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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합의내용

 

< 2․13 합의의 내용과 의의 >


2005년 9.19공동성명 채택 이후 약 17개월 만에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 행동조치를 담은 첫 문서가 2.13합의이다.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 문서는 ‘말 대 말’ 공약을 뛰어넘어 ‘행동 대 행동’ 단계의 첫 구체적 이행조치를 담고 있다.


1. 2.13공동성명은 ‘행동 대 행동’의 첫 단계 이행조치


‘행동 대 행동’의 첫 단계 이행조치를 담고 있는 2.13공동성명은 ▲전문 ▲초기단계 행동조치 ▲실무그룹 설치 조항 ▲경제 및 에너지 지원 조항 ▲장관급 회담 개최 관련조항 ▲차기 6자회담 일정 등 총 6개항으로 구성돼 있다.

 

초기단계 이행조치의 내용은 간단하다.

북한은 비핵화의 첫 단계 조치로서 향후 60일 이내에 재처리시설을 포함한 영변의 핵시설을 폐쇄 봉인하고, 감시와 검증을 수용하는 한편 미국은 대북적대정책 철회의 첫 단계 조치로서 30일 이내에 금융제재 해제약속을 지키고, 60일 이내에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 교역금지 종료과정을 시작하며, 미국을 포함한 각국들은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을 개시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와 함께 북미관계 정상화 대화 시작, 참가국들의 상호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한 긍정적 조치,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도 중요한 합의내용으로 꼽을 수 있다.


현재 6자회담에서 2.13 초기조치 합의문에 명시된 60일이란 기한이 지난 상태이다.

합의문에서 ‘60일’이란 시한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 핵프로그램 목록 협의, 북미 양자대화 개시, 미국의 테러지원국,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수정, 북일 양자대화 개시, 중유 5만톤 제공 등 이른바 9.19 공동성명의 ‘초기조치’를 이행하는 기간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또, 이와 별도로 5개 실무그룹 회의를 30일 내로 개최한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그러나 2.13 합의의 기본 전제가 되었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서 사실상 60일이란 기한은 초기조치를 모두 수행하지 못한 채 이미 넘어가버렸다. 시작된 것은 북미, 북일 양자대화 뿐이지만 5개 실무그룹 차원에서 진행된 것에 불과하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 해제문제가 동결자금을 이북에 넘겨주는 정도의 문제인가, 아니면 금융제재 자체의 해제인가로 북미간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어 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2.13 합의가 유효한 것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2. 2.13공동성명은 미국의 대북금융제재라는 암초를 뚫고 나온 귀중한 결실


미국은 끊임없이 이북의 선핵포기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북의 핵보유선언 이후 나온 9.19공동성명 합의 이후 미국은 선핵포기노선을 포기하였다.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이 확립된 것이다. 그런데 9.19공동성명 이후 미국은 그에 대한 불만으로 대북금융제재를 자행함으로서 6자회담에 인위적인 난관을 조성하고 북미대결을 격화시켰다. 그로 인해 9.19공동성명은 탄생하자마자 사문화될 위기에 빠지게 됐고, 6자회담은 무기한 표류했다. 북미양자는 제5차 6자회담의 합의에 따라 금융제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졌지만 아무런 소득을 거두지 못하였고, 북미 불신과 대립은 더욱 격화됐다.

북한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10.9 핵실험을 단행했다. 핵실험 성공으로 북한은 9번째 핵보유국으로 등장했고, 핵 억지력을 완성했음을 내외에 공표했다. 북 핵실험 성공과 핵 억지력 확보는 북미 핵전력의 전략적 균형 실현을 의미하며, 그것은 대북 군사적 봉쇄망의 붕괴를 뜻한다. 이로서 북미 정치군사적 역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고, 미국은 금융제재 해제를 전제로 한 6자회담 재개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만약에 미국이 금융제재 해제를 전제로 한 6자회담 재개를 수용하지 않았더라면 북한은 연속적인 정치군사적 공세(제2차 핵실험)를 했을 것이고, 미국으로서는 그러한 상황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제2차 핵실험 상황에 미국이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군사적 제재수단을 동원하는 것밖에 없는데, 이라크 전에서도 패배를 거듭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핵무기 보유국가인 북한을 상대로 어떻게 군사적 제재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바로 이 점이 미국의 정치적 양보의 배경이다.


3. 2.13공동성명은 북미 평화공존을 향한 구체적 행동의 첫 출발


9.19공동성명은 한반도 비핵화(한반도 평화체제)를 향한 노정도를 밝혀 놓은 이정표이지만, 아직까지는 구체적 이행조치를 내놓지 못한 ‘말 대 말 공약’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9.19성명 이후에도 첨예한 정치군사적 대결전이 펼쳐졌고, 급기야는 핵실험이라는 극한적 사태까지 이르렀던 데서도 잘 드러난다.


2.13합의는 비록 초기조치지만, 북미평화공존을 향한 구체적 행동의 첫 출발이라는 점에서 매우 커다란 의의를 갖는다.

