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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 6호] 대법 최종판결 이후 사내하청 정규직화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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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최종판결 이후 사내하청 정규직화 투쟁
      


최병승 

 


 

[편집자] 2005년 현대차 사내하청업체에서 해고된 뒤 7년 동안 부당해고구제소송을 벌여 지난 2월 23일 대법원 최종 승소 판결을 받은 최병승 동지가 <혁명>에 기고 글을 보내왔다. 이번 대법 판결 이후 현장의 분위기와 당면한 대응 방향에 대해 궁금해 할 많은 독자들을 위해 현재 경황이 없는 가운데서도 급히 시간을 내서 썼다고 한다. 이번 대법 판결 이전의 글이지만 <혁명> 준비5호(1월)에 최동지가 기고한 “혼란의 종지부를 찍고, 반격하자! 투쟁하자!” 글도 함께 읽어 보길 독자들에게 권한다.

 

 

  지난 2월 23일 대법원은 현대자동차(주)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하고, 파견법 6조 3항(고용의제)를 적용하여 2년이 초과한 날로부터 현대자동차 정규직이라 밝혔다. 즉, 현대자동차(주)는 파견법 5조(근로자파견 대상업무 등) 5항을 위반했으며, 동법 제43조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사내하청 업체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대법원 판결은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대법원 판결 결과로 현장 분위기는 높아만 가고 있다.
 

 

 

1. 대법원 판결 핵심

 

이번 판결은 ‘현대자동차(주)가 사내하청 노동자를 하루만 사용하더라도 불법이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12,0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불법 사용하는 것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따라서 현대자동차(주)가 불법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러나 사측은 2월 29일 울산공장장 담화문에서 “금번 23일 대법원 판결은 사내하청과 관련한 개인의 판결이며, 전체 사내하청을 대상으로 하는 판결이 아님을 직시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하며 대법원 판결을 왜곡하면서, 신규채용으로 현장을 흔들고, 정리해고로 대상자를 축소하고 있다. 따라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현대자동차비정규직 3지회는 ‘사내하청 폐지!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사측 탄압에 맞서야 한다.

 

 

2. 일어서는 현장

 

  8년 동안 지회 투쟁의 결과로 쟁취한 대법원 판결이 조합원에게 투쟁의 정당성과 확신을 갖게 만들었다. 8년 동안 지회는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위해 3차례 파업투쟁을 전개했고, 故류기혁 열사를 가슴에 묻어야 했으며, 2명(최남선, 황인화)의 조합원이 분신을 시도했다. 또한  조합간부 20명 구속, 160여명 해고, 1,000여명이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당해야 했다. 이러한 탄압에도 지회는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라는 원칙을 사수하며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의 불씨를 지켜나갔다. 그 저력이 대법원 판결을 전후하여 현장을 다시 살아나게 하고 있다.  

 

  대법판결 일자가 확정된 후 19일부터 금속노조 주관으로 개최된 ‘지회 조합원 간담회’와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사업부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대법판결 보고대회’, 29일 민주노총 울산본부 주최로 개최된 수요 집회에 예전과 다르게 많은 조합원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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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파업 이후 1년간 극심한 현장탄압과 해고자 출입 통제, 집행부 부재로 인한 불안정한 집행으로 조직체계가 무너져 있었지만 조합원의 자발적 참여로 다시 현장은 투쟁 의지로 불타고 있다. 지회가 정상화 되고, 어느 시점에 오면 제2의 ‘25일 파업’이 시작될 것이다.

 

 

3. 투쟁에 돌입한 지회 

 

  현장이 살아나면서 지회 정상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졌다. 현장 요구는 간부 활동가 결의로 이어졌고, 3월 6일부터 지회 4대 임원선거가 진행된다. 얼마나 많은 후보가 출마할지 모르지만 8대 요구를 걸고 투쟁했던 25일 파업의 기억을 가진 조합원은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쟁취’하는 투쟁을 책임질 수 있는 지도부를 원하고 있다. 또한 비대위는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조합원, 조합탈퇴자, 비조합원 간의 갈등을 완화하면서 조직력을 확대하고, 각 사업부별 체계를 수립하고 선거 이후 즉각 진행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주)에 대법원 판결에 따른 입장을 요구했고, 사과도 내용도 없는 담화문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며, 지회 요구와 투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원하청 공동투쟁도 시작되고 있다. 3월 2일 현대차지부장과 비정규직지회 3지회장은 간담회를 갖고 3월 6일 원하청연대회의 구성과 구체적인 공동투쟁에 대해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총선 활용론을 주장하며 3월 투쟁계획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는 금속노조 및 현대차지부와 지금부터 현장 조직화가 요구되는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 간 입장을 좁히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4. 즉각 시행할 사업

 

  대법원 판결 이후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 각자의 역할이 요구된다.
 

  첫째, 금속노조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여론화를 시작으로 산하사업장 사내하청 제도 철폐 투쟁을 2012년 핵심과제로 삼아야 한다. 최소한 금속노조 사업장을 비정규직 없는 공장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러한 조직적 대응이 있어야 이번 대법원 판결이 현대자동차로 국한되지 않고, 금속노조 전체 사업장 그리고 전국 제조업 사업장으로 확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현대차지부는 대법판결에 따른 긴급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2005년 현대차노조 11대 집행부는 불법파견 투쟁을 시작하면서 노동부 판정을 근거로 비정규직 투입 금지, 8개 항목에 대한 공정분리 금지를 노동조합 긴급지침으로 발표했다. 대법원이 최종확정을 내렸기 때문에 현대차지부는 보다 분명하게 불법적인 비정규직 투입 금지, 현재 일하고 있는 불법파견 노동자 고용보장, 공정분리 금지 등을 밝히고, 불법파견 현장을 보전하고 정규직화 대상 축소를 막아내야 한다. 또한 실질적인 원하청 공동투쟁으로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가 현장조직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공동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셋째,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는 조직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전주를 제외하고는 아산과 울산은 지회장 선거를 마무리해야한다.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가 정상 체계를 갖추게 되면 공동 요구(8대 요구)를 재확인하고, 현장조직력 확대(집단 조직화 등)를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현장을 집중시키기 위해 교섭을 빠르게 배치해야 한다.

