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법, 5.18재단의 5.18영화제작관련 성명서 읽기

독해법, 성명서를 읽다.

 

 

몇달전에 모 선배로부터 5.18영화 얘기와 함께, 스탭가능한 사람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100억 규모의, 문화운동판에서 유명한 기획자의 영화사에, 목포는 항구다라는 감독의 적품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뭐, 지역에서 스탭으로 뛸 사람도 없고 해서 그러마고 말만하고 있었는데, 마침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충무로로 간 제자(청소년영화모임 출아시절의)가 잠시 놀러와서 5.18영화 얘기를 꺼냈더니, 자기도 시나리오를 읽어봤다고, 자기도 광주사람이라 참가하고 싶기도 하지만, 제작사에 대한 충무로의 일반적인 (좋지않은)평을 얘기하며, 다른 영화를 곧 하기로했다길래 그러는가 하고 말았다.

 

사실, 블록버스터 5.18영화에 대한 얘기는 제작년에 이미 충분히 들었다. 2004년 12월에 있었던 5.18기념재단의 이사회 소식을 전하는 지역 일간지의 호들갑을 잠시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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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기념재단은 14일 이사회에서 `5·18영화제작추진위(가칭·이하 추진위)’를 구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 광주드림

5.18기념재단은 지난 94년 설립된 이후 진상규명 운동과 5.18정신 계승 활동 등을 벌이고 있는 단체로 문화촵예술계 인사와 유관단체 대표 등이 참여하는 `5.18영화제작 추진위'를 구성해 내년 1월부터 영화 제작 방향과 영화 제작사 선정 등의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 [연합뉴스 2004-12-21 05:57] 

특히 추진위는 기존 5.18을 소재로 다룬 영화에서 한차원 높은 역사적 의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초대형 영화를 제작하면서 뮤지컬 제작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기념재단 박석무 이사장은 "대중적 파급효과가 큰 영화를 제작, 5.18정신의 승화를 꾀하고 세계적으로 보급해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자부심을 높이는 데 영화 제작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2004-12-14 17:57]  (광주=연합뉴스) 남현호 기자

특히 추진위는 기존 5·18을 소재로 다룬 영화에서 한차원 높은 역사적 의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초대형 영화를 제작하면서 뮤지컬 제작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5·18 기념재단 관계자는 기념재단 “추진위가 구성되면 늦어도 내년까지는 촬영에 들어갈 수 있도록 영화사 선정 등의 일을 끝마칠 계획이며, 영화 규모는 100∼2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으로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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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5.18재단의 계획말고도, 아래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다른 5.18영화에 대한 소식도 함께 전하고 있다.

 

"제작사 CS 브라더스와 기획시대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의 대변인이자 항쟁 지도부의 홍보부장이었던 고 윤상원씨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합뉴스"

 

사실 나는 5.18기념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블록버스터 5.18영화에 대해 뭔가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당시 기사들을 스크랩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2004년 여름이후부턴가 5.18재단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발담그기를 멈췄기 때문에, 재단의 이 황당한 계획에 대해 말하기를 주저하고 있었다(그 이유를 굳이 밝히자면 5.18재단 사무처의 주요인사로부터 '재단법'인 5.18기념재단은 '임원'들의 것이기 때문에, 나처럼 '평범한 광주시민'은 5.18재단 일에는 관심을 꺼주라는 부탁을 아주 거칠게, 그것도 재단의 직원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받았기 때문이다_이 얘기에 대해서는 언젠가 다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있는데 2006년 어느날 아침 뉴스에서 5.18재단과 단체들이 기획시대의 5.18영화제작에 대해 무슨 성명인가를 냈다는 뉴스를 들었다. 5.18재단이 5.18'문화'재단이 된 것은 알았지만, 뭔 일이기에 자신들도 영화제작을 한다면서, 남의 영화제작에 대해 성명서를 내나 싶었다. 그러다 광주드림의 성명서 기사를 인터넷에서 읽었다. 뭔가 이상했다. '자기들이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 등등의 생각이 미쳤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잊어버리려 애썼다. 그러다, 한참이 지났는데 또 이런 글을 보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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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2006.5.1 / 시민의소리

