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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8

시골로 이사를 온 후
최교(남편임)는 줄곧 닭은 물론이거니와 개까지 키우기를 원했고..
시골로 이사왔다는 소식이 널리널리 퍼지자, 강아지 분양을 요청하는
사람들 혹은 자기집 개를 키워달라고 부탁하는 사람까지 엄청난 전화를
받아야만 했다.

사실 난.. 동물에 별 관심이 없었거니와 특히 개나 닭을 키운다는 건
도저히 허용할 수 없는 것이였다. 이유라고 하면 그저 귀찮을꺼다라는 것과
동물들에 묶여 지내야 할 꺼라는 기우??!! 게다가 분명히 내 책임으로 떠넘겨질꺼라는 예측..
이러저러한 이유들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난 모든걸 수용하고...
최교가 모두를 책임진다는 전제하에 닭도 키우게 되었고, 강아지도 한마리
분양받게 되었다..

근데 세월이 흘러흘러.. 지금에 와서보니.. 키우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키웠다기 보다 같이 살았다고나 할까??

1. 닭이 알을 품는 21일간의 모습은 통해 동물의 본성, 혹은 암컷의 위대한 본능에
대해 발견 할 수 있었다는 거..

2. 병아리를 자기품안에서 지키고 보호하며, 적으로부터의 철두철미한 보호본능..
그러다가 일정정도 성장하면 서열을 굳히고, 지 새끼들이랑 경쟁하는 닭들의 모습..

3. 인간과 혹은 곤충, 다른 동물과 자기와 같은 종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하려했던
우리 강아지 동순이.. 땅강아지 죽이지 않고 지칠때까지 같이 놀기의 선수...
닭들이랑 풀어놓으면 따로또같이 그럭저럭 잘 노는 동순이..
아침이면 마을 한바퀴 돌며 할머니 할어버지들과 인사하고 돌아오는 동순이..
(마을 어른들의 총애를 한몸에 받는 놈이다.)

4. 밤이면 내가 잠들때까지 현관밖에서 지키다가 이내 불이 꺼졌을때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동순이
혼자서 새끼 낳고, 태줄끊고.. 2-3일 만에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여전히 아기짓을 하는 동순이..
놀다가도 새끼들한테 들어가 젖먹이고, 나와서 또 놀고, 또 젖먹이고..
새끼를 낳은것이 아무일도 아니란 걸 알려주는 동순이..그저그저 일상중의 하나일뿐!!

올해 난 이 마을에서 평균연령 65세의 노인들과 강아지 동순이 그리고 우리 닭들이랑
거의 매일매일 만났다. 시골의 노인들은 평생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과 가장 흡사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배웠다. 겸손+겸손... 같은거...
동순이와 닭들과 함께 살면서 단 한번도 관심두지 않았던 다른종에 대한  관심과 애정같은게
생겼다는게 내가 올해 배운거다.  특히 동순이는 내게 둘도없는 친구였고, 아이였고, 지금은
가족이다.. 근데 더 재밌는거는 이녀석이 매일매일 나에게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거...
ㅎㅎ.. 참 좋은 동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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