 

  교섭을 일찍 하나 늦게 하나 사측의 반응은 동일하다. 즉, 일찍 하면 할수록 사측을 향한 조합원 분노를 빨리 모으면서, 집단조직화로 지회 조직력을 확대할 수 있다. 그런데 교섭이 계속 미뤄진다면 사측이 신규채용과 정리해고로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지회 조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는 조직체계 정비와 동시에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핵심으로 하는 8대 요구를 중심으로 교섭을 재개하고, 조직 확대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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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 6호] 자본주의 체제 위기와 세계 자동차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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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체제 위기와 세계 자동차산업

 

 

이민수


 

 

  세계경제 위기로 자동차산업은 특히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2008년부터 2009년 상반기까지 세계의 주요 자동차 회사들 모두가 조업단축과 정리해고(감산, 감원), 직장폐쇄를 단행한 바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이자 최대 다국적 기업인 제너럴 모터스(이하 GM)가 파산 지경에 이르자 미국 정부는 GM 살리기를 위해 엄청난 재정을 쏟아 붓고 필사적으로 개입했다.

 

  'GM 살리기’라는 이름 아래 당시 GM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공격은 세계 자동차산업 전체적으로 노동자들을 향해 자행되었던 공격 중에서도 가장 사악한 것이었다. 시간 순서에 따라 당시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의 구조조정 공격을 살펴보면, △유럽 2대 자동차회사인 푸조·시트로앵(PSA)은 2008년 3억 4300만유로(약 4천 9백억원) 손실을 이유로 2008년 말 3천명을 정리하고, 2009년 초에 다시 1만 1천명 정리해고를 추진했다. 그리고 2012년에도 최대 5천명 감원 계획을 밝혔다. △ GM은 2009년 2월 전 세계 14개 공장 폐쇄와 4만 7천명 정리해고를 발표하고, 딜러망을 약 39% 축소, 전 세계 종업원 2만 2000명 해고 등 일사천리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였고, 현재도 추진 중에 있다. △일본 닛산은 2008년 초부터 2009년 초까지 전 세계 종업원 2만명 정리해고 계획을 추진하였고, BMW는 8천명, 크라이슬러, 도요타, 포드는 각각 3천명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또한 이탈리아에서는 피아트가 정부에 구제기금 지원을 요구하며 만일 지원이 안 될 경우 6만명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가장 경쟁력 있는 제조업체들이 입지하고 있는 유럽과 일본에서 자본가들과 각국 정부, 그리고 개량주의 정당들과 노동조합 관료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건실했던” 그들 국내 산업들이 미국발 금융위기와 미국 시장의 붕괴 때문에 심대한 위기를 맞았다며 불만을 표했다. 그들은 미국 정부가 보호무역주의와 엄청난 구제기금으로 자국 산업 살리기를 하여 시장을 “왜곡시켰다”며 비난했지만, 그들 역시도 자국 제조업 구제기금으로 수십억 유로 또는 수백억 엔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세계 자동차 독점자본들은 다국적(多國籍) 자본이지만 그렇다고 국적이 없는 것이 아니다. 본사는 대부분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같은 제국주의 강대국들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이들 제국주의 강대국들은 모두 자국 자동차 독점자본을 위한 공황 구제책과 각종 자동차산업 정책을 앞 다퉈 시행했다. 프랑스는 르노와 푸조 시트로엥에게 거액의 구제금융을 지원했고, 독일과 일본은 보조금을 지급하여 국내 자동차 가격을 낮춤으로써 수요를 촉진하는 부양책을 실시했다.

 

  말로는 세계경제 파국을 막기 위해 국가 간 협력과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떠들면서도 결국은 주요 제국주의 나라들 모두가 자본주의 체제 위기 속에서 경쟁적으로 자국 자동차 독점자본의 파산을 막기 위한 국가 개입과 지원에 주력했다. 이 가운데서도 미국은 특히 더 그러했는데, 산업공황이 전 세계를 강타하기 이전부터 이미 자국 자동차산업이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7년에 이미 GM은 380억 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 같은 다국적 자본이 판매대수와 영업이익에서 기록적인 증가 실적을 발표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과 독일마저도 세계경제 위기에 휩쓸려 들어가면서 미국 자동차산업만이 아니라 세계 자동차산업 전체의 위기로 확대되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글로벌 신용경색은 자동차산업 공황의 뇌관에 불을 붙인 것일 뿐, 그 뇌관 자체는 장기적으로 누적되어온 ‘자본의 과잉축적 위기’이다.

