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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이모의 육아일기(1)

그 놈은 꼭 기저귀를 갈 때, 오줌을 싼다. 이는 몇 번 당해도 또 당한다.

그 놈의 생활 패턴은 사실 단순했다. 이 놈과 있을 때면 나의 생활도 단순해 진다.

 

그 놈의 단순한 생활 패턴을 파악해갈 즈음은 그 녀석의 기저귀를 간 손으로 아무렇지 않게 귤을 까먹던 시기와 비슷했다. 언니가 형부의 갑작스런 수술 때문에 자리를 비운 사이 첫 만남에서 그 놈과 나 사이에는 서로를 경계하는 팽팽한 신경전이 상존했다.

 

뭔가 불만족스럽다는 것을 잇몸을 다 드러내고 칭얼대는데, 처음에는 어찌할 바 모르고 싸늘해진 아이를 붙들고 좌절하는 나를 멀리서 지켜보는 상상을 하곤 했다. 특히 분유를 먹으면서 꿀럭꿀럭 숨넘어가는 소리를 낼 때면 그 상상은 극에 달했다. 거기다 이 놈이 눈치도 없이 분유를 먹으며 졸 때면 상상은 잠시 현실로 다가왔다가 또다시 머리로 돌아가는 아찔한 순간을 체험해야 했다. '어림 잡아 한뼘도 안되는 거리로 분유를 넘기는 게 그리도 힘들까!'

 

이 녀석이 가장 만족스러운 얼굴로 놀 때는 배도 부르고, 기저귀도 축축하지 않으면서 졸립지 않을 때다. 나에게 일정한 여유가 찾아온 것은 때 되면 배가 고프고,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저히 우유만 먹었다고 생각할 수 없는 방귀를 뀐 후, 이 녀석을 만난 이후 사용하지 않는 황금카키색 아이세도 색깔의 똥을 싸고, 졸음이 온다는 패턴에 익숙해질 때 였다.

 

이 순간 나는 로버트가 된 것 같다. '4시 30분? 밥 먹을 때가 되었군' 이 녀석은 칼 같이 1시간 30분 간격으로 밥(?)을 찾는다. 입에 들어갈 때는 실온으로 느껴질 것 같은 온도의 물 100(리터인가?), 플라스틱 티 스푼으로 깍아서 5스푼을 넣어 골고루 흔들어놓고, 분유병 젖꼭지를 바로 입에 넣어주지 않고 입 주변에다만 콕콕콕 찍어주면 제비 새끼 모양 쫙 벌린 입으로 연신 젖꼭지를 찾는 시늉을 하는데, 제법 재밌다.    

 

그런데 그러던 이 녀석이 배가 고프지도, 기저귀가 축축하지도 않으면서, 졸고 싶지도 않은데 칭얼댈 때가 있다. 내 교과서에는 없는 내용, 교과서만으로는 실전에 약하다. 아무래도 모유를 먹던 녀석이 하루종일 고무 젖꼭지만 빨았지..거기다 빈 젖꼭지라도 물고 자던 녀석이 맨 입에 놀려니 꽤나 심통이 났던 모양이다. 유선이 발달되지 않았더라도 자극을 주면 젖이 나올 수도 있다는 예전에 언니에게 들었던 믿지 못할 낭설에 나도 모르게, 내 젖꼭지라도...

 

그러나 인생은 자기 하고 싶은대로만 하고 살 수 없는 법, 칭얼대는 아이를 그냥 20여분 놔뒀더니 버둥대며 혼자 잘 놀더라...근데 생후 100일이 안된 갓난 아기에게는 물고 빨고 싶은 욕구가 상당하단다. 또 기회가 있다면 그 때는 공갈 젖꼭지라도 물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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