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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 실업률 17.5%, 막대한 재정적자, 부동산 가격하락과 연이은 금융기관들의 파산이 결과물
불안한 경기회복
지난 8월, 2분기 각종 경기지표들이 발표되면서 미국 내 일부 경제 관료들은 “미국 경제가 회복국면에 돌입했다”고 선언했다. 이후 3분기 경기지표들이 발표된 현재 미국의 GDP 성장률은 플러스로 전환됐고 경기선행지수는 상승 추세로 16개월 만에 하락세가 진정되는 상황이다. 소비지출은 1.3%가 증가해 내수 시장이 국내총생산의 70%를 차지하는 미국경제에 회복을 알리는 신호로 평가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수출도 점차 늘어나고 재고가 줄어드는 등의 보고가 잇따르면서 ‘완만하기는 하지만 경기회복으로 전환’ 분석이 주류를 이뤘다.
월스트리트의 상징으로 불리는 ‘블론즈 불’은 보는 각도에 따라 저돌적인 공격자세로 보이기도 하고, 곧 쓰러질 듯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아예 쓰러진 모습으로 조작해 미국 경제의 회생을 비꼰 컴퓨터 그래픽.
하지만 동시에 상반되는 심각한 수준의 지표들도 공개됐다. 가장 심각한 것은 실업률이다. 3분기 경제동향이 발표된 직후 10%를 넘어선 10월 실업률이 발표되자마자 소비심리는 얼어붙었고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1,570만 명의 실업자, 파트타이머 등을 포함한 실질실업률은 17.5%로 ‘사라진 일자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현실이 됐고 소득의 급격한 감소는 잠깐의 경기회복을 뒤로 하고 더블딥 가능성을 더욱 키웠다. 주당 50만 명 이상이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6명 중 1명이 ‘경제난으로 식량을 충분히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미국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경제상황인 것이다.
경기회복의 실체
지표상으로 본다면 지난 1년간의 미국경제는 회복돼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GDP규모 2-3%에 달하는 긴급구제금융, 실업수당 지급연장, 생애 첫 주택구매자에 대한 대규모 세제지원, 중고차 현금보상 프로그램과 각종 세제지원, 달러가치 하락 등이 만들어낸 결과다. 미국정부는 지난 1년 동안 국채 발행 법정한도(12조 1천억 달러)에 달하는 정도로 국채를 발행했고 달러를 계속해서 찍어댔다. 저금리정책을 유지하면서 자산거품을 만들어내고 내수시장을 일으킬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결국, 경기지표에서 약간의 성장세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는 막대한 재정부채의 대가로 이뤄지는 ‘회복’이다. 현실은 유휴공장이 늘어나고 있고, 구조조정으로 기업순익은 증가세로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매출은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 그리고 막대하게 풀린 돈은 다시 금융투기를 조성하면서 자산거품을 만들고 세계시장을 휘젓고 다니면서 ‘돈 놀음’을 시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출구전략이라는 용어가 매일 신문에 오르내리지만 금리를 올리고 풀어놓은 돈을 거둬들이는 순간 또다시 거덜 나게 될 경제, 더 큰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더블 딥의 두려움에 놓인 상황. 이것이 바로 미국경제의 현실이다.
특히 달러가치 하락은 단기적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시키고 있지만 이로 인해 나타나는 역효과는 기축통화체제를 뒤흔들면서 미국경제의 위기를 전 세계에 전가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다시 과열되는 금융시장, 무역전쟁 가속화 등 세계경제를 뒤흔든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이렇듯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며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미국경제 1년, 위기의 지연
미국에서는 올해 만 총 120개의 금융기관이 파산했다. 이는 2년 전 도산한 금융기관이 3개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이번 위기를 실감할 수 있는 지표다. 물론 대부분 지방은행을 비롯한 지역금융기관들의 파산이다. 이들의 파산은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때문이라고 한다. 그 규모는 주택 모기지에 비하면 작은 것이지만 여전히 주택 모기지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상업용 모기지 문제는 그 규모보다 더 큰 파장을 낳을 수 있다.
10월 현재 주택모기지 연체율은 6.25%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연체율 증가폭이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고 있다고 위안을 삼고 있지만 작년 동기 3.96%와 비교한다면 모기지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부실기업의 도산 역시 감소하고 있는 추세지만 10월 현재에도 13.6%에 달한다. 부실기업들이 자금조달을 통한 차환이나 만기연장을 하면서 부도를 지연시키고 있지만 근본적인 처방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위기를 미래로 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5년 내 만기로 돌아오는 채권이나 빚이 1조 4천억 달러 규모라는 분석 앞에 여전히 미국 경제는 불안할 뿐이다.
