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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비행기 안입니다.
제주도 가는 길이에요.
아침이 밝아오고 있는 이 시간, 비행기 한 구석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햇빛에는 참 오묘한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잠도 거의 못 잤습니다.
공항까지 오는 차안에서 몹시 피곤하고 기분도 별로였습니다.
2박 3일동안 잘 지내고 올수 있을까 싶었죠.
그런데 조금전에, 투명한 아침 햇살이 내 얼굴 표피에 와 닿자마자 그냥 또 이유없이 미소가 번지고 맙니다.
비행기 탑승 과정에서 많은 20대 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건 정말이지 직업병 같은거라 어쩔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어떤 고용형태로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더군요.
고객에게 품격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겉으로는 예쁘게 화장한 얼굴로 친절한 척
하고 있지만 사실 그네들 역시 비정규직 20대의 벅찬 삶을 끌어안고 버둥거리고 있지나 않은건지 궁금해졌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했습니다. 창 밖 세상이 대각선으로 기울었습니다.
저 아래로 세상이 보입니다.
문득 김포 공항 이착륙 항로에 있는 기륭 골목이 떠올라 저 밑에서 거기 함 찾아볼까? 하는 이상한(?)생각도 했습니다.
비행기는 금방 구름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음~ 저는 지금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비행기가 좌회전(?) 우회전(?) 할 때마다 약간씩 무섭네요.
제주도입니다!!
바다입니다!!!! 그토록 오랜시간 그리워했던, 마냥 그리워만 하게 될 줄 알았던 푸른 빛 바다입니다.
제주도에 도착하고 우린 제일먼저 4.3 유적지 북촌 너븐숭이에 갔습니다. 푸른 바다를 등지고 서있는 위령비와 아픈 역사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아픕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4.3사건이 국가 공권력이 저지른 비극적인 사건임을 인정하고 제주도민께 머리숙여 공개 사과를 했다는 설명이 들려옵니다. 새삼 노무현 아저씨가 그리워집니다. 그때가 그립습니다. 너무 너무. . . . .
그리고 우린 돌하르방 공원에 갔습니다.
숲을 따라 나무와 작품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이 제주도의 상징인 돌하르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조각해 놓았습니다.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돌하르방의 코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유언비어가 빛의 속도로 살포됩니다.
이동갈비 사장님이 유난히 아들에 집착하시는군요.
오호라~ 남근석이 나왔습니다.
아저씨들이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근데요. . . . 남근석이니까. . . . . . 여자들이 좋아하는게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요?
음~ 우리 나라에 게이 인구가 이렇게 많았나 새삼스러워집니다.
아니면 돌로 만든 그 다.른.놈.의.물.건.을 보고 우리의 아저씨들이 갑자기 벅차오르는 자신감(!)에 그토록 기분이 좋아들 지셨던 걸까요.
공원을 돌아보며 마음이 치유됨을 느낍니다.
숲과 나무와 돌하르방과 여러 작품들이 어릴 적 한 두번 느껴보았던 엄마의 따뜻한 품처럼
나를 안아줍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예술가들의 애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매미 떼의 습격을 받아서 쓰러졌다는 한 가녀린 나무를 어떤이의 작품이 받치고 있습니다.
어떤이의 거친 손으로 나무를 자르고, 다듬고, 못질을 한 그것은 해학적인 사람의 모양을 하고
그 한쪽 손으로 나무를 단단히 잡아받치고 있네요.
그저 맥없이 쓰러진 얇은 나무 하나, 한가닥 숨쉬고 있는 생명을 살리겠다고 어떤이는 열심히
그 나무사람을 만들었을 겁니다.
저는 그래서 예술가들이 참 좋아요.
우리들 사는 세상의 아픔, 상처, 고통들을 그들은 아름다운 작품으로 표현해냅니다.
마음 한가득 따뜻함 품고 공원을 빠져나옵니다.
다음에 우린 성산일출봉에 갔습니다.
너른 잔디밭, 저 위에 봉우리, 맑은 바람, 바다.
행복했습니다.
이럴때 사랑하는 그이가 내 곁에 있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요.
그의 잘나지 못한 얼굴, 희미한 채취, 몹시 너털거리는 웃음, 나를 안아주던 그 단단한 가슴이 생각났습니다. 전화로나마 목소리만 들어도 이토록 좋은데. . . . . . 보고싶다.
