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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인권265호 '국가인권위의 정보인권 불감증에 개탄한다' 기사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반박문과 다산인권센터의 입장

Tori~님의 [이 CCTV가 '회의녹화용 카메라인가?"] 에 관련된 글.


 

*‘인권위의 정보인권 불감증에 개탄한다’는 글에 개탄하며


* 지난 12일자 다산인권 265호에 실린 〔기자의눈〕‘국가인권위의 정보인권 불감증에 개탄 한다’는 글에 대한 국가인권위(이하 인권위)의 반박문이 왔습니다. 다산인권은 인권위의 반박문을 원문 그대로 게재하며, 이에 대한 다산인권센터의 입장을 함께 싣습니다.

 

다산인권265호 '국가인권위의 정보인권 불감증에 개탄한다' 기사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반박문과 다산인권센터의 입장 - 1

이명재(국가인권위원회 홍보협력팀장)


 지난 12일 [기자의 눈]에 실린 ‘국가인권위의 정보인권 불감증에 개탄하며]라는 기사에 대해 이 글을 통해 반박하고자 하면서, 먼저 국가인권위에 대한 외부의 비판과 지적은 늘 귀하게 생각하고 겸허히 수용하려고 한다는 너무나 기본적인 전제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필자가 다소 격앙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건 12일자 [기자의 눈]을 처음 대했을 때, 그리고 당시의 정황이나 관련 상황들에 대해 되짚어보면서 들었던 착잡한 심정이 며칠이 지난 오늘까지도 끝내 억제되지 못하고 드러난 것이라는 점을 굳이 숨기지는 않겠다.
 [기자의 눈]에서 썼던, ‘기막히고 말문이 막혔다’는 표현, 그거야말로 필자가 기자에게 그대로 되돌려주고 싶은 말이다.
 이것이 과연 제대로 된 비판인가라는 의문, 과연 무엇을-또 누구를-위한 비판이고 이걸 통해 무엇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며 ‘인권’을 얘기하는 이들-아니 인권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최소한 가져야 할 합리적인 양식과 분별심, 그리고 특히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필요한, 인권 이전에 인간에 대한 예의란 뭘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12일자 [기자의 눈]에 대해 나는 한마디로 ‘폭력적이며 춘화(春畵)적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관련 상황과 맥락을 무시하고 거두절미한 채 한 단면과 국부만을 강조하는 것, 많은 주류 언론들이나 과거 억압적인 권력이 저지른 숱한 ‘폭력적인 단순화’가 다른 데도 아닌 인권단체에 의해 재연됐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기자의 ‘눈’이 어떤 사안을 제대로 비판하고 현상을 정확히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 ‘눈’은 표피적인 현상에 대한 관찰을 넘어서서 깊고 넓고 공정해야 할 것이다. 가령 100가지 팩트가 있다고 할 때 그 중 한두 가지의, 전체적인  상황을 대표한다고 할 수 없는 팩트만을 선택하는 것은 하나의 ‘사실’일 수는 있으나 그걸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허위적 사실’이라는 역설에 빠질 수 있다.

 기자가 대단한 ‘발견’을 한 것처럼 쓴, 국가인권위 12층 회의실의 카메라는 유감스럽게도 감시용 CCTV가 아닌 ‘회의 영상중계 카메라다’. 같은 카메라라는 점, 고정적으로 설치돼 있다는 것에서 기자가 동일시하려고 한 ‘CCTV'와 형식상으론 같을 수 있지만 그 단 한 가지 사실에서 바로 ’감시용 CCTV‘라는 결론을 도출해내는 그 대담성에 나는 할 말을 잃는다.
 이 카메라는 위원회의 간부 회의나 각종 간담회 등 직원들에게 실시간으로 중계할 필요가 있는 회의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설치한 카메라다. 위원회내에서 업무 관련한 정보나 의사교환이 되는 회의가 소수의 간부들에게 독점되지 않고 많은 이들에 공유되도록 함으로써 의사결정의 민주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의 논의를 통해 설치된 것이다.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소통의 강화, 이건 위원회 내부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인권단체 등 외부와의 이른바 협치적 관계, 이는 위원회가 2기 들어 부쩍 강조하는 것이고 이를 위한 실질적인 작업들을 많이 하려 하고 있다. [기자의 눈] 기자가 참석한 회의도 바로 그런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한 가지 묻겠다. 좀 전까지 같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했던, 인권위 예산을 짜는 과정에서 단체들과 좀더 많은 소통을 해보겠다며 협의 자리를 마련한 인권위 직원들에게 단 한마디라도 그 카메라에 물어볼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는가(회의가 이미 끝난 뒤라 회의실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그 회의실이 인권위 내에서 고립무원의 공간도 아니고, 당시이든 그 후이든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숱하게 있었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인권위가 분명 부족한 점이 많은 건 사실이다. 특히 인권단체의 눈에 흡족하지 못한 점들이 많은 것도 전적으로 인정한다. 인권위의 그 같은 오류와 흠들에 대해 우리는 늘 외부의 비판에 귀를 열어놓고 반성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단 한마디 최소한의 사실 확인 작업도 하지 않고, 돌아가서 다중에게 공개되는 자신의 단체 홈페이지에 ‘인권위의 인권불감증’에 개탄하며 결과적으로 인권위를 희화화시키는 기사를 쓴 것이, 과연 일정한 상호 신뢰 속에 서로 협의하고 때로는 비판을 하는 건설적인 관계 설정이 필요한 ‘인권 공동체’의 한 성원으로서 갖춰야 할 응당한 자세인지 정말 의문이다.
 기자는 거듭 말한다. “회의 중계용이라면 회의 때마다 카메라를 가져와 촬영하면 될 일이고, 어찌됐든 감시용 카메라와 외관이 비슷하니 카메라 옆에 CCTV가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표지판을 부착했어야 했다”고.