막대한 재정적자,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의 추가 하락과 연체율 증가, 이로 인한 지방은행들의 계속되는 파산,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고용지표 등은 세계공황의 시작을 알렸던 미국 경제의 위기가 여전히 진행 중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 속에서 만들어지는 ‘이윤’은 순전히 노동자민중에 대한 착취와 수탈의 결과요, 저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조만간 꺼지고 말 거품의 떡고물이다.
- 노동유연화와 정부 재정지출 및 세제 혜택으로 기업 이윤을 보장
최근 주가지수는 계속 오르고 있다. 하지만 급등하고 있는 주가, 부동산에 대한 거품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가들의 장밋빛 전망
내년 경제의 장밋빛 전망이 언론에 앞 다퉈 보도되고 있다. G20 정상회담은 ‘껍데기 잔치’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았지만 ‘세계 경제는 회복단계에 진입’이라는 각 국가 경제관료들의 확신에 찬 목소리들이 ‘더 큰 재앙이 있을 것’이라는 일부 경제학자들의 경고를 묻어버렸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빠른 경기회복을 자랑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세계 경제기관들의 경제전망치를 갈아치우면서 3-4%의 ‘정상궤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고 덩달아 MB의 지지율은 높아만 간다. 부동산 및 주식가격은 치솟고 백화점에서는 사치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2009년 상반기 기업들의 영업실적 ‘호조’ 결과에 이어 2010년 영업실적 전망은 한국 경제의 장밋빛 미래가 도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문기관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100개 기업의 2010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62조 9천 530억원으로 올해 보다 37%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는 45조 9천억 규모다. 영업이익이 1조원이 넘는 기업이 14개사에 달한다고 하니 자본가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2009년 2-3분기 영업이익 역시 100개사를 기준으로 25조 7천억에 달한다.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연일 경기회복 발표가 이어지자 자본가들은 경고도 잊지 않는다. ‘아직은 알 수 없다. 체질 개선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난 일종의 착시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경련 고위 관료의 입장이 함께 보도된다. 도대체 경기는 회복되는 건가?
9일 닐슨컴퍼니가 경기 회복에 대한 체감 정도를 설문 조사한 결과, 서민경제는 여전히 지옥이다.
투자는 줄어드는데 이익은 늘어난다?
국회에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상위 20개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은 5조 9800억원으로 100개 기업 영업이익(10조 3289억원)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토록 이익이 급증했는데도 투자는 오히려 전년대비로 15.7%나 줄었고 신규채용 역시 32.6%나 줄었다. 특히 실물경제 회복의 정도의 척도라고 불리워지는 제조업의 설비투자율은 19%나 줄었다. 인력규모 역시 17만 명이 줄어든 상황이다. 과잉생산으로 30% 이상을 축소-폐기해야 하는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세계경제는 과잉생산에 직면해 있었다.
결국 생산도 소비도 투자도 줄어들고 있는데 기업의 이익은 보장받았다는 소리다. 도대체 이들은 어디서 돈을 불렸나. 언론들은 몇 가지로 요약해준다. 고환율을 인한 시세차익, 정부의 각종 세제 혜택, 저금리, 정부의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확대 등이다. 그것도 물론 막대한 기업들의 이윤보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일리 있는 얘기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노동유연화다.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고용시장을 완전히 바꾸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언론보도에서 알려진 바대로 실업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실업수치가 올라가지 않은 것은 바로 55만개에 달하는 청년인턴제, 희망근로 등의 단시간 일자리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심각해진다. 58%밖에 되지 않는 고용률은 사실상 경제활동을 포기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준다. 청년실업은 두 자리를 코앞에 두고 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단기성 공공일자리를 제외하면 약 4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한다. 이것이 말해주는 것은 바로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을 통한 기업 이윤 보장’이다. 그 뿐 아니다. 18시간 단시간 노동자규모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36시간 미만 노동자 규모는 360만 명에 달한다. 여기에 대기업들의 대졸 초임 최대 28% 삭감, 임금 동결과 삭감이 줄을 이었다.
이에 비해 생산성은 과거와 비교할 때 웃돌거나 비슷한 수준이어서 줄어든 인력규모만큼의 일을 남은 자들이 감내하고 있다. 이는 노동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상반기동안 자본가들은 ‘노동강도를 높이지 않으면 회사가 어려워진다’는 이데올로기 공세를 퍼부어댔고 ‘회사 경영이 살아나야 동료들이 다시 공장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논리로 강화되는 노동강도에 순종을 강요했다.
결국 기업의 이윤보장은 노동자들의 고혈을 짠 결과인 것이다. 동시에 정부의 20%에 가까운 법인세 인하 등 각종 세제 혜택이, 세금으로 걷은 정부 재정으로 기업 살리기를 한 그 결과가 그들의 배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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