다음 코스인 승마장 가는길. 제주의 시골풍경이 펼쳐집니다. 검은 흙, 당근 밭, 검은 돌담.
뭍에서만 자란 내겐 너무나 이국적인 풍경입니다.
오후 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반짝이는 저 많은 억새들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말에 올라탔습니다.
눈앞에 푸른 초원이 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또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승마장에서 카우보이 모자를 줬어요. 그 모자를 쓴 제 모습이 몹시 미소년스럽습니다.
쉽게 볼 수 없는 이 미소년 스타일의 저를 간직하고 싶어서 나른한 오후 햇살받으며 셀카질에 빠져듭니다. 음~ 무지 만족할만한 예쁜 소년의 사진이 나왔습니다. 나름 또 혼자 좋아라합니다.
첫째날 해가 저물었습니다.
술을 좀 많이 먹고^^;
좀 늦게잤습니다.^^;;
다음날 아침입니다.
피곤함과 귀찮음에 아침도 거르고 주차장 버스앞에 집결했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참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붑니다.
그냥 또 기분이 좋아져서 괜히 혼자 통통 거리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소인국 테마파크'라는 데를 갔습니다.
우리의 기행과 어울리지 않게 참 통속적인 관광지입니다.
입구부터 저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들판에 살고 있던 숲과 갖가지 생명들 다 쫓아내고
거기다 콘크리트 깔고 졸속으로 만든 이상한 미니어처들 구경이나 하라니,
그리고 출구와 연결된 기념품점에 들러서 돈이나 펑펑 써대게하는
이런데가 참 싫었습니다.
다음에 우린 주상절리에 갔어요.
용암이 바다와 만나 급속도로 식으면서 다각형 모양으로 쪼개졌다는군요.
정말 흔히보기 힘든 돌의 모양이었어요.
사람들이 주상절리를 구경하기 쉽도록 높은 곳에 나무로 만들어놓은 전망대에서서
나는 가만히 바다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저기, 저 멀리, 아득한 아래에,
살아있는 바다가 마치 아라비아 신화에 나오는 사나운 괴물처럼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용맹스런 생명력의 바다가 나를 집어삼킬것만 같은 아찔함에 나는 가끔씩 몸을 떨었습니다.
그 바다는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두려웠습니다.
그 바다안에서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있습니다.
털코트를 입고 있어도 추운 이 계절, 저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오직 삶을 살아내야하므로
전복이며 해삼 등속의 것들을 따기 위해 바다보다 더 사나운 생명력을 가진 여인네들이 끊임없이
물속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물질하는 모습에서 민중의 여인들을 봅니다.
노동하고. . . 노동하고. . . 노동하고. . .
합당한 댓가를 받지 못할지라도,남편에게,아들에게 많은것을 빼앗기거나 모든 것을 양보당할지라도
살아야하므로 또 그 거센 바다를 찾는 이들의 물질은 끝이 없습니다.
그네들의 노동이 아름답게 아프게 다가와 나를 작게 울립니다.
주상절리를 돌아보고 나옵니다.
너무나 훌륭한, 정말이지 완벽한 명당에 자리잡은 선술집에서 회한접시 하지 못하는게 너무 아쉬워
못내 시선을 거두지못하고 돌아서나왔습니다.
강정마을 부근의 식당에서 흑돼지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왠 고기를 이렇게 많이 시켰는지 테이블마다 태반이 남습니다.
남겨져서 버려질 그 고기들이 너무 아까워 저는 입안에 마구마구 집어넣었습니다.
게중에는 제가 많이 먹기 때문에 그다지도 와구와구 입에 들이밀었다고 오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저는 버려질 음식들이 너무 아까워서 지구와 제주 흑돼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다지도 많이 먹은겁니다.
물론 제가 눈에 띄게 많이 먹는 스타일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건 아닙니다.^^';
그덕에 제주에서 보낸 2박3일동안 배가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을만큼 더 나오는 비극을 맞이했습니다.
흑돼지를 좀 덜 사랑해 줄 걸 그랬나? 이제와서는 좀 후회가 되긴합니다만. . . .
암튼 대추리 이민강 아저씨는 입에다 막 집어넣고 있는 제가 뭐가 그리도 좋으셨는지
다른 테이블에서 남은 고기랑 고추까지 자꾸 갖다 주십니다.
