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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남과 전인권을 아시나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대학로를 찾은 그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심히 걱정스러웠던 것은 그 분을 만나본 사람은 알겠지만, 백기완 소장 그 자체의 어려움, 불편함에 기인한 것이었다.

 

나름대로 나이와 연륜을 떠나 수평적 관계에서 인터뷰를 진행해보리라 굳은 결심을 다지고 갔지만, "그래 절은 연습해왔어!! 해봐!!"라는 말 한마디에 무너졌다. 뒤늦게 깨닫고 보니 자동적으로 아무런 저항 없이 꾸벅 절을, 그것도 큰 절을 하고 나서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나중에 녹음기를 재생해보니, 말시작과 끝 마다 무의식중에 배어나오는 왠 한숨이 그리도 나오던지..쩝..

 

그리고 백기완 소장을 만나기 전에 읽었던 책에 대해 무던히도 아는 척을 했던 것으로 봐서 나름 아부도 지독히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인터뷰 중간 쯤에는 어쩌다 무슨 연유로 이런 권력관계가 형성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자포자기 심정으로 그냥저냥한 질문들을 던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책에 대해 아는 척하면서 '아부'를 마구 하던 어느 즈음, 귀가 번쩍 뜨이고 정신이 번쩍 들었던 것은  백기완 소장의 호통 덕분이었다.

"혹자는 우리말에 대한 고집이라고도.."

"누가 그딴 소리를 해. 어떤 쌍놈의 새끼가 그런 말을 해. 참세상에서 누가 그런 소리를 해!!"

 

참세상의 이종회 대표를 염두에 두고 했던 말일 것이라고 얼핏 짐작이 되면서, 괜히 이종회 대표가 괜한 누명을 쓰게 될까 싶은 염려가 되던 순간, 나도 모르는 웃음이 그리도 나왔다. 그 순간은 이성이 살아있었는지, 아니면 여전히 감성이 지배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호탕하게 웃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혹시 전인권을 아시나요?" "알지"

"그럼 옷만드는 김봉남은 아시나요?" "그 사람은 잘 몰라"

 

청문회 자리에서도 그토록 밝히기 싫어했던 앙드레김의 본명까지 들먹이며 그들의 존재에 대해 상기했던 까닭은 집회에서, 강연에서 봤던 백기완 소장의 독특한 외모에 대한 나의 인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전인권이 한 방송에서 "머리 스타일 다듬는데, 한시간씩 걸린다"는 말이나, 앙드레김 옷장에 같은 옷 100벌씩 걸려져 있던 것이 생각났는데, 백기완 소장 역시 1시간은 아니더라도 몇 분씩 머리를 매만지고, 검은색 '우리옷'을 몇 벌씩 옷장에 걸어놓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곤 했다.

 

전인권에게 머리스타일이 그를 규정하는 무언가를, 앙드레김이 고집하는 하얀색 옷에서 그의 옷에 대한 철학을 나타낸다면, 백기완 소장이 온몸을 던져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쏟구치듯 내려앉은 머리모양, 하얀색 동정과 검은색 옷색의 대비가 어우러지는 '우리옷'을 통해 더욱 극대화된다는 생각이 이어졌다.

 

백기완 소장은 "내 손구락이 빚이여. 나는 그냥 그렇게 머리 빗고, 비누도 사용안해. 사람들이 냄새난다는 말을 하는데, 그게 바로 사람냄새야"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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