 

  지난 산업순환 확장기였던 2000년대 초중반에 이미 2천만대 이상 자동차 과잉설비가 갖춰졌고, 2백만 대 이상의 자동차가 과잉생산 됐다. 모든 주요 자동차회사들이 어떻게든 이윤을 내기 위해서는 고도의 공장 설비를 갖춰서 생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말하자면 불변자본(또는 ‘고정자본’) 양이 자동차산업의 노동인력(가변자본)에 비해 그 불비례가 매우 높았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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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1990년대에 자본가들은 과잉생산 문제에 대처한다면서 생산성 제고, 임금 삭감, 노동시간 연장, 인력 감축 등을 가차 없이 밀어붙였다. 모듈화 아웃소싱, 부품사 통폐합 및 전문 대형화를 통한 독점화, 완성차 독점자본들에 의한 부품사 단가 후려치기 등도 이 시기 자본가들이 과잉생산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자동차산업 과잉생산 · 과잉축적 위기가 투기호황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의해 일시적으로 완화되었다. 무엇보다도 투기호황과 이로 인해 고임금 노동자들 및 중간계급 소비자들에게 저금리 신용대출이 확대됨에 따라 자동차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여기에 기름값이 낮은 수준으로 이 시기에 묶여 있던 요인도 한 몫 했다. 게다가 거대 자동차회사들은 국가로부터 세제 혜택과 가격 지원도 받았다. 그러나 시장 확보를 위해 날로 격화되는 경쟁 압박이 끊임없이 노동자 착취 강화로 이어졌다. 특히 미국 시장 가격 경쟁이 파멸적인 제 살 깎아먹기 수준으로까지 치달으면서 발생한 자본 위기를 온통 노동자에게 전가했다.  

 

  이 누적된 모순들이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터져 나왔다. 현 자본주의 위기의 일부로서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오직 과잉자본의 대대적인 파괴 말고는 자본주의 체제의 틀 안에서 달리 해결책이 없다. (이 과잉자본의 파괴는 추상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동차회사들의 주가 폭락 같은 장부상의 감가 손실만이 아니라 기업 도산과 직장폐쇄로 인한 대규모 정리해고 같은 노동자들의 피눈물과 ‘사회적 타살’이 수반되는 과정이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의 자본들이 어떤 자본인가? GM, 포드, 크라이슬러, 도요타, 혼다, 폭스바겐, 다이믈러 벤츠, 르노, 푸조 시트로엥 등은 미국 · EU(유럽연합) · 일본 등 세계 최대 제국주의 열강들의 자본 가운데서도 중핵 부문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질서에서 상징성을 가진 자본들이자, 실로 20세기 초 이래 제국주의 시대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생산 시스템의 전형이 되고 있는 자본들(예컨대 포드주의와 도요타주의 등)이다.

 

  이와 같이 제국주의 심장부들에서 산업생산의 중핵을 이루고 있는 이들 자본이 지금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이들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독점자본들은 또한 확고한 핵심 지위를 갖는 금융자본 부문들 -- 레닌이 <제국주의론>에서 제시한 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전자의 우위 하에 융합한 자본 구성 -- 이다. 현 자본주의 체제 위기로 인해 다름 아닌 이들 자본의 미래가 지금 의문에 붙여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그 어느 산업보다도 단연 독점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산업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4개국의 소수 거대 자동차회사들이 세계 생산 및 세계 시장을 자신들 사이에 분할해 놓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이탈리아, 인도 정도가 그 나마 유의미한 자동차 자본들이 살아남아 있거나 새롭게 틈새시장을 비집고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정도이다.)

 

  이들 4대 국가의 자동차 자본들은 이제 새로운 경쟁 시기로 돌입했다. 최강 제국주의 국가로서 미국의 헤게모니가 계속해서 무너져가고 있고 그 헤게모니 유지비용이 더욱 더 과중해져 감에 따라 미국의 선도적 자동차회사들도 글로벌 시장 쟁탈전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 정부가 GM 하나를 살리기 위해 물경 수천억 달러를 주저 없이 퍼다 준 배경이다. 한편 EU 정부들이 -- 그리고 자동차산업에서 미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독일 자본가계급이 특히 -- 현지 GM(GM EU)에 구제기금을 지원해 주라는 미국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한 것도 바로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심지어 그들은 오펠/복스홀을 지엠에서 떼어내 ‘유럽’ 기업으로 -- 사실상 독일 기업으로 -- 전환시킨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기까지 한다.

 

  노동조합 관료들과 개량주의 정당들, 그리고 ‘책임있는’ 민족주의 부르주아 정치인들이 집착하고 있는 이런 저런 “해결책”들이란 것은 결국 ‘노사가 협력해서 다른 나라 자동차산업에 대항하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자동차산업 살리기를 위한 이른바 ‘구조재편’이나 ‘구제안’이란 것은 어떻게 자국 자동차 자본을 지원하여 다른 나라 자본을 밀어내고 세계 시장에서 더 큰 몫을 확보할 것인가, 그리고 이를 위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국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고통분담’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의 위기를 전가할 것인가의 문제로 요약된다.

 

  개량주의 정당들과 노동조합 관료들이 지지하는 이러한 자동차산업 살리기 구조재편안이나 구제안은 명백히 자본 살리기/ 노동자 죽이기 프로그램에 다름 아니다. 노동자계급은 이러한 자본가계급의, 자본가계급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노동자계급 자신의 프로그램을 채택해야 한다. 자본의 위기 전가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 나아가 경제위기에 맞서 어떻게 노동자들의 통제 하에 생산과 산업을 재조직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정치적 프로그램, 즉 위기(공황)에 맞선 노동자 행동강령이 필요하다. 

 

  △ 직장폐쇄, 휴폐업, 조업단축 반대! 정리해고 반대!

      임금삭감 반대! 정원감축 반대!

      노동조건 저하, 노동강도 강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

 

  △ 이러한 자본의 공격은 오직 우리의 투쟁을 통해서만 저지할 수 있다.

      투쟁으로 쟁취하자! 

      파업과 공장점거, 시위와 가두투쟁이 우리의 투쟁 무기이다.