 이런 식의 문제제기도 있을 수 있다는 점, 그 때문에 인권불감증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잘못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설치 목적과 용도를 불문하고 12층 회의실을 간혹 이용하는 외부인이 감시용 CCTV라는 의심을 품을 수도 있겠다는 점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우리의 잘못이라면 이를 전적으로 인정하겠다.
 그러나 애초부터 다른 의도나 용도로는 전혀 생각지 않았던 장비에 대해, 그것도 내밀한 사생활의 공간이 아닌 다중이 회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회의실-회의실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공간에 감시할 은밀한 개인정보가 과연 뭐가 있을 수 있을까?-에서 열리는 공공적 성격의 회의를 여러 사람에게 공유토록 하겠다는 관점에서 이 카메라를 설치하면서, 여기에 “CCTV가 설치돼 있어서 여러분의 일거수 일투족을 촬영하고 있으니,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는 알림판을 붙일 생각이 과연 들었겠는지 나는 솔직히 의문이다. 또 이렇게 얘기하는 것을 놓고 ‘인권위의 정보인권 불감증’이라고 다시 한번 개탄한다면, 나로서는 정말 할 말이 없다. 아니 하고 싶지가 않다. 나는 이것은 인권의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상식과 양식의 차이의 문제라고 본다.

 비판은 너무도 당연히 어떤 성역도 없이, 매섭게 해야 한다. 더더구나 인권위는 전혀 성역도 아니며 오히려 많은 인권단체의 헌신적인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인권단체들은 모든 국민들 중에서도 특히 인권위의 공동의 주인이라는 점에서 단체들의 질책과 꾸짖음은 인권위의 귀중한 자산이고 양분이다.
 그러나 다중을 상대로 누군가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특히 이렇게 비슷한 가치를 지향한다고 생각되는 이들을 우습게 만드는 식의 공격을 할 때는 좀더 자기 자신의 글에 대해 엄정함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기자는 외관상 비슷하다는 점 한 가지에서 대담한 결론을 쉽게 내리고 있지만 기자가 조금만 자기의 글에 대해 엄정성을 가지려 노력했으면 놓치지 않았을 수많은 팩트와 배경이 있다. 여기엔 외부인이기에 모를 수 있는 정보도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유추가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있다.

일단 카메라를 고정식으로 설치한 것은 효율의 관점에서 선택한 것이었다. 12층 회의실은 한달에 두 번씩 간부회의가 열리는(최근 한달에 1번으로 줄었지만) 것을 비롯해 각종 회의가 빈번히 열리는 곳이다. 그래서 이를 안정적으로 중계할-녹화가 아닌-장비가 필요했던 것이다. 기자가 참석한 예산 간담회도 바로 그런, 국가예산을 좀더 필요한 데에 효율적으로 쓰자는 목적에서 개최된 것이 아니었는가. 자기 자신이 참석한 그날 회의의 의미와 취지를 생각하면서 이 카메라에 대한 문제제기가 과연 합당했는지를 좀더 성찰해보기 바란다.
 정보인권에 대한 철저한 문제의식은 좋다. 그러나 비판을 받는 상대방이 최소한이라도 수긍할 수 있도록 공정하게 하자. 또 한 측면을 절대화 된 기준으로 삼아서 다른 여러 측면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았으면 한다.

 나는 기자에게 ‘감시’의 뜻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사전에서 다시 찾아보길 권하고 싶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권한다. 공중을 상대로 누군가를 매섭게 비판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엄격한 자기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상대방의 ‘인권’에 대해서도 깊은 존중심을 갖기 바란다.

* 국가인권위에 기자가 진정을 낸 것에 대해서는 정해진 진정절차에 따라 철저하게 조사를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허위사실’을 무책임하게 유포함으로써 인권위가 받게 되는 상처에 대해서는 어디에다 진정을 해야 하는가.

 


 

 

CCTV와 관련한 국가인권위의 반론에 대해

다산인권센터의 입장을 밝힙니다.

