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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곳이 문제다...

집 때문에 너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다들 왜 집을 사고 그러나 했더니 이런게 싫어서 사나보다.

아마도 최근 찾아온 병도 집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집에 문제가 생기면서부터 전전긍긍하고있었는데, 드디어 살 사람이 나타났다며, 목요일에 계약을 하러 오겠다는 말에 나도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 들어갈 집을 알아보았다.

그 과정에서 느낀 건, 부동산은 정말 자본이 논리로 줄세워져있는 세계라는 것. 지금 내가 가지고있는 돈으로는 더 외곽의 더 작은 집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애초에 처음 독립을 했을 때 융자가 끼어있는 회사 명의의 집에 들어온 것이 잘못이었다. 생각보다 적은 돈으로 큰 집에 들어간 댓가가 지금 나에게 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집을 몇채나 보고 눈을 한참 낮춘 다음 그나마 괜찮아보이는 집이 있어서 가계약을 했는데, 그 사실을 알려주러 집주인에게 전화했다가 또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집을 사기로 한 사람이 계약을 안하기로 했다고...

결국 나는 부동산하고 한참을 실랑이 한 끝에 가계약금의 반만 돌려받기로 했다.

 

피곤하고 지친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건 손해보는 건 나 밖에 없다. 집주인, 부동산 아무도 손해를 보고싶지 않아 하는 것이 당연하고 결국 가장 자본이 없는 사람이 당하는 구조다.

 

아무래도 병은 쉽게 낫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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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3

춥다. 공기에 노출되는 피부들이 차갑게 느껴진다. 긴 팔 가디건을 꺼내 걸치고 양말을 찾아신었다. 집에 있는 모든 창문을 닫았다.

필시, 외부 온도가 낮기 때문은 아닐거다. 내 몸에서 열이 나고 있는거다.

처음으로 신종인플루엔자도 의심되기 시작했다. 아마, 단지 몸살일 뿐이겠지만...

 

어제 낮잠을 자야 할 시점을 놓쳤다. 오랫만에 청소를 했다. 그리고 문칠이와 응일이오빠가 다른 촬영 때문에 익산에 왔다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안그래도 며칠 요양(?)을 하면서 무척 지루하던 참이기도 했다. 집에 들러서 과일을 먹고, 쌈밥집에서 맛있게 밥을 먹고 있는데 부고가 전해져서 서둘러 사무실 식구들을 만나 문상을 갔다. 마침 약을 빠뜨리고 갔기 때문에 어지럽고 살짝 메슥거리는 증세가 오랫만에 다시 나타났다. 몸이 좋을 리는 없지만, 교훈언니가 운전하는 차 조수석에 앉아 전주에서 익산으로 오고 있는 동안 온 몸이 쑤셨다. 어제 운동을 했나 싶을 정도로...

 

집으로 돌아와서 문칠이와 한참 수다를 떨었다. 아주 오랫만에 만난 옛친구. 근황, 영화를 만드는 것, 창작을 하는 것에 대해서...

그에게서 온 전화는 또 괴로운 내용이었다. 아주 늦은 시간에 걸려 온 전화 너머에는 술이 약간 들어간 그가 있었다. 꽤 오래, 한 시간 반 쯤 통화를 한 듯 싶다. 무척 피곤하고 지친데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졸립기도 했지만, 몸이 멀쩡했대도 쉽지 않은 대화였을 것이다. 잊고 싶은데, 컨디션 난조와 얽혀버려서 계속 불쾌한 짐으로 남아버린 듯 하다.

 

손님들이 나가는 시간에 맞추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도저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침을 지어서 먹여 보냈으면 했는데, 불가능. 그들이 사온 포도를 씻어서 함께 먹는 정도였다. 인사를 하고는 다시 쓰러지듯 잤다. 1시가 넘어서야 잠이 깨서 느껴지는 건 허기와 어지러움. 반찬을 한 가지 정도 만들어 먹고 TV 채널을 돌려도 별로 재미있는 게 없다. 오락을 조금 하다가 또 피곤해져서 침대에 누워 보니 이미 또 자고 있다. 7시도 넘어서 몽롱한 상태로 저녁밥을 해먹었다. 그리곤 서서히 추위가 찾아왔다.

 

분명히 쉬었는데. 과감하게 며칠씩이나. 운동도 안하고 최대한 집을 벗어나지 않으려 했다.어제 좀 돌아다녔고 자는 시간이 좀 늦었던 것 밖에는...

그런데 또 몸살이 나다니. 지금 내 몸이 어떻게 되고 있는건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멍하다. 뭔가 자극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나에게 중요한 건 모두 지금 여기엔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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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0 빌어먹을 병세, 망중한, 13계단

지난 포스트를 쓸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지럼증과 메슥거림이 컴퓨터에 한참 앉아있고 나서 부터는 절정으로 치달아,

블로깅 이후에는 불 끄고 방에 누워 있는 것 말고는 도저히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었다.

 

저녁 먹은 후 부터 서서히 몰려온이 증상은 몇주 전 부터 익숙한 것이었는데,

이번 건은 처음과 맞먹을 정도로 심해서 당장 응급실이라도 찾아가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니, 사실은,

정말로 옆에 누가 있어서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지 않아도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늦은 밤.