초기 이행조치 합의는 일회성 합의가 아니라 연속적인 행동단계의 첫 단계 합의이며, 연속적인 과정의 첫 단계 이행조치의 실천은 상호 정치적 신뢰를 높이고, 다음 단계 이행조치 합의에 좋은 영향을 주게 되어 연속적인 행동조치의 합의를 이끌어갈 수 있다.

이러한 제반 정치적 변수들을 고려할 때 다시 전면적 대결국면으로 되돌아가긴 매우 어렵다. 커다란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비록 더디더라도 북미관계가 평화공존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흐름은 되돌려 세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첫 단계 행동조치 합의는 비록 작지만, 새로운 한반도 질서의 출발점이라는 중요한 역사적ㆍ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이다.


2.13 합의의 본질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한의 군사외교역량이 미국의 한반도 지배전략을 힘으로 밀어낸 것이다. 따라서 초기조치 이행에서 부차적인 문제들이 나선다 하더라도 한반도는 큰 틀에서 북미관계정상화라는 길을 가고 있다. 북미관계정상화는 필연코 남북관계의 변화를 가져온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친미수구세력은 미국의 약한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고 대북정책을 전환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2.13 합의 직후 “부시에게 배신당한 기분”, “배신자 부시”같은 표현을 써가며 합의 자체를 부정하려 하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이 미국의 고위층과 잇따라 접촉하고 미국이 북한과 관계정상화를 위한 양자대화에 나서자 돌연 대북정책 변화를 선언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즉,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일정한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정세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게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신은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한반도 통일 분위기와 한나라당의 변화 불가능을 얘기하며 탈당해버렸다. 또한 다른 정당들과 시민사회단체들, 여론도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이 대선용 눈가림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여기에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수구인사인 김용갑 의원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표조차 북한이 여전히 반국가단체라고 하는 등 당의 변화가 찻잔 속의 태풍이 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게다가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변화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북한조차 한나라당의 변화를 믿지 않고 있다. 북한은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의 정책 변화를 “늑대가 양의 가면을 쓰려는 것이나 다름없는 정치만화”라고 비난하였고 정책 변화를 지휘하고 있는 정형근 의원의 방북마저 북한의 거부가 예상돼 아예 신청조차 못했다.


국민 의식 지형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13 합의 이후 북미 양자대화가 진행되자 북한의 김계관 부상의 이름이 인터넷포털 검색어 순위에 여러 차례 1위에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하였다. 여론은 물론 보수 언론에서도 김계관 부상의 외교술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이런 대북 인식 변화는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꾸고 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하여 대선 후에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론이 줄어들고 연내 개최를 주장하는 여론이 61%(내일신문 3월 12일 조사 결과)에 달하였다. 게다가 남북관계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경우 전체 유권자의 37.7%가 지지후보다 정당을 바꿀 수 있으며 한나라당 지지층조차 33.4%가 지지후보나 정당을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하여 남북관계가 대선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은 남북이 힘을 모으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분단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가 통일을 이루지 못하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한 민족인 남북이 만나면 민족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서로 힘을 합치지 못할 이유가 없다. 5․1절 남북노동자 통일대회를 계기로 노동자가 앞장서서 미국과 수구세력의 방해와 개입을 뚫고, 남북간의 민족공조를 더욱더 활발하게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노동자는 자주적 계급이고 노동조합은 자주성을 생명으로 한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자주성,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억압하는 근원은 미국에 있다.

지난 분단반세기동안 우리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노’자도 꺼내지 못하고 빨갱이로 몰리면서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살아야했던 것은 미국이 군사독재를 앞세워 지배해왔던 식민지분단체제 때문이었다.

신자유주의 광풍을 몰아치며 한국경제를 송두리째 집어삼키고, 한국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짓밟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며,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장본인은 다름 아닌 미국 초국적 자본이다.


외국침략의 요충지로 주한미군을 평택으로 확장이전을 강행하는 것도 미국이요, 한미FTA체결을 강요하는 것도 미국이다. 여중생 촛불시위로 당선되었어도 대통령만 됐다하면 민중을 배신하고 친미로 갈 수 밖에 없는 것도 이 땅의 정치를 좌지우지 하는 것이 미국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터무니없이 차기 대권을 넘보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것도 결국 그만큼 우리 땅에 반통일수구친미세력의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때문에 노동자의 자주통일투쟁은 예속적인 한미동맹이 강요하는 반복되는 착취와 억압의 고통을 끊어내는 절박한 투쟁이다.

반미반제자주의 한 길로 노동자가 나설 때 비로소 이 땅의 예속과 분단, 전쟁의 근원이 없어지고, 자주와 통일, 진보와 민주주의, 노동3권이 활짝 꽃피는 시대가 열린다.

창원의 통일노동절은 이제 이 땅의 노동계급이 반미자주에서 노동해방의 출로를 찾고, 자주와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또 하나의 큰 걸음을 내딛는 역사적 선포의 장이다.

▲ 2․13공동성명을 발표한 북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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