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8/11

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11/13
    2008/11/13
    몽상가
  2. 2008/11/07
    2008/11/07
    몽상가

2008/11/13

우리 사회에서 존경할만한 어른을 만난다는 것,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적개심에 가득찬 반공주의자이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강철같은 심장으로 무장한 채 인정사정없이 돌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적인 경우는 있기마련이라서 가끔은 저같은 젊은이들을 감동시키는 어른들을 만나게됩니다.

 

얼마 전 모 오락프로그램에 소설가 황석영씨가 나오셨죠.

천만원에 달하는 등록금 때문에 젊은이들이 자살하는 세태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하셨습니다.

청소년들에게는 꿈을 가져라, 너의 꿈을 바라보며 살아라,  사람은 누구나 오늘은 산다 하셨습니다.

 

달변과 함께 쏟아져나오는 그의 따뜻함에 저는 감당하기 벅찰만큼 감동을 받았습니다.

 

가슴이 참 시렸습니다. 상처투성이, 미움투성이인 제 가슴을 어느 따뜻한 손이 다정히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았습니다.

 

황석영이라는 사람이 참 부러웠습니다.

훌륭한 어른이라는 자질을 타고난 사람인 것 같아서 많이 부러웠습니다.

 

우리 근현대사의 많은 곡절들을 몸으로 겪으며 그 아픈 시간들을 묵묵히 견뎌낸 그의 삶이

나에게 자꾸 말을 걸었습니다.

 

너는 어떻게 살아내고 있니.

 

팍팍한 세상,  점점 강철 같아지는 것만 같은 내 가슴이 따뜻함으로 채워졌습니다.

그렇게 덥혀진 가슴으로 또 세상 살아가게 됩니다.

차갑지 않게 따뜻하게. . . .   혹은 뜨겁게. . . .

 

그처럼 묵묵히.  미움없이, 분노없이, 폭력없이, 무거운 삶을 견뎌내고 싶습니다.

 

그와는 달리 훌륭한 어른의 자질을 타고나지 못한 저는 최소한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이 그러한 것처럼 추한 어른이 되긴 싫거든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11/07

또 사랑에 빠졌다. 나 정말 왜이러니?

내게 사랑은 언제나 힘들고 슬픈, 그런 거였는데. 어쩌다보니 또 이렇게 되버렸다.

게다가 그는 내 기피대상 1호 바쁜 남자다. 그리고 사는 곳도 멀다.

으흐~ 이 난관을 어찌 헤쳐나가야 할지.

그를 만나게 된 이후로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고민이 많다.

 

28살이 된 후, 나는 더이상 사랑이라는 관계에 있어서 행복같은건 바라지도 않게 되버렸다. 그냥 너무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를 좀 덜 힘들게 했으면 좋겠다. 그가 나로 인해 좀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

 

그는 내가 그리도 좋은지 동네방네 나랑 사귄다고 소문을 열심히 내고 다닌다.

사실 나 쫌 이상한 앤데 그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래서 더욱 고민스럽다.

 

늘 사랑이란 걸 그리워하지만 막상 다가오면 두렵고 슬프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대로 늘 아프다.

 

나랑 비슷한 여자가 있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여가수 에디뜨 삐아프.

나를 감히 그녀와 비교한다는게 몹시 겸연쩍하긴 하지만

그녀도 꽤나 사랑에 결핍돼 평생을 사랑만 쫓아다니다 결국 혼자 쓸쓸히 죽었다.

이렇듯 불행한 또 불쌍한(내 판단에는)  삶을 살았으면서도 그녀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속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노년의 그녀는 이렇게 얘기한다.

"사랑하세요. 사랑하세요. 사랑하세요. . . "

사랑으로 인해 그토록 많은 상처를 받았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사랑만을 갈구한다.

사랑, 그 황홀한 느낌에 중독되어 있었던 것이다. 슬프게도.. ....

난 진심으로 그녀를 동정한다. 그녀의 삶이 참 가엽다.

 

나도 그렇게 될까봐 무섭다.

나 정말 그렇게 살기 싫은데 내 삶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와 많이 닮아있다.

 

글 쓰는 김에 내 연애이야기 좀 한번 해볼까?

