따로 논술을 학교에서 지도한다니 참 기상천외하게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대입용 논술 교재 - '삶과 철학' 과 같은 대학 새내기용 교과서를 약간 쉽게바꾼듯한- 의 자아성찰적이고 사회 정치제도등을 의심하고 비판하는 내용들을 비 민주적인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학교에서 가르친다는 것이 모순적이기도 하고요. 뻔한 얘기기는 하나... 학교에서의 교육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서는 계속 골절상에 파스만 붙이는 격일것 같습니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