 

  △ 영업비밀 폐지! 회사 회계장부와 투자계획, 소유구조 공개!

 

  △ 자동차산업 구제안 반대!

      자본가들과 대주주에 대한 보상 없는 자동차산업 국유화!
  
  △ 생산 및 산업에 대한 노동자 통제!

      경영참가, 공동결정제, 노사정위 등 노사협조기구 반대!

 

  △ 노동조합의 전투적 재편! 노조관료주의에 반대하는 평조합원운동 건설!


  우리가 현재 마주친 자동차 생산의 위기, 즉 수십 년 동안 누적되어 온 과잉생산 위기는 이 산업의 미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전 세계의 모든 개인들이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도록 자동차 생산을 더욱 더 늘리는 것이 이 산업의 미래가 되어야 할 것인가? 이런 식으로 과잉생산을 해소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이 산업의 미래가 되어야 할 것인가?

 

  어떤 식으로든 생산을 늘리겠다는 것, 신규 시장을 창출하겠는 것 이 모두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문제를 더욱 키우는 꼴이 될 것이다. 설사 부르주아 정치인들과 경제전문가들이 급속히 팽창하는 신규 시장을 발견 -- 예를 들어 인도 같은 거대 인구 국가에서 -- 할 수 있을 지라도 이것은 더욱 격렬해질 제2라운드 경쟁을 동반하여 이미 재앙으로 치닫고 있는 사회적 · 생태적 도박을 가열시킬 것이다.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부 밖에 있는 나라들에서 더욱 더 많은 ‘중산층’들을 자동차 소유자로 전환시켜내는 것이 이들 나라의 빈곤과 취약한 운송시스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자동차산업의 위기(그리고 여타 운송수단 제조업의 위기)는 지금 합리적이고 통합적인 생태친화적 운송시스템에 대한 필요를 절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자본주의적 소유제가 이 문제에 대해 (해결은 둘째 치고) 접근조차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생산과 산업에 대한 자본가적, 사적 소유와 통제가 생산수단의 발전에, 사회의 생산력 발전에 절대적인 족쇄이다. 정말이지 자본주의를 그대로 놓아 둔 채 그 틀 안에서 ‘해결책’이라는 것은 모두가 하나같이 생산수단과 사회의 생산력을 파괴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구조조정과 통폐합, 독점화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여 그들의 창조적 잠재력을 놀려놓고 쓸모없는 잉여역량으로 내모는 것이야말로 사회의 최대 생산력을 파괴하는 것이다.

 

  산업의 국유화와 함께 산업에 대한 노동자의 통제와 계획(planning ; 생산 및 산업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수백만 노동자가 고용되어 있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국제적 생산 사슬(국제 체인망)을 틀어쥐고 생산 전체를 재조직하기 위한 산업 통제와 계획은,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의 족쇄를 끊어낸다면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자동차산업에서 노동자들이 획득한 숙련과 전문성은 실로 엄청난 자산이다. 그 사회적 잠재력이 지금 자본주의 하에서 헛되이 손상되고 낭비되고 있다.

 

  노동자의 통제와 계획은 그러나 다음과 같은 한 가지 문제를 던진다. 누가, 어느 계급이 사회를 재조직할 수 있는가? 오바마 정부든 메르켈 또는 사르코지 정부든 이명박 정부든 또는 민주대연합 정부든 그 어떤 자본가 정부도 이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들 자본가 정부는 자본을 구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 좀 나은 다른 자본가 정부로의 ‘정권 교체’ 가 아니라 노동자 정부가 필요하다.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투쟁 속에서 만들어지는 노동자 투쟁기관들, 즉 노동자평의회, 공장위원회, 투쟁하는 노동조합, 그리고 구사대· 용역깡패 · 폭력경찰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될 노동자정방대와 노동자민병대 등의 노동자 대중투쟁기관에 기반을 둔 노동자 정부로 자본가 정부를 대체해야 한다.

 

  이 정부는 그 동안 노동자 민중들을 수탈해 온 금융자본, 즉 은행과 금융회사(각종 펀드, 보험사, 투자사), 증권거래소 등을 수탈할 것이다(그리고 소액 주주들을 보상해 준 뒤 폐쇄하고 단일 국영은행으로 통합시킬 것이다). 나아가 자동차산업 같은 대규모 산업과 국가기간산업을 몰수 국유화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노동자 민중들이 자본주의 위기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고 부자들과 자본가들 자신이 위기의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다. 또한 그렇게 해서 위기와 공황을 안고 사는 이 경제를 더 이상 이윤이 아니라 인민의 필요를 위해 완전히 재편하고 사회주의적 계획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 것이다.

 

  당장 자동차산업만 보더라도 오늘날 소유와 생산이 국제적 체인으로 엮여 있는 현실에서 이와 같이 자본주의 체제에 도전하고 자본주의를 침해해 들어가는 투쟁은 그 첫날부터 일국적 경계로 갇혀질 수가 없다. 국제적 수준에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아시아와 유럽과 아메리카 온 대륙을 가로질러 전체 자동차 노동자들을 연결하고 하나로 묶어세우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은 거대기업들을 접수하고 노동자 통제에 기반한 초국적 해결책을 제기하여 모든 고용을 보호하고 일자리가 아닌 노동시간을 줄이는 투쟁을 국제적 수준에서 전개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이러한 투쟁으로부터 만들어 질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에서는 환경 재앙으로부터 우리의 지구를 구하고 전쟁을 영원히 추방하고 가난과 결핍, 억압과 착취와 모든 형태의 차별을 최종적으로 끝장 낼 사회주의적 계획을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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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 6호] 시리아 혁명과 아랍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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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혁명과 아랍의 봄  

 

 

양재훈


 

 

  시리아에서 바사르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민중들의 투쟁이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정권의 강경 탄압으로 7천명 이상이 학살당했다. 그러자 ‘인도주의적 개입’이라는 이름으로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서방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개입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한편 시리아에 상당한 경제적 이권을 가지고 있고, 아사드 정권을 동맹군으로 두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 같은 또 다른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서방의 개입에 반대하며 나서고 있다.

