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분류 전체보기

[동북아] 제재에서 대화로 한반도 국면의 전환

개념 없는 북핵 해법
이렇게 감각이 없고 정신없는 정부도 드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뜬금없이 뉴욕에서 ‘그랜드 바겐(일괄타결)’, ‘원샷 딜’을 소리 높이 경망스럽게 외치다가 미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의 불쾌감과 경계심을 드러내자 바로 꼬리를 내렸다. 요즘 대중문화의 트렌드가 ‘싼티’라고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
주요 내용은 북한이 선핵폐기를 하면 한방에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부는  한방을 너무 좋아한다. <비핵개방 3000>의 또 다른 버전인 셈이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다. 이들이 워낙 미국과 영어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현 정부의 개념 없는 북핵 문제 해법이 문제다.

국면 전환
현재 한반도에는 분명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북한의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 방문,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등 일련의 흐름을 통해서 분명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정부는 상당히 신경질적인 반응이다. 
특히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이 조건부 6자회담 복귀를 언급하면서 북미 대화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등 북핵 문제는 대화국면으로 접어들었는데도, 이 정부는 여전히 대북 압박을 고집하고 있다. 중국의 2,100만 달러 대북지원에 대해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1874호 위반여부를 중국 측에 요청하는 미련함을 보여주었다. 남의 쌀 풍작과 북의 식량난을 이유로 대북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요지부동이다. 지난 9월에는 북한 관련 4개의 컨테이너를 압수해 북-시리아 핵 커넥션을 부각시키려 하기도 했다.
오히려 최근에는 북측이 관계회복을 위해 신중한 행보를 한다. 이 정부는 스스로 변화하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점점 고립을 자초하다가 뒤늦게 발등에 떨어진 불을 발견하고서야 부랴부랴 동참을 결정했다. 남북이 10월 14일 개성공단 내 남북경협협의사무소에서 임진강 수해방지를 위한 실무회담을 개최한 것이다.
북한의 조건부 6자회담 복귀의사 이후 미국은 북미회담에 대해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미국이 제재와 대화의 병행전략을 지속하면 북한 역시 핵개발과 대화의 병행전략으로 대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등 핵보유국들의 핵 폐기가 정답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지만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 협상국면으로의 전환과 6자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단계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당장 고위급 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정치적 부담이 적은 제3국에서 중간급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마침 오바마 미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도 국면전환에 명분을 주었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핵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미국은 여전히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NPT체제를 통한 핵 패권국으로서의 지위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않고서는 ‘핵 없는 세상’은 요원하다. 진정한 의미의 ‘핵 없는 세상’은 미국을 중심으로 핵보유국들이 한방에 핵을 폐기해서 NPT체제를 붕괴시키면 깔끔하게 정리될 것이다. 한반도 문제 역시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로 가는 게 정답이다.   
 
배성인 | 한신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프랑스] 바셸로법: 공공 서비스를 파괴하는 사르코지 개혁의 대표적 사례

 

2009.4.28 프랑스 파리. 의사, 간호사, 병원노동자 들이 정부의 공공의료 개악 반대시위. 피켓에는 건강위협에 주의하라고 씌여있다.

