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링인가

분류없음 2015/07/13 02:37

 

요리 중이던 한 클라이언트가 내게 물었다. Mr.로 불러야 해, Miss로 불러야 해.

꽃개의 타이틀을 묻는 건지 섹스 (Sex) 를 묻는 건지 젠더 (Gender) 를 묻는 건지 뭐라고 대답할까 2초 정도 고민했다. 하지만 "무슨 뜻이야?" 라고 되물었다.

 

 

"네가 Mr.인지 Miss인지 궁금하다고"

"응. 내가 선호하는 대명사는 she야. 그런데 너는?"

"..." 

"너는? 나는 답했잖아. 너도 알려줘야지"

"나는... 당연히, 보다시피, 남자야(ah... me... I'm... um, obviously... I'm male)"

"보이는 것만으로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니. 아무도 몰라 (we never know). 어쨌든 알려줘서 고마워"

 

 

책상에 앉아서 다른 일을 하는데 이 남자가 밥 먹을 때 쓰는 나이프를 들고 다가왔다. 2초 정도 또 식겁했지만 시선을 다른 데 주고 물었다. 

 

"안녕. 뭐 필요한 거 있어?"

"아까 네게 질문한 건 너를 불편하게 할 의사가 아니었어. 미안해 (my apologies, didn't mean to be offended) "

"전혀 불편하지 않았어. 괜찮아. 어리석은 질문이란 건 없어 (no stupid questions) "

 

 

상황을 요약하자면,  본인 스스로 남자라고 여기며 자신의 외모를 본 사람은 누구든 명백히 자기 자신을 남성으로 인지할 것이라 여기는 이 남자는 꽃개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정말로 궁금했거나 그 질문을 계기로 꽃개를 희롱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런 희롱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종종 봤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질문 - 그런데 너는 남자야, 여자야 - 을 받고보니 불쾌했나보다. 그리고 그 불쾌함 때문에 상대방도 불쾌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사과한 것이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게 요즘 메갈리안지 디씨인지에서 유행하는 미러링인가 싶다. 미러링 맞나? 

 

 

 

 

 

* 글로 옮기고보니 이상한 게 있다. 내 귀엔 그렇게 들렸는데 문법적으로 틀린 말. 아이 몰라. 수동태로 말하는 게 일상이라서 그런지 내 귀가 잘못된 건지. 다시 물어볼 수도 없고. 젠장.

2015/07/13 02:37 2015/07/13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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