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튼보다

분류없음 2015/02/06 07:12

제목: 패딩튼 (Paddington, 2014) 보다 外

 

 

1. 패딩튼 (Paddington, 2014)

 

매주 화요일엔 극장에서도, 식당에서도 할인 상품을 내놓는다. "화요일프로모션"은 북미대륙에선 흔한 일인 것 같다. 북미대륙의 대표적인 멀티플렉스인 시네플렉스 레귤러 극장 값도 화요일엔 $6.47. 평소엔 $12.99. 어마어마한 차이. 결국 영화는 화요일에만 봐야 한다. (토요일 아침에 어린이-가족영화를 가끔 $2.99에 팔기도 한다.)

 

지난 화요일에 패딩튼 (Paddington, 2014)을 봤다. "내 이름은 패딩튼"이란 어린이 책은 아주 예전에 봤다. 마말레이드를 좋아하는 귀여운 갈색곰. 

 

귀여운 갈색곰이 페루의 고향을 떠나 잉글랜드에 도착해 '패딩튼'이란 이름을 얻고 브라운 가족의 일원이 되는 과정을 매우 스무스하게 그렸다. 중간중간에 패딩튼과 브라운가족들이 함께 겪는 소동들만 묶어보면 한바탕 웃고마는 희극 (farce)을 보는 것도 같다. 슬랩스틱이라 일컫는 이런 묘사들은 대단히 극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럽고 영화적 상상력의 계산이 잘 맞아떨어져서 큰 부담감이 없다. 

 

다만 패딩튼이 겪는 일들을 보고 있자니 "웃고 있지만 슬프다"고 해야 하나. (완벽한 잉글랜드 잉글리시를 구사함에도) 대도시 런던에 처음 도착한 이방인, 패딩튼이 겪는 일들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패딩튼이 책과 영화에서 보여준 어린이처럼 맑고 밝은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잘 성장할 수 있을까. 버텨낼 수 있을까. 스토리 너머 내가 닿을 수 없는 그 지경까지 헤아리느라 마음이 다소 복잡했던 영화. 

 

 

2. 테드 (Ted, 2012)

 

의도한 건 아닌데 곰이 또 나오는 영화, "테드 (2012)"를 봤다. 홀드해놓은 책을 찾으러 들른 동네 도서관에서 빌렸다. 디비디에는 unrated version이 있어 그것으로 봤다. 당연히 사전에도 안나오는 각종 표현과 단어들의 향연. 주로 성관계, 여성의 신체부위를 묘사하는. 

 

테디는 물담배를 주로 피우는데 -예상이 맞다면- 그것은 크랙코카인일 것이다. 중간에 파티를 하면서 흡입한 하얀 가루는 코카인일 가능성이 높다. 크랙코카인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주로 비중산층-노동계급이 사용하는 마약. 하지만 처벌의 수위는 코카인보다 높다. 가격에 비해 강력한 환각-각성 효과를 주는 한편, 또 그 가격 때문에 희소성이 낮아 구하기가 쉽다는 이유. 코카인 가루만 있으면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 가령 크랙 5그람을 소지한 죄로 걸리면 5년을 언도받지만 코카인은 50그람이 걸려야 5년 처벌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크랙과 관련해 처벌받는 사람들은 비백인, 주로 흑인들이다.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 비백인 계층이 수요자이자 공급자인 셈. 결국 크랙과 크랙코카인은 매우 racialized한 약물이다. 직업병인지, 울화병인지 영화를 봐도 이런 것만 눈에 쏘옥 들어온다. 

 

만약 패딩튼이 어른이 되면 테드처럼 되려나.

 

 

3.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2007)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를 소개한 김연수의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다시 읽었다. 동네 도서관에서 픽업할 수 있게 신청했는데 2주 정도 걸렸다. 다시 읽는 것이 아니라 새로 읽는 것과 같다. 너무 새롭다. 그리고 예전엔 시선조차 가지 않았던 대목에 한참을 머물렀다. 그런 내용이 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였다. 

 

"이처럼 지금의 사람들이 핸드폰, 블로그, 검색, 이메일 같은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시절의 사람들은 총격, 수류탄, 폭격, 사살 등의 단어에 노출돼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시절의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불행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건 행복과 불행의 문제가 아니라 습관의 문제였다. 습관이란 무의식중에 행하는 행동을 뜻한다. 폭력이 몸에 밴 사람은 폭력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리고 바로 그 '인식하지 못함'이 그가 속한 세계를 폭력적으로 만든다. 그런 세계에서는 제아무리 비폭력을 주장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그들의 몸은 폭력보다 비폭력을 더 불편해한다. 그걸 가리켜 현실감각이라고 부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 p. 102 

 

볼드는 꽃개가 했다. 

 

2015/02/06 07:12 2015/02/06 07:12
Trackback 0 : Comment 0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ys1917/trackback/1027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