 

  2011년 초에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이 제국주의의 개입으로 굴절된 리비아 혁명에 이어 시리아에서도 순탄치가 않은 상황이다. 그 동안 사회주의자들은 튀니지, 이집트 혁명이 중동 전역으로, 아랍 혁명으로 확산되고, 독재 정권들의 타도를 넘어 노동자계급의 권력 장악으로 나아가는 연속혁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이러한 혁명 확산과 노동자계급의 권력 장악을 막고자 혈안이 된 제국주의 세력들의 개입에 대해서도 사회주의자들은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
  그러나 제국주의의 개입에 반대한다고 해서 아사드 학살 정권을 지지하는 중국과 러시아 같은 또 다른 제국주의 세력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사회주의자들은 마땅히 아사드 독재정권을 타도하기 위한 시리아 민중들의 봉기를 지지하며, 서방 제국주의의 개입만이 아니라 이와 경쟁하는 중국, 러시아 제국주의의 아사드 정권 지지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한편 아사드 정권과 반정부 운동 사이에 협상을 중재하고 나선 아랍연맹도 친아사드 진영(이라크, 레바논, 수단)과 반아사드 진영(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왕정 국가들)으로 갈려 있지만, 이들 국가 모두 시리아에서 권력의 문제가 거리에서 결정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개입에 나서고 있다. 라이벌 양대 제국주의 세력들과 서로 대립하는 아랍 정권들 모두가 하나로 모아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시리아에서 노동자계급이 권력을 잡는 일은 절대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리아 혁명과 제국주의

 

  시리아 혁명이 놓여 있는 조건들에 대한 이러한 기본 관점을 분명히 한 가운데 현재 전개되고 있는 상황과 쟁점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해 보자.
  리비아의 카다피처럼 아사드 정권은 초장부터 강경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반정부 거점인 홈스 지역에 현재 대포와 탱크 등 중화기를 동원해 폭격을 계속하여 사상자가 더욱 늘어나자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하는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서방 제국주의 강대국들과 터키, 사우디, 그리고 미국의 보호 아래 있는 아랍 정권들이 모종의 개입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아사드 정권이 제국주의 쪽에서 볼 때 눈에 가시 같은 것이어서가 아니라(힐러리 미 국무장관은 아사드를 “개혁파”라고 부르고 있다), 시리아의 혁명과 봉기와 내전이 중동 지역 전체를 불안정으로 몰아갈 것이고 미국 자신의 피보호 국가들에서 민중들의 봉기를 고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들은 혁명을 “방어”한다는 이름으로 혁명을 유엔과 아랍연맹, 터키, 나토 등의 개입 하에 구속복 속에 집어넣으려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현재 유엔 안보리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러한 개입에 반대하며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반제국주의’ 세력인가? ‘반제’는 커녕 그들 자신이 거대 국가자본/ 독점자본이 지배하는 제국주의 강대국이다. 서방 제국주의와 대립하는 라이벌 제국주의일 따름이다. 중국과 러시아 둘 다 시리아나 이란 같은 독재 정권들을 동맹군으로 하고 있고 이들 나라에 상당한 금융 자산과 경제 이권을 가지고 있다. 또한 둘 다 ‘아랍의 봄’과 같은 유형의 민주주의 혁명 불길이 국내에 옮겨 붙을까봐 단속과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에서 대규모 반푸틴 시위 물결이 일면서 아랍의 봄에 대해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중국도 잠재적으로 폭발적인 노동자계급의 투쟁과 함께 티베트, 위구르 같은 소수민족 저항에 직면해 있는데, 경제위기로 인해 경제 불만이 반체제 정치투쟁으로 전환할 경우 이에 대한 민주적 충격흡수 장치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팍’(아프간-파키스탄)에서의 군사개입이 실패한 뒤 신흥 강대국 중국에 대한 정치적 · 군사적 봉쇄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아랍의 봄으로 중동은 더욱더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각축 무대가 되고 있다. 시온주의 깡패국가 이스라엘은 아랍 국가들을 협박하고 분열, 약화 공작을 펴는 중동지역 내 제국주의의 특무상사 역을 하고 있지만, 미국 정당체제에 나름의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주인으로부터 상대적 자율성을 가지고서 행동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올해 이스라엘이 핵 대응력을 (엄포로든 실제로든) 강화하려 하는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지배계급 내 이른바 온건파 세력들과 유럽연합은 이것이 중동 지역 전체의 화약고에 불을 붙일 수 있음을 두려워한다. 단지 전쟁의 화약고만이 아니라 혁명의 화약고에도 점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혁명 화약고가 터지면 서방 제국주의는 그 불가피한 이스라엘 감싸기로 인해 이번에는 철저히 폭로되어버릴 것이다.

