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온라인 서점에서 신간 서적을 검색하다가 깜놀했다. 이유는 전혀 나올 것 같지 않았던 책이 번역된 것인데, 뭐 대다수는 관심이 없을지 모르지만, 문화연구, 그것도 대중음악과 관련해서 오랜만에 괜찮은 책이 나왔다. 예전에도 지나가는 식으로 포스팅 했던 것 같은데, 키스 니그스Keith Negus, 대중음악이론 - 문화산업론과 반문화론을 넘어서, 마티, 2012. 원래 제목은 대중음악이론 입문Popular Music In Theory: An Introduction이다. 그것도 대중음악 씬에 관련된 사람이거나 문화연구자가 아니라, 음악학을 하는 분들이 번역을 했고, 또한 출판사가 마티라서 좀 의외였다. 지나가면 하는 말이지만, 이 책보다는 저자의 미국 대중음악 산업 연구는 생산과정에서 소비과정까지를 포괄적으로 다룬, 대중문화 연구의 전범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문화연구 관련된 책자, 그레이엄 터너Graeme Turner의 <셀러브러티의 이해>를 번역할 곳이 마땅찮아 몇 군데 출판사에서 까였던지라, 좀 전문적인 문화연구 관련 서적은 소개가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노력의 문제인가? 물론 교과서를 주로 내는 출판사인 나남이나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좀 다르지만.
그래서, 이런 출판사에서 근래에 나왔지만, 전혀 광고가 되지 않아 나온지도 모르는 중요 서적 두 가지만 더 언급하고자 한다. 하나는 노먼 페이클럽Norman Fairclough, 언어와 권력 - 담화·텍스트·화용 연구, 경진, 2011인데, 원래 한국에는 노먼 페어클라우로 알려진 비판적 언어학자의 주저 중에 하나이다. 페어클라우는 푸코의 담론분석과 언어학의 비판이론 전통을 독특하게 결합한 학자로서, 비판담론분석Critical discourse analysis을 개척한 인물 가운데 하나이다. 이 책은 기존에 번역되어 나왔던, 매체담화분석, 한국문화사, 2004를 뒷받침하는 기본 입장을 제시한 글이다. 구체적인 담론/담화 분석이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에 관심 있는 분들은 참조하기 바란다. 다음으로, 미디어 황제 루퍼스 머독이 아니라, 미디어 정치경제학의 대부 그레이엄 머독의 책도 조용히 나왔다. 그레이엄 머독, 디지털 시대와 미디어 공공성 - 미디어 문화 경제, 나남, 2011. 역자들이 머독에게 직접 자신의 작업을 요약할 수 있는 논문을 추천받아 엮은 책이다. 한국의 비판적인 미디어, 문화 연구자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 머독은 이 글에서 미디어 산업의 축적과 소유문제, 계급문제부터 디지털화, 글로벌화, 수용자 문제 등을 비롯해 공공성에 관한 아이디어를 던져주고 있다. 필요하신 분은 각 장을 선별적으로 읽어도 무방할 듯.
포스팅을 하는 김에 덧붙이면, 요즘 문화경제, 문화산업과 관련해서 새롭게 노동문제가 부각 중이다. 영화 분야에서 각종 비정규 노동과 하도급 도제 프로젝트형 생산방식이 몇 년 전부터 문제화되고, 이에 따라 각종 대책까지 초보적이나마 논의되고 있다. 또한 방송사와 신문사들이 최근에 파업을 하기도 했지만, KBS 비정규직 노조처럼 방송산업 내에서도 생산과 노동에 관한 이슈가 충분치는 않지만 공론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출판 쪽도 서서히 움직임일 일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다른 분야, 예를 들면 음악산업이나 뮤지컬 등 공연 쪽에 대해서는 거의 움직임이 없는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좀 도움이 될 만한 글을 걸어둔다. 안타깝지만 영어 문헌인데, 예전에 국내에서 나온 연구도 있으나 지금은 가물가물하다.
그건 그렇고, 전에 포스팅할 때, 문화산업의 생산과정을 논의한 개론서로, 제이슨 토인비 외, 미디어 생산, 커뮤니케션북스, 2010를 언급한 적이 있다. 이 책과 비슷한 맥락에서, 요즘은 서구에서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노동을 창의 노동으로 부르는 것 같은데, 여하튼 미디어분야 노동과정을 다룬 책이 있는데 아직 번역되지는 않았고, 번역될 확률도 거의 없지만 링크를 걸어둔다. David Hesmondhalgh, Vicki Mayer, Creative Labour, Routledge, 2011. 이 책은 음악, 방송, 잡지 분야의 노동과정과 쟁점을 문헌과 인터뷰 기법을 통해 다루고 있는데, 일종의 영국 학진산업의 산물이긴 하지만, 교과서적으로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이 책은 누가 미친척하고 좀 내면 안 될까? 여하튼, 공저자인 마이어 등이 편집한, Mayer Production Studies: Cultural Studies of Media Industries,Routledge, 2009도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다음으로, 전통적인 노동분야 연구자들이 엮은 책도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Chris Smith edt., Creative Labour: Working in the Creative Industries, Palgrave Macmillan, 2009. 이 책은 매년 유럽에서 개최되는 노동과정이론Labor process theory 국제회의에서 발표된 글을 묶은 것이다. 노동분야 연구자들이 문화산업 관련 노동을 탐색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간만에 올리려는 힘들지만, 저런 글들은 어디 출판사에서 좀 내줬으면 좋겠다. 물론, 우리가 우리 현장에서 하는 게 더 좋지만 말이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