이런 5.18을 소재로 영화가 만들어진단다. 가제 [화려한 휴가]. 100억원이나 거금을 들여 만들 블록버스터라고 했다. TV드라마[모래시계]는 오월광주를 우롱했고, 장선우의 [꽃잎]은 그 폭력의 껍질을 그리는 데 그쳤다. 매스컴의 르뽀나 다큐도 상투적인 자료모음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 돈이 얼마 들고 영화스타일이 무엇인가는 문제가 아니다. 5.18영화도 [말콤X] [플래툰] [펠리칸 브리프]쯤 되게 만들 수는 없을까?
영화에서 감독은 두뇌이고 심장이다. 그런데 [목포는 항구다]를 만든 김지훈 감독이 [화려한 휴가]를 맡았단다. [목포…]는 싸구려 코믹영화이다. 더구나 주인공 차인표의 전라도 사투리가 너무나 어처구니없이 서툴고 어색해서 기본 성의마저 없어 보였다. 1년 2년 사이에 그 감독의 수준이 높이 상승하였을까? 과연 그가 오월광주와 같은 진보적인 소재를 올리버 스톤이나 앨런 파커나 스파이크 리처럼 잘 그려낼 수 있을까? 욕심으로야 오월광주를 예술적으로 잘 승화시켜주면 오죽이나 감사할까마는, 그렇진 못하더라도 제발이지 오도하거나 우롱하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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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르뽀나 다큐가 "상투적인 자료모음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동의하진 않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라면 '내가 한마디해도 쪽팔리진 않겠구나'. 이런 싸가지 없는 생각이 들어 먼저 5.18재단이 발표했다는 그 성명서를 재단 홈페이지에서 찾아 읽어보았다. 읽어보니 이 성명서는 찬찬히 분석해보고 싶었다. 아주 재미있다.

 

성명서의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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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광주광역시장과 (주)기획시대의 5?18영화제작 발표에 대한 우리의 입장[2006년 04월 25일]


광주광역시장과 (주)기획시대의 5.18영화제작 발표에 대한 우리의 입장

우선 5.18민중항쟁을 영화로 제작한다는 것에 대해 환영하는 바이다. 좋은 역사 영화가 수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제작하겠다고 발표한 5.18영화가 그동안 몇 편의 영화제작을 뛰어넘어 제대로 제작되기를 간절하게 희망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한편으로 강한 의혹과 우려스런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지난 2002년에도 광주광역시는 5.18영화제작 계획을 발표하였고 국제 시나리오공모전을 개최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광주시민은 물론, 유관단체의 여론수렴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광주시 당국의 편협한 추진 방식으로 인해 그 계획이 파탄되기에 이른 것을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뭔가 저의를 가진 누군가의 정략에 이용된다면 그 순수성은 의심받는다. 이미 한번의 과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지탄을 받은 바 있는 영화제작에 대해서 왜 광주광역시 박광태 시장께서는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가.
우선 5월을 시민의 날로 제정할 일이다. 그리고 5.18관련 사적지는 물론, 기념공간에 대한 체계적인 운영과 활성화 계획이 필요하다. 망월동 구묘지의 흉물스런 철조망 벽도 진즉 철거했어야 할 일이다.
이런 처지인데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를 대동한 광주시의 루미나리에(소위 빛의 축제)는 또 무엇인가. 5.18을 폭동으로 난도질한 언론사가 조선일보라는 사실 때문에 그 아픈 상처를 아직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있는 이 때에 5.18을 기념하여 조선일보가 빛의축제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가증스런 일이다. 그 일을 박광태 시장께서 주도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다.

5.18은 그동안 너무나도 많이 특정인의 사리사욕에 휘둘려왔다. 이제는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관련 공직자와 지도자들은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5.18기념사업은 광주시민의 참여와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세계적인 민주인권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발돋움하는 데 제자리를 잡아나가고 있지 않는가.

