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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랑에 빠졌다. 나 정말 왜이러니?
내게 사랑은 언제나 힘들고 슬픈, 그런 거였는데. 어쩌다보니 또 이렇게 되버렸다.
게다가 그는 내 기피대상 1호 바쁜 남자다. 그리고 사는 곳도 멀다.
으흐~ 이 난관을 어찌 헤쳐나가야 할지.
그를 만나게 된 이후로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고민이 많다.
28살이 된 후, 나는 더이상 사랑이라는 관계에 있어서 행복같은건 바라지도 않게 되버렸다. 그냥 너무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를 좀 덜 힘들게 했으면 좋겠다. 그가 나로 인해 좀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
그는 내가 그리도 좋은지 동네방네 나랑 사귄다고 소문을 열심히 내고 다닌다.
사실 나 쫌 이상한 앤데 그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래서 더욱 고민스럽다.
늘 사랑이란 걸 그리워하지만 막상 다가오면 두렵고 슬프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대로 늘 아프다.
나랑 비슷한 여자가 있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여가수 에디뜨 삐아프.
나를 감히 그녀와 비교한다는게 몹시 겸연쩍하긴 하지만
그녀도 꽤나 사랑에 결핍돼 평생을 사랑만 쫓아다니다 결국 혼자 쓸쓸히 죽었다.
이렇듯 불행한 또 불쌍한(내 판단에는) 삶을 살았으면서도 그녀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속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노년의 그녀는 이렇게 얘기한다.
"사랑하세요. 사랑하세요. 사랑하세요. . . "
사랑으로 인해 그토록 많은 상처를 받았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사랑만을 갈구한다.
사랑, 그 황홀한 느낌에 중독되어 있었던 것이다. 슬프게도.. ....
난 진심으로 그녀를 동정한다. 그녀의 삶이 참 가엽다.
나도 그렇게 될까봐 무섭다.
나 정말 그렇게 살기 싫은데 내 삶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와 많이 닮아있다.
글 쓰는 김에 내 연애이야기 좀 한번 해볼까?
그와 나는 기륭 농성장에서 만났다. 난 그날 거기에서 너무 슬펐다. 아무도 모르게 연신 눈물을 닦아내고 닦아내고 닦아냈다.
그리고 농성장에서 우리는 막걸리를 마셨다. 당원들을 만나면 참 할 말이 많다.
우리 자리에 어떤 사람이 왔다.
우리는 계속 얘기했고 그 사람은 잠시 있다 막 돌아다녔다.
그러다 가끔씩 와서는 집에 안 가냐고 자꾸 물었다.
난 처음엔 막차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으니 더 있겠다고 얘기했다가
술 더 먹고 가겠다고 했다가 자고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남이사 집을 가던가 말던가 뭔 상관이야.
기집애는 싸돌아 다니지 말고 빨리 집에 쳐 들어가란 얘긴가?'
어쨋든 "집에 안 가요?" 소리만 듣다가 그날은 그렇게 헤어졌다.
그런데 어머나 그 다음날 저녁, 그에게 전화가 왔다. 평택에 놀러올테니 술 먹잔다.
난 엉겁결에 그러마고 했다. 그리고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 남자 변탠가? 여기까지와서 나 술먹여 놓고 함 어떻게 해보려고 그러는건가?
아니면 나한테 관심이 있나? 그렇진 않은 것 같은데..
음~ 전자일 가능성이 높아.....'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무슨 핑계를 대고 파토를 낼까?
열심히 생각했다.
하지만 몇일간의 자체 조사 결과, 그가 평택까지 와서 나를 만나려는 이유는 비정규직 투쟁에 동참시키려는 의도인 것이 유력해졌다.
정말이지 마음이 한결 놓였다.마음을 푸욱~ 놓고 그와 통화를 했다.
이번 주에 있는 경기도당 사무실 개소식에서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다.
그는 무척 당황하더니 대뜸 말했다.
나한테 관심있어서 함 만나보고 싶단다.
사실 티는 안 냈지만 난 속으로 무지 기뻤다.
나 아직 죽지 않은 것이었다!
난 여전히 매력적인(?) 미녀(??)였던 것이다!!
그후로 그의 전화를 기다렸다.
이제나 저제나 언제쯤 나를 좋아한다던 그를 볼 수 있을까?
그사람이 어떻게 생겼었지?
내 희미한 기억에 내가 좋아할만한 스타일이긴 했던 것 같았는데. . . .
그를 만났다.
기륭의 그 어두침침한 농성장에서 봤을땐 20대로 보였는데. . .
음. . . 그렇군.
배운게 많은 그는 자꾸 어려운 단어를 쓴다.
음. . . 음 . . .
횟집의 밝은 불빛에서 보니 날나리 활동가의 고단한 생활이 엿보인다.
음. . . .
난 점점 취해갔다.
취하니 그의 팔뚝이 꽤 섹시해 보인다.
맨날 나이 40먹은 두아이 아빠인 우리 소장님 팔뚝만 보다가 37세 미혼 남성의 팔뚝을 보니
그렇게 싱싱할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니 더 취했다.
그가 조승우로 보인다.........
그는 내게 해독제(숙취해소제) 2캔을 사줬다.
그리고 날 집에 넣어줬다. 안 그래도 되는데. . . ; 굳이 뭐. . . 왜?;;
몇일 뒤 우린 다시 만났다.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장난을 치면서
그는 나에게 완전히 빠져버렸다.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가 해준 맛있는 밥도 좋고
같이 얘기하는 것도 좋고
그의 팔베게도 좋다.
맥주 시킬 때 꼭 신경써서 내가 좋아하는 카스 주문하는 걸 잊지 않는 것도 좋고
바쁜 와중에도 잊지않고 나 챙겨주는 것도 좋고
너털거리는, 얼핏 보면 무지하게 착한 사람일 것 같은 그 웃음도 좋다.
항상 지금처럼 그가 건강하길. . .
힘든 현장에서 너무 상처받지 말길. . .
용역 깡패들이 때리려고 쫓아오면 맞지말고 요리조리 잘 도망다니길. . .
그리고
나 때문에 너무 힘들게 되지않기를.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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