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폭파해버렸다. 총 수록 글이 590여편이었다. 블로그에 쓴 글이 때론 길고 때론 아주 짧은, 아주 허접한 것이 섞여있었다 할지라도 그동안 쓴 글은 총 590편이다. 블로그 초기화를 하기 전에 공개하지 않은 자료며 개인 일기도 꽤 돼서 몇가지는 복사를 해서 미리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했다. 이런 것까지 합치면 네이버 블로그에 있었던 글은 690편에 이른다.
그러나 이 글들을 모두 지워버렸다. 블로그에 있는 글과 흔적들을 없애는 것을 초기화라 한다. 이를 어떤 사람은 '폭파'라고도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든 상당한 글이 담긴 자신의 블로그를 초기화하려면 조금은 후회하지 않았을까. 나역시 전혀 그런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망설임과 주저하는 마음의 잔상까지는 무시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크게 후회하지는 않는다. 블로그 초기화를 결행한 날을 보니 지난 10월 24일이고 글을 쓰지 않은 것은 훨씬 전 일이었으니까 벌써 20여일이 지난 일이다.
왜 이런 일을 했을까? 심기일전하고 싶은 마음에서이기도 하지만 쓰레기 같은 것을 지니고 애지중지 하나 싶어서 이를 내려놓으려 한 때문이다. 정작 중요하게 방점을 찍고 몰입해야 할 일은 소홀히 하고 있으니 '이까짓게 뭐야!'하는 맘이 들었다.
이번 주에는 특히 미루지 말고 m에 관한 것을 정리해야 한다. 짧은 일대기라고 해야할 것 같다. 한무더기의 책과 팜플렛 등을 정리해서 기록하면 그것은 A4 용지 길어야 10장 분량의 글이 될 것이다. 제발 미루지 말고 어서 해치워야 한다.
블로그 역사는 5년이지만 집중적으로 글을 좀 올린 것은 1년 조금 넘은 기간이었다. 이에 대한 단상을 아무래도 정리하며 넘어가야겠다.
처음엔 블로그를 알아가는 시기였다. 블로그를 하려다 보니 모르는게 많아서 귀에 들리는 말을 이것저것 따담기 바빴다. '파워블로거'라는 말에도 구미가 당겼다. 파워블로그 돼서 좋지 않을리 없기 때문에 당연하다. 파워블로그가 되려면 우선 300여 편은 돼야 한다는 소리가 귀에 꽂혔다. 글이 많은 것은 그만큼 불로그를 한 연수가 된다는 것이기도 해서 연수가 짧은 사람들은 이 말에 수긍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내 블로그에는 글이 너무 적구나 싶었다. 허기진 사람 마냥 블로그 하기에 바빴다.
또 블로그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머리 속에 스치는 생각을 이대로 흘려버릴 순 없다. 는 것이었다. 그래서 될 수 있음 머리에 있는 것을 블로그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컴 앞에 자주 않았다. 메뉴도 다듬었다. 부지런히 사진도 찍었다. 캐논 600 D를 들고 다니자니 너무 무겁고 몸에 무리가 가지 싶었다. 그럼 쉽고 가벼운 것 뭐 없을까? 해서 스마트폰 갤럭시 4로 부랴사랴 바꾸기까지 했다. 아 좋구나 이거로 누르니 정말 편하다. 스마트폰으로 누르기를 한 서너 달 재밌게 했다. 그러나 맑은 날 어쩌다가 화질이 좋은 것 빼놓고는 화질이 그닥 좋지 않았다. 초상권에 대해서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그런데 허겁지겁 쓴 글이 늘어는 갔지만 내용이 부실한 게 눈에 보였다. 회의가 들었다. V가 말하는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잡문만 쓰고 있었다. 이런 거 누구 보이려고 매달리나. 이 정도 노력이면 창의적인 글을 상당히 썼을 거라는 자각이 들었다. 그래 쓰잘데 없는 글 쓰는라 신경 곤두세우지 말고 정성과 노력이 깃든 글다운 글을 쓰자꾸나. 이렇게 되었다.
나는 이래서 네이버 블로그 '파발마' 590편의 글이 수록된 것을 초기화 시켜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