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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아저씨의 죽음

오늘은 울 동네 아저씨의 장례식...
고추다듬다 갑자기 뒤로 넘어가더니
이내 저세상으로 가셨다고 한다.

며칠전에도 자전거 타고 가다 뵈었는데...
"안녕하세요? 고추 많이 따셨어요?"하고
인사를 하고 그냥 아무말 없이 웃기만 하시던
양반이 돌아가셨다.

나의 슬픔은 마을 분들만큼 애닳거나 가슴저리진 않지만,
오늘하루 장례일 도와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어제까지 봤던 사람이 갑자기 상여에 실려가더니 땅속에 묻히고
마을에선 더이상 볼수 없는 이가 되었다는게 실감이 안난다.

그렇게 잘 알지도 못했고, 가깝지도 않았으며, 대화한번 제대로
해본적 없는 분이 돌아가셨는데 왜이리 마음 한구석이 휑한지 모르겠다.

올해 우리마을에서 4분이 돌아가셨다.
50대조차도 눈씻도 찾아볼래야 찾기 힘든 그런 시골마을...
그나마 젊다는 분들이 마을 일을 봐주셨다. 상여도 메고, 장지에서 음식도
나르고... 마을에 사람들이 하나둘 돌아가실때마다 마음이 점점 더 휑해질것 같다.
그렇담 나중엔 시골에 누가 남을까? 해가 뜨면 들에서 일하고 뼈가 다 삵고
주름이 패이다 못해 질긴 가죽으로 변하는 농촌의 농부들..
온몸은 만신창이 종합병원, 죽는날까지 농사일하다 가는 이분들을 행복하다고
해야할지, 불행하다고 해야할지....

사무치는 한으로 울다울다 뒤로 넘어가 쓰러지는 그분의 부인과 여동생을 보았다.
그분들 속에 차있는 한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런지...

하루종일 비가온다. 열흘 가까이 내리는 이 비가 오늘은 유난히도 얄밉고 속상하다.
농부는 죽고, 쉬지않고 오는 비는 남아있는 농부들의 마음을 더욱 쓰리게 하고
고추 딸걱정, 말릴 걱정, 배추심을 걱정, 심은 배추 녹을까봐 걱정..
하늘이 무심한건지, 사람이 욕심이 많은건지...

밖을 보니 빗줄기가 점점 더 굵어지는 것 같다.
하늘은 무엇 땜에 노했을까? 그만 퍼부었으면 좋으련만...
농부의 가슴이 덜 메이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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