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 2007/01/28 14:46

엘리스 사상:지정행의 요법(REBT)이란 무엇인가?

"사람의 마음을 혼란시키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그들의 판단이다"
에픽테투스(Epictetus), A.D. 1세기


인간의 이성을 강조한 그의 이론은 미국을 위시하여 세계 여러나라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고, 뉴욕에 있는 그의 연구소와 방대한 그의 저서를 통하여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심리적인 문제에 대한 도움을 받고 있다.

전통적인 정신분석적 접근에서는 과거에 일어난 어떤 사건이나 경험이 현재의 갈등과 고민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하여 치료에서는 내담자로 하여금 잊혀졌던 과거 이야기를 의식화시키는 작업을 한다. 인본주의적인 접근에서도 어떤 사건과 관련하여 얽혀 있는 처리되지 않은 내담자의 감정을 상담자가 들어주는 데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엘리스에 의하면 어떤 사건이 내담자의 정서적 혼란이나 고민의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내담자가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가 내담자의 감정을 좌우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겠다.

어느 젊은이가 입학시험에 두세 번 실패한 후에 말할 수 없는 우울증에 빠져들어 매사에 의욕을 상실하고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다고 하자. 이때에 흔히들 "계속해서 시험에 떨어졌다"는 사건이 우울증을 가져오게 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엘리스가 주장한 지정행의 요법에서는 연속적으로 시험에 떨어졌다는 사건이 우울증의 원인이 아니고 "연속적으로 시험에 떨어졌으니 이제 나는 끝장이다. 나는 불효자식이고, 사람들 보기에도 정말 수치스럽다. 내 인생은 이제 절망이다. 나는 무가치한 인간이다!"라고 비합리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살까지 기도하게 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험에 떨어진 상황을 놓고서 모든 사람이 다 이 젊은이처럼 우울증과 좌절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계속해서 시험에 떨어져서 기분이 몹시 좋지 않다. 그렇지만 할 수 없는 일. 다른 사람들도 여러 번 떨어지는데 나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 부모님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좀더 열심히 해서 다음에 보답해 드리자"와 같이 대응할 수도 있다. 몇몇 사람은 이처럼 심각한 실의와 자포자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매일을 비관하며 소일하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비교적 쉽사리 상심을 떨쳐 버리고 재기하여 건전한 삶의 자세를 되찾을 수 있다.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가져오는가?
엘리스에 의하면 그건 두말할 것도 없이 사고방식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합리적인 사람들은 시험에 실패한 경험을 대단히 불편한 사건으로 지각하고, 자신의 처지가 처량하고 서글프다는 감정을 느끼기는 하나, 그것을 가지고 자기 자신이 "무가치한 인간이어서 견딜 수 없다"고 까지 자학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REBT의 사상을 엘리스는 ABCDE의 원리로 간단히 도식화하고 있다.

A(Activating Event, 선행사건) 가령 시험에 떨어졌다든지, 실직하게 되었다든지, 반대하는 결혼을 기어이 고집하는 자녀와 크게 싸웠다든지, 여러 사람 앞에서 직장의 상사로부터 꾸지람을 들었다든지와 같이 인간의 정서를 유발하는 어떤 사건이나 현상 또는 행위를 의미한다.

B(Belief System, 신념체제) 어떤 사건이나 행위 등과 같은 환경적 자극에 대해서 각 개인이 갖게 되는 태도로서, 이것은 그의 신념체제 또는 사고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신경증 내지는 부적응적 반응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비합리적인 신념체제를 가지고 있다고 전제한다. 여기서 비합리적인 신념체제란 위와 같은 사건이나 행위를 아주 수치스럽고
끔찍스러운 현상으로 해석하여 자기를 징벌하고 자포자기하거나 세상을 원망하는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C(Consequence, 결과) 선행사건에 접했을 때 다분히 비합리적인태도 내지 사고방식으로 그 사건을 해석함으로써 느끼게 되는 정서적 결과를 말한다.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은 대개의 경우 지나친 불안, 원망, 비관, 죄책감 등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고, 소위 '신경성'이라고 일컬어지는 정신신체화 질환을 앓게 되기 쉬우며, 늘 방어적 태세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D(Dispute, 논박)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합리적인 신념이나 사고 또는 상념에 대해서 도전해 보고 과연 그 사상이 사리에 맞고 합리적인지를 다시 생각하도록 하기 위하여 치료자는 논박을 시도한다.

E(Effect, 효과) 비합리적인 신념을 철저하게 논박함으로써 합리적인 신념을 갖게 된 다음에 느끼게 되는 자기수용적인 태도와 긍정적인 감정의 결과를 지칭한다.

이것을 도표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A(선행사건) 연속하여 입학시험에 떨어졌다 -> B(비합리적 신념체제)"연속적으로시험에 떨어지다니 나는 얼마나 무가치한 인간인가! 나는 견딜 수없다" -> C(결과) 극심한 우울증과 자살경향성
B(비합리적 신념체제)"연속적으로 시험에 떨어지다니 나는 얼마나 무가치한 인간인가! 나는 견딜 수없다" -> D(반박) "내가 연속적으로 시험에 떨어졌다고해서 반드시 무가치한 인간인가?"

"계속 시험에 떨어진 사실이 반드시 참을 수 없는 것인가?"

"계속하여 시험에 떨어진 것이 실망스럽고 몹시 섭섭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가치한 인간이고 죽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 상황을 그런대로 견디고 극복해 낼 수 있다"
-> E(효과) 의기소침, 섭섭함의 수준에 머무름.
그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이 상황을 타개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돌릴 수 있다.
 
 
<알버트 엘리스 - 화가 날 때 읽는 책 中에서>
REBT(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는 미국의 알버트 엘리스(Albert Ellis)박사에 의하여 창안된 독특한 정신치료의 이론이다. REBT는 "합리적, 정서적, 행동적 요법"이라는 뜻이므로 "합리적 정서행동치료"라고 번역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인간의 적응문제가 합리적 사고방식의 유무에 의하여 크게 좌우된다고 보는 그의 사상은 개인의 이성적인 생각 내지 인지적이고 지성적인 사고의 과정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역자는 그가 말하는 합리성이란 곧 지적인 사고과정이라는 의미라고 받아들여서, REBT를 지정행의 요법이라고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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