다산인권265호 '국가인권위의 정보인권 불감증에 개탄한다' 기사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반박문과 다산인권센터의 입장 - 2


 

 국가인권위는 〔기자의눈〕에서 밝힌 12층 회의실의 CCTV에 대해, “유감스럽게도 감시용 CCTV가 아닌 회의 영상중계 카메라”라고 밝혔다. “위원회의 간부 회의나 각종 간담회 등 직원들에게 실시간으로 중계할 필요가 있는 회의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설치한 카메라”라는 설명이다. 즉 위원회 내에서 업무 관련한 정보나 의사교환이 되는 회의가 소수의 간부들에게 독점되지 않고 많은 이들에 공유되도록 함으로써 의사결정의 민주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의 논의를 통해 설치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소통의 강화, 이건 위원회 내부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인권단체 등 외부와의 이른바 협치적 관계, 이는 위원회가 2기 들어 부쩍 강조하는 것이고 이를 위한 실질적인 작업들을 많이 하려하고 있다. 〔기자의 눈〕 기자가 참석한 회의도 바로 그런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였다”고 의견을 전했다.

 그래서 우리는 우선, CCTV가 무엇인지에 대해 짚고, 인권위의 반박에 대한 의견을 전하려고 한다. CCTV는 Closed-Circuit TeleVision, 즉 폐쇄회로 텔레비전이라는 뜻의 약어이다. 즉 기업이나 기관, 학교 혹은 단일 건물 내에 국한해서 유선으로 연결된 화상 중계 장치를 말한다. 인권위가 말한 ‘회의 영상중계 카메라’ 또한 단일 건물 내에 국한해서 회의를 영상정보와 음성정보까지 다른 직원들에게 중계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보면 인권위 12층 사무총장 회의실에 있는 카메라는 CCTV임이 분명하다.

 다만 인권위가 보내온 글을 보면, 설치된 CCTV가 직원들이나 내방객들을 감시할 목적이 아니라, 회의의 공개성을 보장하는 등 공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자의 눈〕에서 회의실에 설치된 카메라를 ‘감시용 CCTV’라고 부른 것에 대해 어패가 있다고 반론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문제제기를 한 후에야 인권위의 전화통화와 반박 글을 통해, 카메라 설치의 외도와 용도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당일 회의내용이 카메라를 통해서 중계되었는지, 녹화되었는지, 또는 어떻게 보관되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카메라가 감시용 CCTV이든, 회의 중계용 카메라이든 어떤 이름으로 불리더라도 회의 참석자들이 사용처와 의도를 사전에도 사후에도 제대로 고지 받지 못한 것이다.

 이것은 인권위의 반박 글대로 "CCTV가 설치돼 있어서 여러분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고 있으니,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알림판을 설치해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인권위 권고문에서 나온 것처럼 해당 알림판은 CCTV의 설치목적, 장소, 기기의 성능, 관리책임자(기관) 등의 내용을 반드시 포함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해당 CCTV가 회의중계를 위해 꼭 필요해서 설치했어야 한다면 ‘이 CCTV는 회의중계를 위해 설치된 것입니다. 회의가 중계되는 경우에는 사전에 말씀드리며, 고지하지 않는 경우에는 녹화되지 않습니다’는 식의 공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인권위는 반박 글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사과를 싣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떠나 카메라 용도에 대해서 미리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쓴 것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고 있다.  설령 기자가 기사를 쓰기 전에 개인적으로 이의 용도를 확인했다고 해서, 사전에 고지 받지 못해서 침해당한 초상권 등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님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인권위가 오해받기 원하지 않는 CCTV의 ‘감시와 통제’의 상징성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정확한 정보 없는 회의참가자들이 CCTV를 보고 인권위에 분노하지 않는 것이 도리어 이상하지 않을까 되묻고 싶다. 덧붙이자면 어떤 장소에 설치되는 CCTV도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겠다는 명시적 감시 목적을 가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인권위가 이번 일을 계기로 CCTV를 포함한 정보인권 사안에 대해 좀 더 민감해질 것을  권유한다. 그리고 인권위라는 공적인 기관이 답해야할 책임 있는 사안에 대해 ‘상대방의 인권에 대해서도 깊은 존중심을 갖기 바란다’는 식의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할 것을 요청한다. 우리는 인권단체와 인권위가 협치적인 관계를 가지기를 바란다면, 인권위가 스스로 권고한 결정문에 대해 명확히 숙지하는 수준을 갖춰달라는 최소한의 요구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인권의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상식과 양식의 차이’ 라는 주관적 표현을 써서 문제의 본질이고 가장 중요한 ‘인권의식의 문제’를 희석하는 것이 국가 인권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할 말인지 되묻고 싶다. 중요한 것이 ‘인권’이 아니고 ‘인간에 대한 예의’라면 우리는 인권위에 책임 있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명확히 한다.

2006. 5. 19.
다산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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