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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된 사람들 - 토니 갓리프(2004)

 

지난주 토요일 우연히 친구의 전화를 받고 씨네큐브에 가서 봤다.

 

영화는 떠돌이 음악가 자노와 그의 애인 나이마가 파리에서 알제로 무턱대고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프랑스-스페인-모로코-알제리로의 여정에서 그들은 유럽으로 가려는 수많은 아랍 이주노동자들을 거슬러 올라간다.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나는 아랍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그들이 밤이슬을 피해 하룻밤을 머무는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뒤틀린 오두막과도 같다. 하지만 그들은 머물 곳이 없는 친구에게 머물 곳을 주고, 담배가 없으면 담배를 주며, 음식이 없는 친구와 음식을 나누는 가난하지만 정이 있는 사람들로 그려진다.

 

자노의 아버지는 알제리로 건너간 프랑스인으로 프랑스 정부의 알제리 식민화정책에 반대했기에 프랑스 본국으로 추방당했고 다시는 알제리에 가보지 못하고 사고로 죽는다. 자노의 애인 나이마는 알제리인으로 프랑스 시민권을 가지고 있으나, 아랍어를 알지 못하고 자신이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아버지를 잃은 충격과 허무함 속에서 자노가 알제리에 가자고 했을 때 나이마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지만, 결국에는 알제리로의 여정에 함께 하게 되고, 알제리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조금씩 찾게 된다.

 

이토록 스산한 내용과는 구별되게 이 영화는 테크노음악의 강렬함, 등장인물들의 엉뚱한 행동들, 황당한 상황설정으로 어느 정도는 유쾌함을 준다.

 

하지만 왠지 "뿌리를 찾아야 해"라는 영매의 대사와, 프랑스인 자노를 환영하는 알제리 아주머니들의 오버스러운 행동, 그리고 스페인에서 나이마에 대한 자노의 폭언은 마음에 걸린다. 좀더 생각의 정리가 필요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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