바셸로법은 사르코지 정부의 개혁 중 하나로 추진됐다. 이 법은 올해 초 국민의회에서 통과됐고, 상원에서는 5월부터 심의를 시작해 여름에 통과됐다. 프랑스 정부는 이 법을 추진하는 전 과정에서 거센 운동진영의 저항에 직면했다. 바셸로법에 저항하는 운동은 점점 사르코지 대통령의 악의적인 태도에 부딪히게 됐지만, 결국 분노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바셸로법은 프랑스 의료체계를 개혁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됐다. 여기에는 공중보건(일정 연령이하의 청소년들에게 술 판매 금지), 지역 보건체계 재편, 공공병원 내 행정 개편(의사가 의사결정의 중심에 있었다면, 대신에 병원 관리자들에게 막대한 권력을 부여) 등의 내용이 다.
이 의료체계 개혁은 병원에 이윤이라는 논리를 도입하기 위한 것으로, 이 법이 시행되면 예를 들어 국가 기준에 따라 보수를 받던 의사들은 하루 환자 수에 따라 임금이 결정된다. 또  공공 의료서비스를 민간 부문과 통합하려고 하고 있다. 지금도 공공병원은 응급 환자나 민간 병원에서 비싼 비용이 든다며 치료를 거부했던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공공 병원의 치료에 대해 30% 지원을 더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개혁으로 인해 민간 부문과 공공 병원에 대한 처우는 같아진다. 결국 공공병원은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바셸로법 반대 운동은 기존 보건 부문 논쟁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 주었다. 의사, 행정, 관리자, 간호사 등 위계적 지위에 상관없이 모두가 운동에 참여했다. 이 법안이 추진되는 일정에 다라 1월, 2월, 4월, 5월, 6월에 시위가 있었고, 힘 있는 파업과 “25인의 호소”와 같은 위원회도 만들어 졌다. “25인의 호소”는 25인의 저명한 의사들이 이번 개혁을 비난하고 이 개혁으로 환자들이 받을 고통에 대해서 글로 작성해 서명을 한 것이다.
매우 보수적인 의료 부분이 이전 정부에 대해 중립 원칙을 고수해왔던 점을 고려할 때 주요 성과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사르코지 대통령이 속한 당인 UMP(대중운동연합) 내에서도 논쟁은 이어졌다. 베르나르 드브레 UMP 소속 하원의원도 바셸로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다.
이 운동은 많은 측면에서 대학생운동과 유사하다. 첫째 다른 시로 확산되기 전에 파리에서 시작했고, 언론의 주목을 받기 까지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리고 대학생운동 당시 대학 총장들과 마찬가지로 의사도 정부에게 만약 법이 통과된다면 사임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런데 왜 이 운동은 다른 공공부문을 지키기 위한 운동과 함께 전선을 형성하지 못했고, 일견 대중적인 운동으로 보였지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는가. 물론 이 운동은 아직 진행 중이다. 지난 8월 31일 바셸로 장관이 병원 노동자들을 방문해 이 법안을 홍보하려고 했지만 소동으로 끝났고, 여전히 자신의 정책이 실패했다는 점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첫 번째 이유는 교육부문과 마찬가지로 의료부문의 우월성으로 인한 코포라티즘 때문이다. 이 두문은 전통적으로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고, 다른 운동과 결합한다는 것을 극좌적이라고 받아들여 반발했다. 또 대학생운동과 섞이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 대학생운동이 언론과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보건운동이 단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위가 각기 다른 시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전 보건부문 투쟁에서 보여준 모습과 마찬가지로 전국적인 합의나 협의 없이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경제 위기라는 사회적 환경으로 사람들이 오래 투쟁을 이어가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직 운동은 끝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우편 체계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공공부문을 파괴시키는 데 맞서 체신노동자들이 우편 체계를 민영화하려는 것에 반대하는 투쟁이 바셸로법 반대 투쟁에 가세하고 있다.

Nguyén Loan | NPA(프랑스반자본주의신당)
번역/변정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G-20 반대투쟁,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9월 24일, 25일 양일간 G-20 정상회담이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위치한 피츠버그에서 열린다. 이에 노동, 환경, 여성, 사회단체 등이 G-20 정상회담의 부당성을 알리는 행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부터 작고 큰 투쟁들을 각 주에서 산발적으로 벌여가고 있다.
지난 7월 10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결을 위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200명이 넘는 반전 활동가들은 7월 17일 지역별 투쟁을 벌였다. 또한 뉴욕을 방문한 루크 레이븐스탈 피츠버그 시장이 G-20정상회담 개최관련 브리핑 중, 정상회담 기간 동안 대부분의 집회를 불허 한 것에 저항하는 5명의 시위대가 시장의 뒤편에 현수막을 치고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다 끌려 나갔다. 또한 최근 AFL-CIO 총회에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차 방문에,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반대하는 단체들이 “주장은 자유롭게, 무역은 자유롭지 않게”를 외치며 대규모 행진을 했다.
환경, 반전, 노동착취, 헬스케어, 자본주의, 세계화 등 G20에 대응하는 이슈는 광범위하고, 그 계획도 다양하다. 크게 세 가지의 투쟁의 흐름이 있다. 하나는 교육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사회당, 금속, 전기노조 등을 포함 여러 사회, 정치 단체들이 함께하는 민중회담 (People’s Summit)이다. 민중회담은 9월 19일부터 정상회담이 열리는 전날인 22일까지 피츠버그에서 세계화, 환경 문제 등에 대해 토론, 자유발언, 문화행사 등을 진행하며 G20의 부당성을 알릴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이 진행할 텐트시위는 불허된 상황이다.
다음으로 25일 정상회담이 끝나는 시간에 진행되는 ‘민중행진(People’s March)’이다. 64개의 지역, 사회, 정치단체로 구성된 민중행진조직위원회는 합법적, 평화적 행진을 약속했기에 집회가 허가되었다.
마지막으로, 급진적 학생조직, 아나키스트 조직 등 급진적 단체들이 모여 만든 ‘피츠버그 G-20 투쟁 프로젝트’는 9월 24일 회담이 열리는 컨벤션 센터 진입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또한 9월 25일 정상회의가 끝나기 전 다운타운에 모여 세계화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산발적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특히 지난 영국에서의 투쟁처럼 스타벅스, 맥도날드, 세계은행 등을 상대로 타격 투쟁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주 정부는 각 단체들의 집회, 시위를 대부분 불허했다. 이에 40여 개의 단체들이 모여 이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경찰은 대응은 강경하다. 주 정부는 자체 경찰 900명에, 다른 주 경찰 4000명의 지원을 요청했다. 또 마스크나 PVC 파이프 사용을 금지키로 하는 등 평화적, 합법적 시위가 아닐 경우 강경 진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단체들은 서로의 시위방식은 자발성에 맡긴다는 입장이며, 경찰의 강경 진압과 상관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박명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일본 정권교체의 두 얼굴