내일 병원 가야해서 출근 못할지도 모른다고 사무국장에게 문자를 넣어놓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병원에서 받았던 약을 마지막으로 먹었던 것이 월요일 오전. 그로 부터 꼬박 하루 하고 반나절이 흐른 후에 다시 증상이 아주 심한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어지럼증 보다 메슥거리는 기운이 더 강해서, 이 문제가 귀의 평형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이를테면 위장 등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첫 날도 그랬지만 설사 아닌 설사로, 화장실을 계속 들락거렸다. 아무래도 속이 좋지 않다 보니 뭔가를 비워내려는 본능이 발휘되는 것이 아닐까.

막상 잠이 바로 오는 것도 아니고, 위 내시경을 해볼까, 큰 병원에 가봐야 하나, 정말 MRA 촬영을 해봐야 하나,

아픈 머리로 계속 고민만 했다. 약사인 동생에게 상의한 결과, 그냥 갔던 병원에 가서 증세를 소상히 전달하고, 내가 느끼는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큰 병원에 갔으면 한다는 점 까지 상의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억지로라도 잠은 왔고, 아침에 눈은 일찍 떠졌다. 내시경 검사를 각오하고 물 한방울 입에 대지 않은 채로 병원으로 갔다. 다행이 증상이 많이 가라앉아서 운전을 할 수 있었다.

엄청난 더위 때문인가, 진료 시작 시간에서 단 몇 분 늦었을 뿐인데 노인 분들이 여러분 차례를 기다리고 계셨다. 신기한건, 어지럼증이나 메스꺼움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다는 거다. 하긴, 더위먹었을 때의 증상도, 냉방병의 증상도, 독감의 증상도, 혹은 어떤 약의 부작용의 증상도 될 수 있는 것이 이런 증상일 것이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알거다. 치명적인 고통은 아니지만 일상 생활을 아주 불편하게 하고 심각할 경우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 

여하튼, 어제 밤에 생각한 대로 의사와 오래 이야기를 했다. 의사가 배도 여기저기 눌러보고 불빛을 비추어 안구가 따라오나 하는 검사도 한 끝에 내린 결론은, 아직 평형감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장염 증세도 있다는 것. 그리고 위는 내시경을 해보자고 했다. 별 고민 없이 수면내시경으로 결정을 했는데, 안그래도 구토가 저절로 나오려고 하는 이 상황에서 위내시경의 고통까지 더하고 싶지는 않아서였다. 이제까지 몇 번의 위내시경 검사를 해봤는데, 수면은 처음이었다. 태어나서 이제껏 꽤 여러번의 수술을 해왔기에 그 정도 고통 쯤은 참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굳이 그럴 필요 있겠나 싶었다. 수면이라고 해도 중간중간 꾸억꾸억 하는 고통의 순간들이 느껴지긴 했지만, 적어도 끝은 산뜻하더라. 모포를 덮은 채로 병원 침상에서 깨어났을 땐 그야말로 깔끔한 기분이었다. 검사 결과는 약한 위염. 하긴, 그건 초등학교 때 부터 있었던 만성 위염이라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이 모든 증상들의 전말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느낌. 찜찜하지만 현실적으로 할 만한 건 다 한 것 같다.

돈을 내고 약을 타고 하는 과정은 좀 몽롱했던 것 같다. 검사비에 어지럼증, 위염, 장염을 합한 약값으로 엄청난 돈이 나왔지만, 나에게는 의료실비보상보험이 있으니까 ^^ 지난번 진료와 약값에 대해서 서류를 꾸며서 제출을 했더니 만 얼마의 돈이 통장에 입금되었었다. 처음으로 한번 시도해본 것이었는데,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조금은 대담해진다. 물론 서류를 다 챙기고 등기로 서류를 붙이고 하는 과정이 엄청 번거롭고, 막상 받는 돈의 액수가 크지 않다는 사실이 우습긴 하지만, 좀 더 과감하게 이것저것 검사와 치료를 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사무국장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휴가를 내버렸다. 한 4일 쯤은 아무 것도 안하고 경과를 지켜보며 집에서 늘어지게 쉬기로 했다. 내가 좀처럼 못하는 것이 아무 것도 안하는 일이지만, 지금쯤은 몸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할 시기인 것 같아서.

 

그래서... 이틀 째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는 것.

심심해서 이주 주리가 틀리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 중간에 급한 메일만 확인하고 답하는 수준으로...

막상 시간이 많다 보니 영화도 TV도 시들해진다. 뭘 하던 시간을 떼우기 위한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 것.

모처럼 뭔가를 요리해서 먹을 수 있는 기회이지만 속이 좋지 않다 보니 많이 자제하고 있는 중.

 

그나마, 근처 책방에서 빌려 단숨에 읽어치운 [13계단]이 유일한 재미였다. 그야말로 발군의 작품인 듯. 최근 내가 읽은 추리소설 중에서 베스트 5, 아니 잘하면 베스트 3 안에 드는 작품인 것 같다. 심심한 사람들에게 강추!!

 

 

* 그나저나, 나는 항상 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들면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너저분해지는 것일까? 맘에 안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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