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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라면

나무에게 도시는 낯설었다.

새로운 공간에 다시 뿌리를 내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늘 자신이 있는 자리를 지키는 것을 좋아하던 나무는 겁이 났다.

그 무렵이었다.

한줄기 바람이 불었다.

나무는 바람에게서 위안을 얻고 기운을 받고 용기를 내었다.

다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무는 다시 뿌리내린 그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감추어진 현실의 아픔들을 알아가면서 나무는 점점 성숙해갔다.

감수성이 많은 나무는 상대방의 아픔까지 끌어안느라 지칠 때가 많았다.

마음이 힘들어질 때면 늘 바람이 불어오곤 했다.

여전히 나무는 바람에게서 위안을 얻고 기운을 받고 용기를 내었다.

 

 

나무는 다짐했다.

언젠가 다시 나의 자리를 찾아서 떠나야할 때, 그곳은 도시가 아니어야한다고.

도시에서 나무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나무는 모든 생명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여전히 낯선 곳에 가서 다시 뿌리를 내려야한다는 것은 두려움이었다.

바람이 생각났다.

바람과 함께라면 어느곳이라도 괜찮을 것 같은데.

 

 

바람은 오늘도 나무를 스쳐지나간다. 

바람을 기다리던 나무는 오늘도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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