[편집자 주]
지난 8월 30일 일본에서는 중의원 선거가 있었다. 그리고 선거 개표결과 이미 “예정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일본 정치사에서 자민당이 제 1당에서 야당으로 전락한 것은 1955년 창당이후 처음이며 제 1당이 바뀌어서 이룩한 정권교체는 62년만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과연 ‘철의 자민당’ 정권이 몰락한 배경에는 무엇이 있으며, 앞으로 일본의 정치지형은 어떠한 변화가 올 것인가? 과연 민주당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인가?




1945년 제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폐허가 된 일본 경제는 10년 만에 경이적인 부흥을 이룩한다. 더 나아가 그 후 약 10년 만에 국민 총생산 제 2위로 도약하며 기적을 만들어 냈다. 이를 이끌어 온 것은 다름 아닌 자민당과 관료들이었다. 이러한 쾌거는 자민당의 54년 장기집권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09년 일본 국민들의 선택은 민주당이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는 자민당정부의 실정에 있다. 고이즈미 내각을 제외하면 자민·공명 연립내각의 평균수명은 1년 정도에 불과했다. 고이즈미에 이은 아베 신조, 후쿠다 야스오, 아소 다로 등으로의 연이은 총리 교체에도 구태를 탈피하지 못했다. 지난 10년의 자민당은 잦은 말실수, 파벌담합에 의한 총리 선출, 정치세습제에 대한 집착과 이데올로기 정치도 한계에 다다르며 국민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고이즈미 내각 이후에는 잦은 정책변경, 미봉책, 뒤로 미루기 등이 현재의 상황을 자초했다.
둘째는 일본 관료정치의 폐단이다. 한때 일본의 ‘경제성장원동력은 관료제’라고 말할 정도로 관료제는 강대국 일본의 밑거름이었다. 그러나 국가 예산을 비롯해 각종 규제 및 행정지도 권한과 같은 강한 권한은 예산낭비, 낙하산 인사, 규제 강화, 부정부패를 양산하는 등의 폐해를 낳았고 국민들에게 염증을 느끼게 하는 자민당 실패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결정적인 마지막 이유는 신자유주의 개혁정책이다. 우정 민영화로 대표되는 고이즈미식 자민당 신자유주의 개혁드라이브는 국민들의 급격한 삶의 질 하락과 민심이탈을 가속화 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부와 언론은 일본경제가 2002년 2월부터 경기회복국면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실제 기업의 경영이익은 2001년부터 5년간 1.8배 증가했으며 임원 보너스는 2.7배, 주주 배당금은 2.8배 급증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노동자 임금은 3.8%가 감소하였고 비정규 고용은 500만 명이 증가한 1,700만 명(약 35%)을 기록했다.

2000년대 초에는 프리터(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며 급속도로 노동유연화가 이루어졌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넷 카페족’이라는 거주지 없는 일수 파견 노동자들이 급증했다. 전 국민의 파견화 및 하향평준화로 일본 노동자 민중의 삶의 질은 나락을 향했다. 전후 최장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자민당 정부 하의 일본은 ‘기업은 번창하고 붕괴하는 사회, 주주는 배불리고 망해가는 국가’의 모습이었다.