 

  아랍의 독재정권들과 절대왕정들이 외부 보호자를 찾고 있고, 경쟁하는 외세들은 그들대로 현지 대리인들을 고르고 있다. 노동자계급은 이들 라이벌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현지 마름들뿐만 아니라 현지의 각종 NGO들, 인권재단, 스탈린주의 · 차베스주의 “좌파”들에 대해서도 엄격한 계급적 독자 노선을 취해나가야 한다.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좌파’들

 

  시리아 혁명은 일부 사이비 좌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제국주의와 시온주의의 도구가 아니다. 스탈린주의 시리아공산당을 비롯하여 이들 “좌파”들은 바트당(한 때 ‘아랍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정권을 잡은 좌익 민족주의 세력으로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도 바트당 정권이다) 정권의 일부 반제국주의적 지점들을 노골적으로 과장하여 그 동안 아사드 바트당 정권을 변호해 온 자신들의 수치스런 역할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집트, 요르단과는 달리 시리아는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체결한 적이 없고, 오늘날 이란(이스라엘과 미국의 주적)의 동맹군이라는 점, 그리고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저항세력 일부와 레바논의 헤즈볼라에게 재정과 무기를 지원해 왔다. 이는 진실이다. 그러나 1976년 대학살처럼 시리아가 레바논의 팔레스타인인들을 공격하여 학살해 온 것도 진실이다. 아사드 정권의 반이스라엘 언사와 행동은 궁극적으로 골란고원을 수복하고 미국 및 유럽연합과의 관계 정상화를 이루기 위한 협상에서 교섭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아랍의 봄 이전에 아사드 정권은 터키와 유럽연합, 그리고 심지어는 미국과도 관계 정상화를 애걸해 왔다. 카다피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아사드 정권은 오래 전부터 ‘아랍 사회주의’ 수사를 대부분 포기했고, ‘근대화’와 ‘경제개혁’, 즉 사유화와 외국인 자본 개방의 길을 밟았다. 이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이 만연하고 실업률이 25%(그 대부분이 청년 실업)로 치솟았다. 다른 아랍 혁명들에서처럼 이런 요인들이 저항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

 

  사회주의자들은 제국주의 강대국 또는 그 동맹국(이스라엘 같은)으로부터 비제국주의 나라들이 공격받을 때 그 정권의 성격이 어떠하든 이 나라들을 방어해야 한다. 1990년과 2003년에 이라크에 대해 그러했고, 올해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에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어가 이들 나라의 정권을 방어하는 것과는 관계없다. 특히 이라크 후세인 정권이나 이란의 이슬람 정권처럼 그 정권들이 자신의 인민들을 잔인하게 억압하는 데서야 더 말할 것도 없다. 반대로 사회주의자들은 혁명적 운동이 이들 독재정권을 분쇄하고, 민주적 권리를 쟁취하고 노동자계급 권력 장악의 길을 여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 이것만이 일관된 민주주의적 · 반제국주의적 · 반자본주의적 노선이다.

 

  그러나 개량주의자들, 스탈린주의자들 또는 오도된 ‘반제국주의’ 좌파들은 아사드의 몰락이 훨씬 더 나쁜 독재나 훨씬 더 노골적인 제국주의 대리 정권으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하여 혁명에 반대한다. 그러나 반혁명적 결말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보장을 받을 때만 혁명을 지지할 수 있다는 것은 웃기는 이야기다. 대중봉기 내 지도부의 반동적인 정치적 성격을 전제할 때 이는 리비아나 시리아에서만큼이나 튀니지와 이집트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일이다. 이집트에서 지금처럼 반혁명적인 이슬람 정권이 안착할 위험성이 있다고 해서 애초의 이집트 혁명에 반대한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시리아 혁명을 제국주의 기획물로 보는 한국의 스탈린주의자들

 

  한국에서 스탈린주의자들과 오도된 반제국주의자들은 한 걸음 나아가 시리아 혁명을 제국주의의 기획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역사를 지배계급들이 대중을 상대로 행하는 일련의 음모 속에 끼워 넣고 보는 관점을 취한다. 그리하여 리비아와 시리아의 경우는, 이들 정권이 ‘반제’ 정권이기 때문에 혁명은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외부로부터’ 기획된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정협 신문 80호, ‘시리아, 제2의 리비아인가?’)
이것은 혁명 일반에 대해 지배계급이 취하는 태도, 즉 배후설과 음모론의 전도된 버전이다. 볼셰비키 혁명은 독일 최고사령부가 꾸민 음모의 결과라는 식으로, 또는 광주민중항쟁의 배후에 00이 있다는 식으로. 언제나 스탈린주의자들은 과거 동유럽에서 정권에 맞서 일어난 노동자 봉기들(1956년 헝가리, 1980년 폴란드)을 미 CIA의 음모라고 선전했다. 한국의 스탈린주의자들도 현재 아사드 정권의 탄압에 맞서 총을 든 봉기자들이나 아사드의 군대에서 이탈해 나온 병사들이 모두 미국과 영국 특수부대에 의해 훈련받고 그들 지휘 아래 있는 제국주의 용병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모든 대중운동에는 제국주의의 수임자들과 대리인들이 끼어들고 개입한다. 그러나 이것이 운동의 성격을 만들지는 않는다. 정말이지 일년 동안 유혈 탄압에 맞서 저항하는 운동이, 그것도 수천 명이 살해되고 수만 명이 체포 고문당하면서 지속되고 있는 대중운동이 ‘외부로부터 만들어진’ 것일 수가 있겠는가? 지배계급의 그것들 못지않게 한국 스탈린주의자들의 배후설과 음모론도 황당하고 기괴하다.  

 

  한편 순수혁명론자들은 지도부의 반동적 성격 또는 대중의 낮은 계급의식 수준 -- 그 자체가 아사드 정권이 일체의 독립적인 정치세력을 억압한 결과이다 -- 을 들어 혁명을 기각한다. 이는 사실상 노동자계급과 피억압 민중들에게 던지는 난폭한 최후통첩일 따름이다. “먼저 당신들 스스로 진보적, 세속적, 반제적, 심지어는 혁명적 지도부를 만들어내라. 그때 우리는 당신들을 지지하는 것을 생각해 보겠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아사드 정권에 맞서 저항하는 사람들은 이미 고도로 발달한 정치의식을 지녀야만 할 것이고, 억압에 맞서 떨쳐 일어서기 전에 그들의 종교적 또는 부르주아민주주의적 환상과 단절해야만 할 것이다.