그와 나는 기륭 농성장에서 만났다. 난 그날 거기에서 너무 슬펐다. 아무도 모르게 연신 눈물을 닦아내고 닦아내고 닦아냈다.

그리고 농성장에서 우리는 막걸리를 마셨다. 당원들을 만나면 참 할 말이 많다.

 

우리 자리에 어떤 사람이 왔다. 

우리는 계속 얘기했고 그 사람은 잠시 있다 막 돌아다녔다.

그러다 가끔씩 와서는 집에 안 가냐고 자꾸 물었다.

난 처음엔 막차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으니 더 있겠다고 얘기했다가

술 더 먹고 가겠다고 했다가 자고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남이사 집을 가던가 말던가 뭔 상관이야.

기집애는 싸돌아 다니지 말고 빨리 집에 쳐 들어가란 얘긴가?'

어쨋든 "집에 안 가요?" 소리만 듣다가 그날은 그렇게 헤어졌다.

 

그런데 어머나 그 다음날 저녁, 그에게 전화가 왔다. 평택에 놀러올테니 술 먹잔다.

난 엉겁결에 그러마고 했다. 그리고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 남자 변탠가? 여기까지와서 나 술먹여 놓고 함 어떻게 해보려고 그러는건가?

아니면 나한테 관심이 있나? 그렇진 않은 것 같은데.. 

음~ 전자일 가능성이 높아.....'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무슨 핑계를 대고 파토를 낼까?

열심히 생각했다.

 

하지만 몇일간의 자체 조사 결과, 그가 평택까지 와서 나를 만나려는 이유는 비정규직 투쟁에 동참시키려는 의도인 것이 유력해졌다.

 

정말이지 마음이 한결 놓였다.마음을 푸욱~ 놓고 그와 통화를 했다.

이번 주에 있는 경기도당 사무실 개소식에서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다.

그는 무척 당황하더니 대뜸 말했다.

나한테 관심있어서 함 만나보고 싶단다.

사실 티는 안 냈지만 난 속으로 무지 기뻤다.

나 아직 죽지 않은 것이었다!

난 여전히 매력적인(?) 미녀(??)였던 것이다!!

 

그후로 그의 전화를 기다렸다.

이제나 저제나 언제쯤 나를 좋아한다던 그를 볼 수 있을까?

그사람이 어떻게 생겼었지?

내 희미한 기억에 내가 좋아할만한 스타일이긴 했던 것 같았는데. . . .

 

그를 만났다.

기륭의 그 어두침침한 농성장에서 봤을땐 20대로 보였는데. . .

음. . . 그렇군.

배운게 많은 그는 자꾸 어려운 단어를 쓴다.

음. . .   음 . . .

횟집의 밝은 불빛에서 보니 날나리 활동가의 고단한 생활이 엿보인다.

음. . . .

 

난 점점 취해갔다.

취하니 그의 팔뚝이 꽤 섹시해 보인다.

맨날 나이 40먹은 두아이 아빠인 우리 소장님 팔뚝만 보다가 37세 미혼 남성의 팔뚝을 보니

그렇게 싱싱할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니 더 취했다.

그가 조승우로 보인다.........

 

그는 내게 해독제(숙취해소제) 2캔을 사줬다.

그리고 날 집에 넣어줬다. 안 그래도 되는데. . . ; 굳이 뭐. . .  왜?;;

 

몇일 뒤 우린 다시 만났다.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장난을 치면서 

그는 나에게 완전히 빠져버렸다.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가 해준 맛있는 밥도 좋고

같이 얘기하는 것도 좋고

그의 팔베게도 좋다.

 

맥주 시킬 때 꼭 신경써서 내가 좋아하는 카스 주문하는 걸 잊지 않는 것도 좋고

바쁜 와중에도 잊지않고 나 챙겨주는 것도 좋고

너털거리는, 얼핏 보면 무지하게 착한 사람일 것 같은 그 웃음도 좋다.

 

항상 지금처럼 그가 건강하길. . .

힘든 현장에서 너무 상처받지 말길. . .

용역 깡패들이 때리려고 쫓아오면 맞지말고 요리조리 잘 도망다니길. . .

 

그리고

 

나 때문에 너무 힘들게 되지않기를. . . . .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