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미디어센터를 누가 다 운영할까”

 

문득, 미디어센터의 미래에 대해 근심함

독일의 퍼블릭액세스 채널의 하나인 베를린 개방채널 운영자인 위르겐 링크는 “개방채널은 TV를 민주주의를 위한 수단으로 삼고자하는 노력의 일부다. 우리는 TV를 목표로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공유하며, 사회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것은 그저 프로그램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미디어센터로 할 수 있는 것은 영상제작이 전부가 아니다. 퍼블릭액세스 운동의 목표는 지역을 바꾸는 것이다. 정부의 각부처가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센터 설립을 지켜보며 글쓴이가 문득 되새기게 되는 말이다.

시청자를 위해 쓰겠다고 매년 2,000억가량을 방송발전기금으로 걷고 있는 방송위원회는 올해 부산에 이어 내년 10월 개소를 목표로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건립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이미 부지를 확정하고 140억원이 예산이 투입된다니 어깨춤이라도 절로 추고싶은 심정이다. 문화관광부 또한 2007년까지 전국 17개 자치단체에 국비 10억 자치단체에서 10억, 총 20억원의 사업비로 미디어센터를 건설하겠다고 2005년 진해시와 제주도에, 2006년 예정지역으로 인천과 대구를 선정하였다.

   
▲ 방송문화진흥회의 지원사업으로 광주전남권 시청자미디어센터가 목포MBC에 설치됐다. ⓒ목포MBC시청자미디어센터
여기에 (글쓴이도 잠깐 관게했었던) 문화방송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또한 마산, 전주 그리고 목포, 춘천등 지역문화방송 계열사에 이미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운영하거나 설립중에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02년 우리나라 최초의 공공미디어센터인 ‘미디액트(www.mediact.org)’를 개소한대 이어 서울 강서구청과 전주에 미디어센터를 개소했다. 그리고 자치단체에서 독자적으로 미디어센터를 추진하고 있는 지방이 여러곳 있다. 설상가상으로 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의 계획에서까지 미디어센터를 발견하게되니 추던 어깨춤을 멈추고 나는 고민한다.

이 많아질 미디어센터가 과연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건립하는 사람들의 입장이야 분명하겠지만 이를 운영하고 활용할 지역의 역량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미디어센터가 지역 민주주의를 위한 근거지로 쓰일지, 영상교육하는 학원으로 쓰일지는 미디어센터를 들러싼 문화운동세력, 영상활동가,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의 개입과 활동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으로 설립됐던 서울 강서구청의 ‘강서미디어센터’는 올해초 문을 받았다. 미디어센터를 학원처럼 인식하는 관료들과의 갈등 끝에 영상활동가들이 철수하고 급기야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을 철회하기에 이른 것이다. 공공영역을 둘러싼 이런 다툼이 강서구만이 특별함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에게 너무나 낯익은 시추에이션이다.

다행히 방송위원회의 시청자미디어센터의 건립사업에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조직적인 대응이 가시화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공공성을 확보하며, 지역의 민주주의를 위한 미디어센터를 건립하는 것은 언제나 우리들의 일이다.

어느 가을날 떠나는 도청 앞을 지나다, 장밋빛 꿈이 난무하는 문화중심도시의 비젼을 보면서 문득 근심에 잠긴다. 그리고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과연 나에게, 우리에게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역량이 있는가에 대해….

그럼에도 꿈을 꾸어야 한다. 우리가 의지가 바로선다면 언젠가 ‘지상으로 내려 올 꿈’꾸는 이가 생겨나야 한다. 준비하고 또 준비하는 자만이 변화의 중심이 될 것이다. 공공적이고 지역민주주의 근거지가 되는 광주의 많은 미디어센터를 상상해 본다.

 

2005년 10월 19일 ;시민의 소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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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15 01:46 2006/04/15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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