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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여행

올 가을 생각지도 않게 여행이 잦다.

지난 주말 부안을 거쳐, 전주, 과천, 서울 그리고 다시 괴산으로
2박 3일간 다른 도시에서 시간을 보냈다.

1. 부안에 갔다. 계화도에 들렸다. 지난주에 돌아가신 용석이 형의 어머니를 뵈었다.
우린 서로 말없이 붉어지는 눈시울에 짧은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용석이형이 뿌려
졌다는 언덕에 올라 계화간척지를 보며 시원스레 상큼한 바람을 만났다. 담배 한개피와
술한잔 나누고, 함께 오른 은식형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2. 계화도는 요즘 생합잡이가 한창이다. 계화도에 도착했을 때, 바다에서 나오는 경운기
는 오랫만에 계화의 활기를 불러들인듯 하다. 최근 물이 자주 드나들어 백합이 꽤나 많이
나온다고 한다. 대신에 값이 형편없어서 수입이 그닥 높진 않다고는 하나 바다에 나간다는
것 만으로도 이들의 얼굴엔 생기가 다시 도는 것 같았다.

3. 은식이형과 오래된 수다를 나눴다. 바다얘기말고 사는얘기 나눈게
얼마만인지 아주 따뜻했다. 형의 일상을 만나게 된것도 나의 일상을 나누게 된것도 아주
재밌는 일이였다.

4. 정우형을 만났다. 내가 새만금을 알게 되었을 때 이 양반을 보고 많이 감동먹었던 이...
그간 많이 아팠고, 지금도 여전히 투병중이다. 그동안 이분이 몸을 치료하면서 그리고 스스로
그걸 이겨내가면서 경험했던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간 걷기운동을 해왔는데, 자신이
걸으면서 만난 새로운 세상에 대해 2-3시간동안 이야기를 하셨다. 마치 한편의 수필을 읽어내려
가듯 말하는 음성과 감동적인 이야기 때문에 책을 낼것을 졸라댔지만 그저 웃음으로 넘기는
정우형.. 기도하고, 노동하고, 독서하기라는 3가지는 절대 놓지 말라는 농사꾼이자 계화주민
정우형. 거기에 한가지 더 걷기를 찬양하는 이.. 그래서 난 오늘 걸었다.

5. 은별이를 만났다. 우리가 처음 만난게 은별이가 초등학교 4학년, 그리고 그녀는 지금
고등학교 입학원서를 내야하는 중3.. 은별이 엄마가 떠나고 1년이 흘렀다. 그 사이 그녀는
외모로나 그 내적으로나 많이 성숙해 보인다. 그녀와 단 둘이서 하룻밤을 보냈다. 공부얘기,
사는얘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말이 그닥 많지 않은 그녀지만 과자와 주스 난 맥주를
마시며 계화도의 하룻밤을 보냈다.

6. 담날 전주의 결혼식.. 그리고 다시 과천으로..

7. 결혼식 대절버스를 타고 과천에 왔다. 옛날 지인들이 동호인 주택을 지어 살고 있는 용마
골이라는 마을.. 3동의 빌라.. 9가구가 옹기종기.. 그 중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은 6가구..
그중 한 집에서  조촐한 저녁식사와 거한 술자리가 벌어졌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아이들까지 복작되는 가운데 오랫만에 즐거운 자리를 가졌다. 최교도 와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고구마 3박스를 풀고... 농사생색도 내고..ㅋㅋ 하룻밤 신세도 지고..

8. 내가 돌보던 한아이가 벌써 10살.. 그녀가 묻는다. '베짱인 무슨자리야?' '응..난 전갈자리..'
'그럼, 추리소설좋아해?' '아니 난 추리소설 별로 않좋아하는데, 대신 올 가을엔 일본소설보는
재미에 쏙 빠져있어.' '우리엄마가 전갈자린데 추리소설 좋아하더라구.' 하며.. 자기가 좋아하는
소설얘기와 책읽으면서 졸릴때 눈꺼풀 올려가며 본다는 얘기도 전한다. 울고 때쓰며 언제 클까
했던 아이들이 벌써 훌쩍 커져서 이런 얘기를 하게 되기까지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
10년이 지나도 이아이들을 만나 아주 편안히 친구처럼 대화할 수 있길 바란다.

9. 또 결혼식.. 시즌은 시즌인가보다. 대학 졸업이후 처음 본 선배들.. 다들 아이들 하나씩
손잡고 나타났다. 그런데 외모들은  왜 달라진게 없는지.. 왠지 억울한 생각까지..

10. 집으로 돌아왔다. 긴긴 외출.. 진짜 너무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와서 당분간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전혀 쓸쓸하지 않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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