 

  다행히도 대중은 그러한 공상적인 처방을 따르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혁명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실로 그 모든 위험과 혼돈을 수반하는 그러한 혁명적 격변만이 대중 의식의 급격한 변화를 가능케 함으로써 이로부터 새로운 진정한 혁명적 지도 세력이 발전해 나올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분명한 전제조건이 있다. 진정한 혁명가들은 피억압자들이 갖고 있는 환상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들이 반동적인 지도부를 현재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 피억압자들을 지지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잘못된 지도부를 제끼고 혁명적 세력이 전면에 나서는 데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아무도 줄 수 없다. 그러나 결국 반혁명적 위험은 어떠한 혁명적 투쟁과 봉기에도 내재해 있다.

 

  레닌의 유명한 말처럼, “‘순수한’ 사회혁명을 기대하는 사람은 그 누구든 그러한 혁명을 살아서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한 사람은 혁명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혁명에 립서비스를 바치는 사람이다.”

 

 

혁명적 봄이 반혁명적 겨울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의 모든 운동들처럼 시리아 혁명도 몇 가지 요인들이 수렴된 결과로 일어났다. 첫째, 세계자본주의 위기와 아사드 정권 하에서의 신자유주의 ‘개혁’이 사회적 불평등을 크게 벌렸을 뿐만 아니라 수백만 대중의 생활조건을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둘째, 이로 인해 광범한 대중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도입을 위해 독재 타도 요구를 들고 떨쳐 일어섰다.

 

  요약하면, 대중은 계속해서 전처럼 살아갈 생각이 없다. 계속해서 전처럼 부패한 폭군에 의해 억눌리고 짓밟히며 살 생각이 없다. 시리아 혁명의 결말, 그 성공 여부는 투쟁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대중민주주의 기관과 혁명적 노동자계급 지도부(대중을 권력으로 이끌 수 있는 혁명당)를 투쟁의 용광로 속에서 벼려낼 수 있는 능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아랍의 봄은 처음에 거대한 민주주의적 · 평화주의적 환상을 가지고 시작되었다. (이는 1917년 러시아의 2월혁명 이래 모든 ‘2월혁명들’의 특징이다.) 그러나 이제 아랍 혁명들은 국내 반동에 의해 갈가리 분열되고, 제국주의 세력들 간의 패권 다툼과 중동지역 내 고조되는 전쟁 위기에 휩쓸리면서 야만적인 장기 분쟁이라는 가혹한 현실에 길을 내주고 있다. 특히 지금 아랍 혁명이 두 가지 주요 반혁명적 장애물에 부딪혀 있다는 것이 이제 분명하다.

 

  첫째, 이집트와 튀니지에서는 군사정권들이 분쇄되지 않고 건재해 있다. 그래서 군 최고사령부가 민주주의 선거를 이용하여 이슬람주의 정당들을 지배 세력으로 충원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진정한 혁명 세력인 청년층과 노동자들은 ‘혁명을 영구혁명으로 만들’ 혁명적 대중투쟁기관(소비에트형 기관)과 혁명정당을 아직까지 결여하고 있다. 그들이 이것을 최고 우선순위로 해낼 수 있도록 국제 혁명좌파가 지원해야 한다. 둘째, 이집트, 튀니지에 비해,이란과 시리아와 사우디 같은 더 폭압적인 정권들의 경우 리비아에서 그랬듯이 그 정권들을 분쇄하는 데 내전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임무는 전략 논쟁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국제적 연대운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후자의 임무는 가짜 ‘좌파’ 세력들의 방해를 받을 것이다. 그들은 오도된 반제주의로 인해 혁명을 부정할 것이다. 서방 제국주의의 후원을 받는 혁명들이라며, 또는 중국과 러시아 같은 스탈린주의 및 전(前)스탈린주의 국가의 동맹군들(시리아, 이란 등)을 약화, 와해시키는 혁명들이라며 기각할 것이다.

 

 

반정부운동의 지도부

 

  시리아 혁명은 명백히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처음 시작된 사태에 고무 받은 혁명이다. 다른 아랍 혁명들처럼 시리아 봉기도 노동자계급 및 중간계급 출신의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지역 그룹들의 산물이었다. 이제 시리아 봉기를 대표한다고 자처하는 양대 본부가 존재한다. 시리아 국가위원회(SNC)는 파리에 근거지를 둔 망명 인자들이 이끄는 것으로, 여기에는 무슬림형제단이 포함되어 있다. 시리아 국가위원회는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아사드의 퇴진과 거리로부터 군대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전에는 일체의 무력 개입에 반대했지만, 지금은 유엔의 ‘평화적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터키 정부에 의존하며 그 영향력을 크게 받고 있다. 그 때문에 미국 정부는 국가위원회를 반정부운동의 공식 대변자로 승인하려고 했다.