한편, (주) 기획시대에게도 한마디 고언을 드린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수많은 대중을 상대로 하므로 그 제작비 등을 고려할 때 장삿속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의 역사인 5.18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좀 더 충실하고 면밀한 판단과 준비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5.18을 영화화하겠다는 진정성이 다른 뜻으로 왜곡된다면 시민의 반응도 좋지 않을 것이며 영화제작에도 그리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장은 이렇다
5월 31일은 지방자치 선거일이다. 시장을 비롯하여 우리고장의 정치지도자들을 새로 선출하는 날이다. 반면 5.18민중항쟁은 우리가 살고 있는 당대는 물론, 자라나는 후세대에게까지 그 정신이 소중하게 계승되어야 할 인류사적인 가치로서 자리매김 될 역사적 사건이다.
함부로, 편의적으로, 그리고 눈앞의 어떤 정략에 따라 졸속으로 기념사업을 진행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전개해온 기념사업도 점검해보고 중장기 계획을 입안하여 당면시기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가지고 접근하기를 바란다. 민감한 시기에 무슨 의도로 일을 벌이는지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아울러 5.18을 어떤 상품의 대상으로 삼고자 할 때는 충실한 사전 조사와 협의를 통해 흠집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주관 단체나 기업체가 면밀한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 한다.

2006. 4. 25

5?18민주유공자 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유공자 구속부상자회
(재) 5.18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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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재단에서 검토와 숙고를 거쳐 나왔을 성명서치고는 어째, 논리가 '거시기'하기는 하다. 이 대목이 내가 궁금한 대목이다. 왜 재단이하 5.18단체들은 이렇게 무리한 성명서를 굳이 내야만 했나? 내가 성명서 읽기라고 제목을 단 이유다.

 

먼저 성명서 제목을 보자. 이 제목은 '광주광역시'가 아닌 광주광역'시장'이다. 이 성명서가 광주시와 기획시대의 '영화제작 사업'에 대한 성명인가, 아니면 '제작발표'에 대한 성명인가? 이 둘은 같은가, 다른가? 왜 '광주광역시장'과 '(주)기획시대대표'가 아닐까? 혹시, '박광태'와 '유인택'이 아닐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까? 여기서 분명히 하고 넘어갈 것이 있다. 이 영화제작의 주체는 (주)기획시대라는 것이다. 광주시는 요즘 지방자치단체에서 유행하는 로케이션제공, 영화촬영장 유치 등등의 말하자면 지극히 일상적인 지원조치에 불과하다(물론 박광태가 선거를 의식하지 않았다고는 절대 믿을 수 없다).

 

계속 읽자. 앗, 이 부분.

 

"지난 2002년에도 광주광역시는 5.18영화제작 계획을 발표하였고 국제 시나리오공모전을 개최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광주시민은 물론, 유관단체의 여론수렴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광주시 당국의 편협한 추진 방식으로 인해 그 계획이 파탄되기에 이른 것을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 나또한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10억을 들여 5.18영화 국제시나리오 공모를 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당시 5.18재단에서 영상쪽 일을 도와주던 나는 영화제작계획이 전제되지 않는 시나리오 공모는 돈낭비라며 5.18재단의 반대논리에 의견을 보탰다(시나리오 수업시간의 기본이다. 시나리오와 희곡은 어떻게 다른가?) . 지당한 얘기다. '편협한 추진 방식으로'는 되는 일이 없지. 문화중심도시 사업만 봐도 그래!

 

계속 읽는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뭔가 저의를 가진 누군가의 정략에 이용된다면 그 순수성은 의심받는다. 이미 한번의 과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지탄을 받은 바 있는 영화제작에 대해서 왜 광주광역시 박광태 시장께서는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가." 나는 타고난 빠딱이다. 나는, 왜 이 성명서에서 '순수한 저의'를 읽지 못할까! 다시 반복하지만 영화제작의 주체는 (주)기획시대다! 광주시와 박광태가 아니고!!

 

계속, 읽는다.

 

"5.18은 그동안 너무나도 많이 특정인의 사리사욕에 휘둘려왔다. 이제는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관련 공직자와 지도자들은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5.18기념사업은 광주시민의 참여와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세계적인 민주인권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발돋움하는 데 제자리를 잡아나가고 있지 않는가." 공직자와 지도자들만 제자리를 찾을 일은 아니다. 소위 5.18지도자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러다 갑자기 '광주시민의 참여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등장한다. 앗, 5.18은 5.18재단, 부상자, 유족회, 구속자 등등 당사자들만의 것 아니었나, 재단법인 5.18재단은 임원들 것이 아니었나? 이런 경우에도 '순수한 저의를 의심받는다'. 슬픈 현실이다.