일본 민주당과 새로운 일본의 불확실성
이렇게 일본이 마주한 사회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채 신자유주의 개혁 드라이브를 강행한 자민당의 실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당은 세이프티 넷(safety net) 구축을 주장하며 사회 양극화, 고령화, 경제위기 등의 사회문제를 선점하고 압도적 승리를 이룩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다고 볼 수 없다.
민주당이 안고 있는 불안요인 첫째는 ‘재원논쟁’이다. 아동수당 지급, 고교 무상교육, 고속도로 무료화, 농촌 호별 소득보상제, 중소기업 법인세 인하 등 구체안을 공약으로 내세운 민주당에 대해 선거직후 실시된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서 83%의 국민들은 재원조달에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일본 공산당도 ‘고속도로 무료화가 아닌 증세를 고민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립내각 구성도 그리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립내각 구성을 준비하는 정당들 간에도 미묘한 의견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민주당 또한 보수정당이라는 사실이다. 사실상 자민당, 민주당 양당이 이념적으로 근접해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지지기반은 취약하다. 민주당 실세인 하토야마, 오카다, 오자와가 모두 자민당 출신이며, 민주당 내에는 여전히 극우인 일본회의국회의원연맹에 속해 있는 의원들도 있다. 국민들이 바라본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요미우리신문의 조사결과 자민당 후보를 찍은 국민 중 30%가 비례대표 투표에서는 민주당을 찍는 등 민주당의 승리는 반 자민당의 결과일 뿐이다.
이러한 민주당의 보수주의적 성격은 일본 대외정책 변화 가능성에도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다. 물론, 그 동안 민주당이 주창해온 대등한 대미관계, 아시아 중심외교 기조에 따른 변화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특히, 민주당의 전향적인 역사인식은 한일관계에 있어 긍정요인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북·일 관계나 독도문제 등은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다.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원론적으로는 자민·민주간의 차이가 거의 없다. 이는 민주당의 내재된 보수성을 보여주는 한 부분이다. 또한 이번 선거가 국내 이슈중심으로 이루어졌음을 볼 때, 대외정책 방향에 대한 기대는 아직 이르다.
이렇듯 선심공약 중심의 정책으로 인한 정책 지향의 불명확성, 구체성 없는 정책구상, 내재된 보수성 등은 일본 민주당의 불안요인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부분을 간과한다면 과거 호소카와 내각의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다.

민주당에게 일본 국민들의 미래는 존재하는가?
자민당의 쇠퇴양상은 장기간에 걸쳐 표면화되고 있었다. 1993년 38년 만에 단독정권 수립에 실패한 이래, 자민당 1당으로는 정권 유지가 어려워졌다. 특히, 최근 10년은 공명당과의 연립에 의해서 겨우 정권을 유지해온 자민당이었다. 그리고 그 10년은 고이즈미 ‘신자유주의 개혁’ 노선과 이에 의한 국민들의 피폐해진 삶이었다.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표어를 걸고 ‘우애’ 자본주의 건설을 주장한 민주당의 승리는 그러한 국민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분노가 민주당에게 다시 되돌아 올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민주당은 신자유주의 고용정책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 민주당 정책 공약집을 살펴보면, 결국 파견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 없이 ‘비정규직 차별금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이 공약집에서 민주당은 ‘워크라이프밸런스(work life balance)’ 실현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의 기원은 서구에서 주창된 개념으로 8시간 노동을 통한 ‘노동과 삶(가정과 육아)의 조화’다. 그러나 일본 내 현실에서는 자본가들이 이 개념을 선점하였다. ‘워크라이프밸런스’는 2007년 일본경영자단체연맹에서 주장한 ‘새로운 노동방식’ 즉, 노동유연화 정책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이는 민주당이 제시한 주장하고 있는 의견들과 배치되는 정책으로 스스로의 한계를 보여주는 가장 큰 예가 될 것이다.
일본의 진보단체, ‘일본 혁명적 공산주의자 동맹(JRCL)’도 이러한 부분을 지적하며 민주당 광풍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들은 기관지 ‘사키가케’를 통해 新민주당 정권은 ‘국가 전략국’을 통한 그럴듯한 정책(관료제 타파, 외교·안보·행정개혁 등)을 펼치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 그것도 신자유주의적 ‘개혁’ 노선 하에 있다고 이야기하며 부르주아 지배계급의 근본적인 이해와는 맞닿아 있다고 비판했다.
보수주의 위에 불안한 지지기반, 지향성 없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일본 민주당의 미래는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민심이탈도 빠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민주당은 스스로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최소한의 ‘호혜’라도 실현할 수 있을까? 피폐해진 국민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단지 54년 만에 이루어진 일본 정권교체를 봤을 뿐이다. 이러한 한계의 극복 없이, 민중의 승리인양 ‘선거혁명’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아직 이르다. 아직 속단 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일본 민주당의 승리는 여전히 한국의 2004년 열린우리당의 등장과 2008년 실패의 모습 속에서 아른거리고 있다.

 

8월 30일 선거 상황판 앞에서 웃고 있는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 개표 결과 민주당은 정족수 480석 중에서 총 308석을 차지했다.

신자유주의 개혁정책과 정권교체

 

이유철 | 아카데미아 코뮤닉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