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8/10

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10/21
    2008 에어쇼에 다녀오다(3)
    몽상가
  2. 2008/10/12
    기륭에 다녀왔어요!
    몽상가
  3. 2008/10/02
    2008/10/02
    몽상가

2008 에어쇼에 다녀오다

지난 10월 11, 12일 송탄의 K-55 미공군 기지에서는 에어쇼가 열렸습니다.

토요일, 여느 날처럼 바닥과 합일이 되어서 끝없이 뭉기적거리고 싶었던 저는, 에어쇼 염탐(?)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따뜻한 전기장판의 치명적인(!) 유혹을 뿌리치며 일어났지요. 날씨도 참 좋더군요. 마음이 즐거워졌습니다.

 

행사장인 두리틀 게이트까지 송탄역에서 셔틀버스가 운영되기 때문에 편하게 갈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게이트 앞에는 몇몇 노점상들이 먹을거리를 팔며 축제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고 사람들은 손에손에 주민등록증을 들고 줄지어 검문을 받고 있었습니다.

아, 그런데 이 사람들이. 운전면허증은 안 된다는 겁니다. 불행히도 제 지갑 속엔 달랑 운전면허증만이 얄궂게 들어있었구요. 살짝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사전에 충분히 공지를 했어야지 여기까지 와서 갑자기 이러면 입장도 못 하고 그냥 돌아가라는 거냐구요. 운전면허증은 왜 안 되냐고, 미리 공지를 했어야지 않냐고 따져 물었지만 원형탈모증 증상이 있던 그 대머리 아저씨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주민등록증이 없어서 되돌아가는 시민들이 일부 있었지만 늘 그렇듯, 이런 퐝당한 상황에서도 항의하는 건 저 혼자 뿐입니다.

 

그래서 그곳에 갈 때와 똑같은 절차를 반대로 걸쳐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내 방 서랍 안에서 내 나이 18세 때의 모습이 봉인되어 있는 주민등록증을 챙겨 다시 출발했습니다. 그때는 오후라서 사람들이 더 많더군요. 참 많은 사람들이 송탄역에서 내려 셔틀버스에 올랐습니다.

 

암튼 그럭저럭 해서 드디어 입장을 하게 됐습니다. 공항 검색대처럼 네모난 장비도 지나고 CSI에서 봤던 것처럼 무슨 청소기같이 생긴 장비로 몸수색도 받고 그랬습니다. 소지품 검사를 받을 때는 마침 가방 안에 가지고 있던 평화센터 안내 팜플렛과 소음 관련 스티커 때문에 살짝 쫄았지만, 통과되었습니다. 부대 안으로 입장해서는 빨랫줄 같은 걸로 표시해놓은 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습니다. 잘생긴 군견들도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고요. 저 멀리 행사장이 보였습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무기들을 전시해 놓고 사람들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열심히 구경하고 있습니다.

 

길게 늘어선 각종 부스에서는 미군 부대 내의 각종 위원회나, 단체들이 먹을거리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핫도그, 햄버거, 바비큐, 김밥, 라면, 맥주 등 여러 가지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에 저도 군침을 좀 흘렸죠. 그런데 말이죠. 제가 그 날 아침 배달된 신문에서 본 환율은 달러당 1300원대였습니다. 그즈음 1400원대로 진입한 적이 없었죠. 그런데 현장에서는 달러당 1500원을 적용해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폭리를 취하고 있는 듯해 또 기분이 살짝 나빠졌습니다.

행사장 내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즐거워보였습니다. 가족단위로 돗자리를 깔고 앉아 맛있는 음식도 나눠먹고 연인들끼리 친구들끼리 여유로운 휴일을 만끽하는 모습이었죠. 헬기, 전투기, 전차, 저 멀리에는 패트리어트 미사일까지 온갖 무기들에 둘러쌓인 채 말이에요. 미군 밴드의 신나는 연주는 더욱 흥을 돋궜지요.