 

광주시장을 씹겠다는 '순수한 저의'를 위한 논리가 무척 빈약함을 성명서 작성자도 느꼈나 보다.

 

다음을 읽는다.

 

"한편, (주) 기획시대에게도 한마디 고언을 드린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수많은 대중을 상대로 하므로 그 제작비 등을 고려할 때 장삿속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의 역사인 5.18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좀 더 충실하고 면밀한 판단과 준비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5.18을 영화화하겠다는 진정성이 다른 뜻으로 왜곡된다면 시민의 반응도 좋지 않을 것이며 영화제작에도 그리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 심하다. "장삿솟"이라는 전문용어 등장! 업계의 예의가 있지, 심했다. 블록버스터와 산업을 싫어하는 우리들조차 통상 '상업성'이라는 고운 단어를 즐겨쓰는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단어가 아니다. "좀 더 충실하고 면밀한 판단과 준비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라는 대목이다. 이 성명서 작성자는 분명 영화제작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도 없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과연 '장삿속'으로, 돈 100억원이나 들여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충실하고 면밀하지 못했을 거라 판단하는 이 무지, 놀랍고, 안하무인이라 '판단한다'.


100억짜리 프로젝트 영화에 가해지는 기초적이고 뻔한 판단, 이것이 5.18단체들의 수준인가? 그냥 박광태 미워! 이게 솔직한 것 아닌가?

 

성명서의 대미, 우리의 주장.

 

"우리의 주장은 이렇다
5월 31일은 지방자치 선거일이다. 시장을 비롯하여 우리고장의 정치지도자들을 새로 선출하는 날이다. 반면 5.18민중항쟁은 우리가 살고 있는 당대는 물론, 자라나는 후세대에게까지 그 정신이 소중하게 계승되어야 할 인류사적인 가치로서 자리매김 될 역사적 사건이다.
함부로, 편의적으로, 그리고 눈앞의 어떤 정략에 따라 졸속으로 기념사업을 진행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전개해온 기념사업도 점검해보고 중장기 계획을 입안하여 당면시기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가지고 접근하기를 바란다. 민감한 시기에 무슨 의도로 일을 벌이는지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아울러 5.18을 어떤 상품의 대상으로 삼고자 할 때는 충실한 사전 조사와 협의를 통해 흠집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주관 단체나 기업체가 면밀한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 한다. "

 

5월 31일 투표하자는 선거캠페인인가? 왜 5.31 시장 뽑는 날하고 5.18이 같은 범주에서 비교되는 걸까. 고도의 상상력 필요. 왜? 거듭 말하지만, 이 영화제작의 주체는 (주)기획시대다. 5.18영화제작과 관련하여 광주시를 이렇게까지 비난해야할 근거를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리고 남의 돈 끌여들여 영화만드는 사람들은 대충대충 일하지 않기에, 충실한 사전조사 운운할 필요도, 자격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협의'는 필요하겠지만(그리고 이 협의의 대상은 5.18블록버스터 영화만드는 경쟁자 5.18재단?!), 협의를 통해 흠집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은 너무나 억지스러워보인다.

 

도대체 이 성명서가 의도하는 것은 무엇인가? 5.18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5.18재단에서 5.18영화제작의 선수를 뺏긴 것에 대한 화풀이인가? 아니면 광주시장후보인 박광태시장을 향한 흠집내기란 말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이 "민감한 시기에 무슨 의도로" 이런 말도 안되는 성명서를 발표한단 말인가?