 

  시리아 국가위원회의 경쟁자는 전국조정위원회(NCC)이다. 시리아 내에서 활동하는 반정부 연합세력이다. 후세인 압둘 아짐이 이끌고 있고 국가위원회보다는 더 왼쪽에 있는 세력들로 구성되어 있다. 정권이 학살을 멈추고 시위를 허용한다면 정권과의 대화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외부의 군사 개입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명백히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이러한 세력들에게 어떠한 정치적 지지도 보낼 수 없다. 그러나 지도부가 전적으로든 부분적으로든 친자본주의적, 친(서방)제국주의적, 친터키적 또는 친사우디적, 또는 이슬람주의적이라는 사실만으로 혁명가들이 그 운동에 대한 지지 또는 아사드 정권의 혁명적 타도에 대한 지지를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혁명가들은 그 운동을 지지해야 한다. 그러나 아사드 정권에 맞선 그 투쟁 내에서 혁명가들은 또한 반동적 또는 친제국주의적 지도자들을 대체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이들과는 별개로 자유시리아군대(FSA)가 있는데 수천명의 군 탈주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자유시리아군대는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군대를 구성하고 있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독자적이고 서로 다른 무장집단들이 하나의 이름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전사들은 봉기의 거점 도시들에서의 시위를 보호해 왔고, 정권의 보안군에 대한 효과적인 공격을 몇 차례 감행해 왔다. 비록 그 지도부는 터키에 근거지를 두고 있지만, 국가위원회나 전국조정위원회 그 어느 것의 통제도 받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민중들의 통제 하에 있지도 않다.

 

  지역 수준에서는 진보적 사태발전을 담보할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많은 그룹들과 단체들이 있다. 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아래로부터, 기층의 투사들로부터 나올 수 있다. 처음부터 이들 청년 시위자들은 급속히 소규모 지역위원회들을 조직하여 봉기를 외부에 알려나가는 작업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은 시리아혁명총평의회를 비롯한 3개의 연합조직을 중심으로 좀더 정형화된 기층조직들을 만들어나고 있다. 외부에 널리 소개된 다음과 같은 외신보도는 이들을 인터뷰한 기사 중의 일부이다. 

 

  “거리에서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젊은층들은 서방 기자들과 인권단체들에게 거듭 되풀이하며 말해 왔다. ‘우리는 군사 개입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아사드 정권과 서방의 개입 모두에 반대한다. 우리는 이라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두 눈으로 봤다.’”

 

 

무엇을 할 것인가?

 

  시리아 봉기를 지지하는 것은 전 세계 혁명가들의 당연한 의무이다. 비무장 시위 대중이든, 민중의 편으로 탈주해 나와서 민중들을 방어하고 있는 병사들이든 모두 시리아 혁명의 주역이다. 시리아 봉기의 실제 지도부 또는 지도부를 자처하고 있는 세력의 성격이 무엇이든 시리아 봉기는 정당하고 진보적이며 독재에 맞선 대중적이고 전국적인 봉기이다.

 

  튀니지 봉기로부터 시리아 봉기까지 아랍의 봄은 청년들과 노동자들에 의한 진정한 대중 반란이며, 이 반란이 친제국주의 정권에 맞선 것이든 ‘반제국주의’ 정권에 맞선 것이든 모두 지지받아야 한다. 동시에 혁명가들은 제국주의가 여하한 구실을 내세워 아랍 나라들을 장악하려 하거나 대리 정권을 들어앉히는 것에 반대한다.
  서방 제국주의자들과 터키와 아랍연맹은 (이 후자의 둘은 부분적으로는 서방과는 다른 이해관계로 인해서) 아랍 혁명들의 사회적 힘을 보수화시키고 무해한 것으로 만들 해결책을 강요하려고 한다. 그들은 이제 아사드의 제거를 원하지만,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이집트에서처럼 군사·경찰 기구가 고스란히 보존되기를 원한다. 이 기구는 어떤 새 정권이 들어서든 아사드 정권 때처럼 이스라엘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지속하도록 담보해 줄 반동의 보루 역할을 할 것이다.

 

   혁명가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반란자들이 다른 제국주의 강대국들(즉 미국과 유럽연합)로부터 무기와 물류 지원을 요구하고 받을 권리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이들 혁명적 운동들이 청년들과 노동자들, 피억압자들에 뿌리를 둔 대중적 민중 봉기로 남아 있는 한 혁명가들은 그 운동들의 독재 타도를 지지한다. 그러나 모든 지원과 무기는 어떤 ‘단서조항’도 승낙하거나 인정함이 없이 받아야 하며 민중혁명세력의 통제 아래 두어야 한다.

 

  혁명가들은 리비아나 시리아에서 운동이 ‘평화적인 비폭력 행동’으로 스스로를 제한해야 한다거나 ‘내전’을 피해야 한다거나 하는 견해를 전면 거부한다. 전쟁으로의 전환은 전술 선택이 아니라 독재 정권의 유혈 탄압이 강요한 것이다. 내전이 일어날 때 혁명을 포기하는 자는 그 누구든 가련한 자유주의자에 불과할 것이다.

 

  일단 투쟁이 내전과 봉기의 형태를 취하면 혁명이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스스로 무장할 때에만, 자신의 시위와 대중행동을 자원자들과 탈주 병사들로부터 구성된 무장 민병대로 방어할 때에만 가능하다. 

 

  물론 거리와 작업장의 대중행동과 그리고 정권의 병사들을 획득하려는 시도는 혁명 승리에 여전히 중대한 요인이다. 소수의 무장 청년들이나 군대와 경찰로부터 탈주한 병사들에 의한 순전히 군사적인 행동이나 게릴라 행동은 탱크와 대포와 항공기로 중무장해 있고 여전히 규율이 잡혀 있는 군대를 패퇴시킬 수 없다. 만일 공장과 사업장의 노동자계급과 군복 입은 노동자들이 행동을 취하고 혁명 진영으로 넘어오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노동자농민정부를 수립하는 것부터 사회주의 중동합중국을 건설하는 것까지 강력한 추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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