 

혼자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정말 예뻤던 머핀도 사먹고 그러면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냈고 드디어 에어쇼가 시작되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들으니 이륙시 전투기 굉음이 엄청나더군요. 몸을 울리는 진동도 엄청났구요. 사람들은 열심히 구경했습니다. 망원렌즈를 준비해서 열심히 사진을 찍던 사람들도 많았구요. A-10, F-16, 블랙 호크, 아파치 헬기 11대가 날아올랐습니다. 그들이 보여준 에어쇼라는 건 별거 없었습니다. 크지도 예쁘지도 않은 폭죽 같은 것만 연신 터트렸어요. 그냥 전투기들 날아다니고 폭죽 몇 개 터트리고 작은 폭격 시범과 인명구조 시범 이런 게 다였습니다. 볼거리는 별거 없었어요. 그런데 말이죠. 이 미국 사람들이 잘 하는 게 바로 이런 겁니다.

 

전투기들이 ‘슈우욱~’ 날아오릅니다. 활주로를 따라 촘촘히 늘어선 스피커에서 ‘두두두두~’하며 장엄한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마치 헐리웃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있는 그림이 연출됩니다. 그러면서 멘트가 이어집니다. ‘미군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평화를 지키고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또 ‘두두두두두~’하는 배경음악과 함께 ‘꽝! 꽝!’ 소리를 내며 폭격 시범을 보입니다. 처음엔 빨간 불이 일다가 시커먼 연기가 원모양으로 퍼져 오릅니다. 헬기에서 몇 몇 미군들이 내려오더니 인명 구조 시범을 보입니다. 그러면서 또 멋진 멘트가 이어집니다. ‘여러분이 적진에 둘러쌓일 때 미군이 여러분 곁을 지킨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바로 이겁니다. 그들이 에어쇼라는 걸 하는 이유죠.

 

이라크 전쟁에서만 미군 병사가 4200명이 넘게 죽었습니다. 미국에서 반전 여론이 일고 있는 이유죠. 하물며 이라크의 민간인 사망자 수는 집계조차 되지 않습니다. 이라크 현지로 파병된 미군의 소원은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서 나가는 것이고, 민간인의 소원은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남는 것입니다.

 

그들이 이런 전쟁을 하고 있는 곳이 이라크만이 아니구요.

 

이런 아픔들을 외면하고 전쟁 무기를 그럴듯한 쇼로 위장해 시민들에게 선전하는, 평화를 위해서 전쟁을 한다는 끔찍한 논리를 멋지게 포장해 전달하는, 그 현장의 한 가운데서, 수 천명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참 외로웠습니다. 이 싸구려 쇼 뒤에 가려진 수많은 사람들의 슬픈 피를 기억하는 이는 나뿐인 것 같았습니다.

 

이 전투기들의 굉음을 들을 때마다 죽음의 공포에 질려야 하는 아이들이 생각났습니다. 얼마나 두려울까. 그들의 소원대로 그 지옥에서 살아남은 후에, 평생동안 그 고통스런 기억과 함께 살아야 하는 그 삶들은 또 얼마나 고단할까.

 

그 곳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도 지구 반대편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겁니다. 또 한 번쯤, 전쟁의 참상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며 측은지심도 가져봤을 겁니다. 부디 지금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이 멋진 모습보다 그 측은지심이 더 강한 힘을 갖고 있기를 바랄뿐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기륭에 다녀왔어요!

그냥 아무것도 없이 얼굴 한 번 비추는 것 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이제껏 한 번도 가질 못했습니다. 바쁘고 피곤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번에도 거기까지 간다는게 좀 귀찮기도 하고 해서 그냥 가지 말까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륭에서 보자는 지인과의 약속을 이미 여러번 파토낸 까닭에 이번에는 꼭 가야 한다는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굳은 의지를 가지고 약 두시간에 걸친 여정 끝에 그곳, 기륭에 도착했죠.

 

직접 와보니 농성장은 생각보다 작고 평범한, 그저 그런 골목길이었습니다. 컨테이너와 천막, 경비실 위의 철망 각종 단체의 깃발과 연대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들에는 4년이란 시간의 아련한 고단함들이 묻어났습니다. 94일간 단식을 하셨던 김소연 분회장님의 모습이 보입니다. 정말이지 뼈만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발언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참 씩씩했습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걸까요.

 

문화제는 시종일관 밝게 진행되었습니다. 조합원님들, 연대 방문한 사람들 모두는 작은 일에도 크게 웃고 떠들며 아주 즐거워합니다. 그렇게 즐거워하지 않으면 이 힘든 싸움 버텨낼 수 없기에, 이 고단한 나날들을 견뎌내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생각에 그들의 즐거움이 마음 아프게 다가옵니다.