아저씨 감사했어요.
그리고 하나더,
바쁜 서빙시간, 손이 모자란 어느 제주도 아주머니께서 저에게 한마디 하십니다.
"젊은 총각, 공기밥 좀 저리로 옮겨줘"
참고로, 저는 머리 길이가 꽤 짧은 여자입니다.^^
식사를 하고 이번 여행에서 제가 가장 기대했던 일정인 강정마을에 다다랐습니다.
현재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하고 있고요.
여러 언론보도에서 굉장히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표현을 많이 접했습니다.
그래도 의심많은 저는, 그냥 기자들이 과장해서 그런표현을 한 줄 알았더랬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름답더군요.
마치 화가가 숱한 고민과 번민의 나날들을 거쳐 한 폭의 그림안에 완벽하게 아름다울만한 위치에
피사체 하나 그려넣은 듯이,
곡선을 이룬 해안선과 돌과 섬들이 완벽하다싶은 아름다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곳, 저곳, 여기, 저기 사방 팔방 어디를 보더라도 평화롭고 따뜻한 기운이 전해져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마을에 콘크리트를 들이붓고 사람죽이는 전쟁연습하는
해군기지를 만들겠다네요.
버스를 타고 제주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가끔씩있는 해군기지라는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강정마을을 저렇게 만들어버리겠다니 많이 안타깝습니다.
정말 군부대가 더 필요한 걸까요?
왜 더 필요한걸까요?
백수가 태반인 20대들에게 2년동안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려는 애국애족의 순수한 마음으로?
군부대 주변에 성매매 산업 육성해 번 돈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
아니면 북한이랑 한 판 붙어서 이겨먹으려고? 정말 한 판 붙게??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고 저는 20대 초반의 대학생들 틈새에 끼기를 포기한채 초저녁부터 줄창 잤습니다.
다음날,
우리는 먼저 한라산 어승생악 방문자 센터에 갔습니다.
숲속에서, 우리 가이드인 고제량님이 문제를 내십니다.
삼촌의 울끈불끈한 몸처럼 쌔끈하게 잘 빠진 느낌의 나무는 무엇일까 맞춰보시오.
근데요 고제량님 나무는 생각이 안 나고 울끈불끈한 몸 같다는 저 표현만 생각나는데 어쩔까요? ^^;
돈 열심히 모으고 모아 언제 함 또 제주도 가겠습니다. ^^;;
어딘가 이동하는 차안에서 고제량님이 해주셨던 제주도의 설화가 생각납니다.
설문대할망이 제주도를 만든 이야기. . . .
언젠가 그 설화가 입에서 입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래 대대로
할머니께 재밌는 옛날 이야기 해달라고 무릎베고 누워 곤히 들으며
똘망똘망 새초롬히 눈빛을 밝혔을 아이들. 그리고
할머니가 되어 이제는 자신을 닮은 아이를 자신이 그러했듯 무릎에 뉘여놓고
가슴 한 가득 사랑하는 마음으로 설문대할망 얘기를 전해주었을 그 많은 할머니들.
그렇게 사랑을 타고 오늘까지 이어져 내려온 이야기.
그렇게 살아왔을 제주도인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참 예쁘더라구요.
마지막 날의 일정을 숨가쁘게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2박3일동안 너무나 그리웠던 내 사랑과의 만남!!
으헉~ *^________^*
난 자기가 너무 좋아!
2박3일 동안 옆에서 저 참 잘 챙겨주시고 잘 놀아주신 상규 아.저.씨.
음~ 사회 통념상 본인은 아저씨가 맞는데 자꾸 오빠라고 우기시면. . . . .
다음에 어르신이라고 불러드리는 수가 있어요. ㅡ,.ㅡ
아저씨 덕분에 많이 즐거웠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추억거리 만들어주신 이은우 대표님이랑 우리 소장님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 ^)**(_ _)*
제주도 기행 실무 맡아서 고생 너무 많이 한 성철씨 푹~~~~ 잘 쉬어요.(헉, 왠지 약간 무섭게 들리는^^;;;)
제주도가 이렇게 아름다울 줄 몰랐어요.
바람은 따사롭고 소와 말은 초원에서 풀을 뜯고 억새는 빛이 나고
바다는 사납도록 강인했습니다.
제주도에 한 번 또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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