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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elf

이것도 사실 확신할 순 없지만, 낯선 곳에서.. 나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나 자신에 대해 발견할 때가 있다. 하나는 내가 꽤나 낯을 가린다는 거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그리고 솔직히 인정하긴 싫었지만, 꽤나 불안한 심정으로 내 인생에서 서성거리고 있다는 거다. 필리핀에서 마지막 한달동안 나는 또 도망가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느꼈다. 사람들 사이에서 복작거리며 섞여있을때, 나는 그 관계들 속에서 나를 맞춘다. 그걸 부정하고 싶었는지, 사람들이 "우울해보인다"라고 말할때, 그냥 지나가는 말이려니 믿고 '싶을'때가 많았다. 그냥 내 욕망에 나를 던져보려고 할때마다 나는 강한 죄책감을 느낀다. 문제는 그 욕망의 실체를 잘 모르면서도, 왜 그런 느낌을 가지는가이다. 아마 나 자신을 모르겠다는 답답함을 풀지 못하는 건, 내가 맺고 있는 관계망을 벗어버릴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적당함' 가장 경멸하는 말이면서도, 나에 대한 적합한 표현이기도 하다. '집착' 나는 어떤 것에 쉽게 미쳐버리기 때문에, 손을 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 미치는 것도 잠깐이다. 사실 나는 정말 미쳐보고 싶은 것이다.


여기는 1월 6일, 오후 8시다. 아마 한국은 7일 오전 10경이지 싶다. 토론토에 도착한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시차적응을 못하고 있다. 일단 6시간 이상 안자는 습관이 있다는 걸 여기와서 알았다. 수면유도제를 먹어도 잠이 오지 않고, 먹고도 1시간만에 일어나버린다. 암튼 새벽 3시부터 서성거리다가, 점심을 먹고나면, 멀미하는 것처럼 멍했다가, 어찌어찌버텨서 9-10시에 지쳐 잠이 들면 다시 새벽 3-4시가 되는 것이다. 오자마자 눈이 오고, 영하 13도니, 14도니 하면서 춥더니, 지금은 길에 쌓인 눈이 다 녹을 정도로 따뜻한 겨울날씨다. 추워도 한국처럼 매섭게 춥진 않다. 혼자 좀 돌아댕겨야 하는데, 은행계좌 열러 나가본 하루빼곤 침대주변에서 서성대고 있다. 놀지도 않고, 공부도 안하고, 그렇다고 잠을 자지도 않고, 그래도 하루는 잘 간다. 지금 이 시간 빼곤... 컴은 싸악 다시 깔은지 일주일도 안돼 또 가셨다. "NTLDR is missing" 이 메세지가 내 스트레스 지수의 주요원인이다. 뭐에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지루성피부염은 악화일로에 있다. 쉽게 말하면, 머리에 비듬이 떡처럼 생기는 것이다. 미친년처럼 (할일이 없다보니) 다 떼고나면, 1시간만에 다시 생긴다. 지저분해 보이는게 이루 말할 수 없다. 겨울옷은 다 까만색인디... 계획이나 별다른 목표없이 낯선 곳에 머무르는 것은, 그닥 추천할 만한 일은 아니다. 그래도 나한텐 잘한 짓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안그럼, 김장김치에 대한 그리움이 거대해지기 때문이다. 빵을 예전보다 많이많이 좋아하겐 됐지만, 나는 여전히 밥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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