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서.

2010/07/08 02:38 잡기장

그 미술치료 선생님께 메일을 막 보냈다. 메일을 쓰다가, 이런 메일을 써야한다는 사실 자체에 너무나 짜증과 분노가 나서 진짜 거칠게 쓰고 보내버렸다. 너무 싫다. 내가 왜 이런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듣고 또 예의바르게 메일까지 써야할까. 정말 똥밟은 느낌이다. 처음에는 그 분의 선한의도에 포커스를 많이 맞추었는 데, 결론적으로는 너무나 짜증이 난다. 성찰이 지겹다.

 

 

아 꺼지라고! 

그래 이런 짤이 필요했다..

 

 

 

요새는 리리컬 재즈 댄스를 배우고 있다. 이제 한달, 안무 2가지를 배웠다. 당연히 나는 전문 댄서가 아니니까 잘하진 못하지만, 뭔가 일반 댄스보다 좀더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서 그게 참 좋다. 그동안 배웠던 것들이 응용되는 것도 좋고, 물론 선생님도 좋다. 하지만 오늘은 중간에 갑자기 부모 생각이 나서 너무 힘들었다. 오늘이 2주동안 배우는 안무의 마지막시간이었는 데, 노래가 굉장히 밝은 가요였다. 사랑에 빠진 상태를 묘사하는 그런 노래라서 안무도 밝은 것이었고... 이번 안무는 시기적으로 내가 너무 힘들 때 배워서 사실 배우는 내내 그 밝음이 원망스러웠다. 내 표정이 간간이 좋지 않아서 내가 안무를 싫어한다고 생각하실까봐 걱정이 좀 되기도 한다. 아마 오늘은 진짜 그렇게 느끼신것 같았다. 죄송하다. 하지만 내가 제어할수가 없다.

 

오늘은 그래도 저번주보다는 덜 힘들꺼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수업 중간에 더 잘해보고 싶어서, 그러니까 내가 테크닉적으로는 부족해도 뭔가 감정을 더 느끼면서 춤을 추고 싶어서 혼자 아...뭔가 밝은 기억 없나 하고 생각을 시작한게 화근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끔찍히도 즐거운 기억을 떠올릴수가 없었는 지 나중에는 진짜 미친년처럼 눈물이 막 기어나와서 그걸 참느라고 힘들었다. 그러니까, 내 삶에 즐거운 기억이 없다는 게 아니다. 그냥 그것들을 나쁜 기억들이 너무나 강력히 가로막고 있는 거다. 절대 접근을 하지 말라는 것처럼. 예전에 상담에서 나쁜 것들을 다 욕하고 그것이 빠져야 좋은 것도 생각이 난다고 선생님께서 그러셨는 데, 춤을 추다가 젠장 나는 이 독들을 언제 다 빼낼거냐 생각이 들어서 정말 지독히 괴로워졌다.

 

 

내 인생의 최초의 기억인 일본에서 가족들과 살았을 때의 나름 화목.. 이라기 보다 조용히 살았던 그 시간을 떠올렸다가... 처음에는 그 기억을 했다가 가족들 부분에서 윽 해서 친구들과의 재밌던 일들을 기억해내려고 했는 데 그걸 다 부모가 가로막아버린거다. 정말 한 가지도 떠올릴수가 없었다. 단 한 가지도. 너무나 지독하다. 너무나 지독해.  

 

 

 

집에 오는 길에는 좀 더 힘이 풀렸다. 어쩜 이렇게 끝이 없으며, 끝도 없는 게 아니라 이토록 무력하게 습격을 받아서 이렇게 일상의 기쁨을 잡아먹고 무너뜨리는 구나. 나는 그냥 춤출때만큼은 막 행복하고 싶은데. 다 잊고 싶은데... 당연히 그럴수가 없다. 리리컬 재즈를 하다보니 "서정적"이라는 말의 힘인가. 자꾸 감정을 들여다보게 되서 힘든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선생님 앞에서는 정말 더이상 이 지긋지긋한 감정기복의 극을 보이고 싶지 않은 데, 이렇게 여러번 이렇게 끝도 없이 다 보이고 있다. 정말 안되는 걸까. 

 

 

지난 토요일에 펑펑 울고 학원을 나왔을 때 그 선생님과 마주쳤던 것도 너무 싫었다. 그 생각이 난다. 

 

생각해보면 나는 남들 눈에 얼마나 롤러코스터 같을까. 얼마나 주변사람들은 내 기분을 눈치보고 살펴야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낄까. 

 

 

메일을 쓰고 났더니 더 힘들다. 그 미술치료 선생님이 답장으로 또 상처를 주거나 그럼에도 계속 만나자고 할까봐 두렵다. 그리고 그런 걱정까지 해야하는 이 상황이 더 나를 짜증스럽게 하고 눈물나게 한다. 내가 뭐 그렇게 많은거 바랬다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7/08 02:38 2010/07/08 02:38
─ tag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