 

사실, 나는 5.18재단이 만들던 기획시대가 만들던 블록버스터 5.18영화는 상업적으로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나라 영화제작 단가가 많이 상승했지만 통상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 기획시대의 100억원짜리나 5.18재단의 '맥심 200억 짜리 영화'는 엄청난 블록버스터임에 틀림없다. 100억원 짜리 영화가 수익을 내기 위해서 엄청난 관객이 들어야 한다. 나는 5.18영화가 이런 관객을 불러모을 수 없다고 확신하는 편이다. 혹, 가능하기 위해서는 현재 관객들의 수준을 고려한 스펙터틀(구경거리)한 영화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5.18이라는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즉, 5.18과 관련된 많은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영화시작하기도 전에 이런저런 시비와 구설수를 겪는 것 처럼말이다. (옛날 꽃잎처럼 광주가 모두 도와줘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영화다.)  여기에 나는 영남지역 관객들의 벽을 넘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나는 기획시대의 5.18영화제작은 엄청난 모험이거나, 무모한 일이거나, 5.18에 대한 순수한 의도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비판과 조언은 함부로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저런 의도가 불량해 보이지만 성명서를 통해 의견을 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네 이 대목에서 '금자씨'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니나 잘하세요."


글의 처음에 등장한 신문기사처럼, 5.18재단도 5.18영화를 제작한다. 어디서들은 얘기로는 올해말까지 1억원의 현상금을 걸고 시나리오를 공모하고 있다고 했다. 모방송국의 PD, 소설가, 화가 등등이 자문위원으론가 참석해서 추진하고 있다고도 한다. 거두절미하고 이 성명서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만 사업하기를 바랄 뿐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한가지 덧붙인다.


비디오플러스라는 기술잡지를 보는데, HD로 찍었다는 5.18다큐멘터리 제작후기가 실렸다. 아마 '기억을 기억하라'라는 제목일 꺼다. 8천만원 들였다는 말도 있고, 7천이라고도 하고 아무튼 적은 돈은 아니다. 친한 업계의 동료가 스탭으로 참여한다는 얘기도 들어서 작품이 몹시 궁금했다. 잡지에 제작후기도 실렸으니, 곧 제작발표회쯤은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런 작품의 제작발표회를 했다는 소식도, 계획도 듣지 못했다.

 

(물론 이 작품말고도 재단의 10년역사를 다룬다는 3천만원짜리 다큐 소식도 들었다. 이 작품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는 이유는 내가 재단의 사무처의 모인사에게 충고를 듣던 때에 이 작품을 70만원에 제작하고 있던 중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싸운 직후 나는 받았던 계약금 40만원을 돌려줬다. 나는 70만원짜리 '독립영화 따라지'다.)

 

어찌어찌해서 WMV로 되어있는 다큐를 건성건성 건너뛰며 보았다. 솔직히 훌륭하신 자문위원들의 포스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안타까운 작품이었다. 한가지만 지적하자. 왜 이 작품을 HD로 만들었을까? 인터뷰 중심의 다큐라면 6mm로도 가능할텐데 말이다 (이런 경우를 우린 돈지랄이라고 하지. 우리같은 바닥에서 기는 독립영화패거리에겐 8천만원짜리 5.18다큐멘터리는 너무 황홀한 시추에이션이다. 슬퍼지니, 여기까지만 하겠다).

 

그래서 나는 기획시대든, 5.18재단이든 누가 만들던 5.18영화는 실패할 것이라고 믿는 편이다. 윤상원열사의 경우처럼, 그러나 자신의 실패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역사에 남는다.
5월이 왔다. 나는 2년전부터, 매월 5월이되면 5월기념행사를 6mm로 기록하는 일을 한다. 5.18은 영상으로 남겨진! 첫 항쟁이었음에도, 5.18영상에 대한 인문학적, 운동적인 관심은 저저하다. 안타깝다. 너무 안타까워, 문화연대의 5월행사평가사업에 빌붙어 200만원으로 거의 모든 5월기념행사를 담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이건 나의 변명이다. 나도 뭔가를 하긴한다네, 광고다.

 

아마, 이 글이 누군가에게 읽혀지더라도 별다른 반응은 없을 것이라고 혼자 생각한다. 광주는 원래 논쟁이 없는 곳이닌까. 대신, 술자리에서 무수히 씹힐 것이다. 그래도 반응을 기다린다. 커뮤니케이션은 모든 생물이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것이니까!

 

2006. 5. 4 / 바람처럼_고광연
※ 2006. 5. 6 / 첫글을 읽어준 분들의 격려에 힘입어 오타를 잡았음, 그러나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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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4 15:27 2006/05/0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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