 

기륭 네티즌 연대 1기 운영진이 해산하고 2기 운영진이 출범한다고 인사를 합니다. 앞으로 고생 많이 해주시기 바랍니다. 무모한 아빠들이라는 그룹(?)이 나와 노래를 합니다. 두 분다 애아빠시라는데 오른쪽 분은 애아빠라는 사실이 차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전 훈남입니다. 그 분 쳐다보는 사이 노래가 끝납니다.

 

문화제가 끝나고 막걸리를 한 잔씩들 합니다. 평소에는 입맛에 맞지않아 잘 안 먹던 홍어 무침이 너무나 맛있습니다. 당원들과 여러 얘기를 나눕니다. 당원들을 만나면 참 할 말이 많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사이 에세이스트 김현진씨와 인권 운동가 박래군 아저씨가 보입니다. 수줍음 많은 저는 술기운을 빌려 김현진씨에게 다가가 당신 책도 샀다고. . . 글 잘 보고 있다고 한 마디 했습니다. 그녀는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라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2차를 갔습니다. 노래를 하고 맥주를 마시고 그뒤부턴 기억이 선명치 않습니다. 일군의 사람들이 맥주를 사들고 들어왔습니다. 박래군 아저씨가 제 옆에 앉으시는군요. 이미 술에 기분좋게 취한 저는 래군 아저씨에게 술 주정 같은 걸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저씨는 계속 자기는 노래 못 해서 안 할 거라고 말 하면서 연신 곡목록을 찾습니다.

 

노래방을 나와 좀 걸었습니다. 귀가하시려던 래군 아저씨가 잡혀 오는 모습이 기억납니다. 그리고. . . .

어제 끝까지 같이 있었던 여성 멤버 정주영씨가 인사를 하고 출근길에 오릅니다. 나는 지금 찜질방 여자 탈의실 375번 옷장 앞에서 찌그러져 자고 있습니다.

 

주위의 권유대로 수면실로 올라가 잠을 청합니다. 누군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어제 같이 놀던 분들입니다. 오늘 하루 종일 비가 온다며 우산을 들고 오셨습니다. 기륭으로 가잡니다. 장투 사업장에 아침부터 술냄새 풍기며 가는게 너무 민망했지만 사양 못하고 따라나섭니다.

 

기륭 농성 천막 안에 누웠습니다. 천막의 반은 각종 투쟁 용품들이 쌓여있고 반은 전기 장판이 깔려있습니다. 한 쪽 벽에 10월 일정이 쓰여있는 화이트 보드가 걸려있습니다. 무슨 집회, 무슨 집회, 무슨 회의, 무슨 회의, 교섭 또 교섭. . .  이런 일정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너무 슬펐습니다. 그냥 평범한 아줌마에 불과했던 이분들을 시위 전문가로 만든 세상이 슬펐습니다. 마침 비도 처량맞게 오는 천막안에서 주체할 새도 없이 눈물이 주루륵 흘러내립니다.

 

한 여성 노동자가 94일간 단식을 했습니다. 한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자본가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4년간, 그분들 말대로 안 해 본 것이 없을 겁니다. 이제 무엇을, 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언제까지 이렇게 고단한 싸움을 해나가야 하는 걸까요. 4년 했으니 10년 마저 채울까요? 그러면 정규직화 쟁취할 수 있는걸까요? 너무 막막했습니다.

 

평범하고 허름한 어느 골목. 천막을 치고 컨테이너를 들여놓은 그곳에서, 김포 공항 착륙 항로이기에 쉴새없이 비행기 소음이 들리는 그곳에서, 오랜시간 싸워온 그 분들께 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언론 보도를 통해 낯이 익은 한 조합원님께서 설거지를 하고 계십니다. 저를 보며 학생 밥먹고 가야돼지 않냐며 잡으십니다. 그 마음. 감사하게 받고 떠났습니다.

 

그저 건강하시기만을 바랍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10/02

자기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를 둘이나 낳고도. . .

그렇게 큰 집에서 호의호식 하면서 살면서도. . .

자살하는군요.

. . . . . . .

 

 

 

 

나도 데려갔으면. . . . . .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