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1

2010/02/21 00:34 잡기장

우리집 골목길에 들어서면, 나는 뒤를 보다가 앞을 보고 비치는 재질로 된 건물에 내 그림자 이외에 다른 그림자가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면서 그렇게 집까지 길지도 않은 그 길을 걸어들어온다.

 

그 길에는 실체가 없는 공포들이 있다. 기우일지도 모르고 현실적일지도 모르는 그런 갖가지 두려움들이 쭉 깔려있다. 하지만 그 중에 딱 하나 소름끼치도록 딱 떨어지는 실체가 있다. 그것은 작년 12월 11일부터 그 곳에 살고 있다.

 

기억의 습격이 거세질 때마다, 그 여자가 거기에 서 있다. 날씨는 엄청나게 바람이 부는 추운날이고, 그 여자가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와 '대화'라고 하기에는 헛웃음이 나는 그런것을 하던 바로 그 자리에서, 그 여자가 서 있다. 언제든지 기억의 품으로 돌아오라고. 여기 니 자리는 항상 비워져 있다고.

 

 

 

얼마 전에 집에오는 길에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그 날 이후로 나도 모르게 집 근처 승용차 안에서 나를 살피는 눈길이 있지는 않은 지, 길가에 주차된 차의 운전자들을 하나씩 확인하고 있었다. 집 골목에 들어서면 누가 날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신경 안 쓰는 척 하면서, 그냥 보통 여자들이 걱정하는 그런저런 이유로 낯선이들을 경계하는 척 하면서 나는 꼼꼼히 그러나 대충 외면하듯 주위를 확인한다. 낯익은 이를 발견하게 될 것에 마음을 대비시키면서.

 

 

작년 12월 11일에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 여자가 설령 매일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나는 매일을 행복하게 살아야한다. 그 여자가 온 그 하루 때문에 나머지 삶을 망쳐서는 안된다 그런 생각을 했다.

 

그 말이 맞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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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1 00:34 2010/02/2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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