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흐린, 금방이라도 눈이 올 것 같은 회색빛 우중충한 날이면 뭔가 재밌는 것이 없을까 생각이 미친다. 일전에 남이섬에서 봤던 조형물 몇 개가 떠오른다. 정크예술 같기도 한 그 조형물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등심에 젖어본다.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시간은 분명 가치 있는 시간이니까. 현재와 미래를 온통 살만한 것으로 채우는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며 그 소중한 기억 속을 거닐어본다.
이럴 때는 입맛을 당기는 질 좋은 군것질이 옆에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손으로 집어 들면 따뜻해지고 입에 넣었을 때는 금방이라도 음~ 정말 맛있다 하면서 만족스럽기 짝이 없는 간식 말이다.
군고구마와 따뜻한 오뎅과 오뎅국물도 좋다. 하긴 붕어빵이나 국화빵도 좋겠다. 아 참~ 빠질 수 없는 간식거리 그래 호떡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각적으로 단연 압권인 것은 찐빵이다. 본래 찐빵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그저 부담 없이 하나 사먹는 간식은 그저 호떡이 전부였다. 닭 꼬치 그러니까 닭 꼬치 같은 고기 종류는 길거리 간식으로 한 번도 사먹은 적이 없다. 뭐 아무거나 괜찮겠지만 말이다.
붕어빵은 대게 1000원에 3개인데 따뜻했을 때 딱 1개먹으면 별미다. 먹는 속도가 느린 사람은 세 개 째 먹을 때쯤에는 붕어빵은 영락없이 식어 있어서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붕어빵은 풀빵 종류라서 식으면 영 아니다.
호떡은 남대문 입구가 압권일 거다. 명동에서도 인기지만 명동 호떡은 남대문에서처럼 줄을 설 정도는 아니다. 호떡은, 야채호떡과 전부터 제일 흔하던 설탕과 계피가루와 해바라기씨 등을 혼합한 두 종류가 있는데 남대문 입구에서 파는 호떡은 늘 정말 많은 사람들이 늘어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통에 하나 사먹을 엄두조차 못 내고 말았다. 번번이 잠시 바라만 보다가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서 정작 남대문 호떡 맛은 잘 알지 못한다.
남대문에는 호떡 말고도 무지 성업 중인 먹거리가 있다. 찐빵이다. 이 찐빵은 비교적 수월하게 살 수 있어서 좋다. 찐빵 집은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인삼가게 중간에 두세 곳 있다. 국 대접닥만 한 크기의 찐빵들이 김을 내뿜으며 구미를 당긴다. 자연히 발길을 멈추고 하나 사서 입에 넣는다.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은 시각적으로 대만족이다. 먹음직스럽게 부풀어 오른 젖가슴처럼 통통한 모양은 만져보고 싶은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김을 폴폴 내뿜으며 바쁜 몸놀림으로 사람들을 상대하는 가게 집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시장에 온 기분을 절로 느낀다. 이게 남대문의 새 명물이 되었다. 드디어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린다.
찐빵에 대한 기억 하나 더, 지난 9월이었다. 서울광장에서 국민보고대회를 마치고 귀가 중이었다. 일행은 민주당 노원 병 지역위원장인 이동섭 씨와 구의원 송인기, 시의원 김광수씨였는데 청량리 쪽으로 달리던 차가 동대문을 조금 지났을 때였다. 이동섭씨가 동대문에서 체육센터를 운영하던 때 찐빵을 엄청 사먹었노라고 빵집을 가리키면서 추억담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차를 잠시 멈추고 일행 중 한 사람이 찐빵을 사서 한개 씩 안겨줬다. 에효~ 웬 찐빵이 그리도 뜨거워! 찐빵이 어찌나 뜨겁던지 손에서 놓치지 않으려고 호호 불며 이손에서 저 손으로 저글링을 하듯이 해야 했다.. 찐빵 하나를 먹느라 엄청 진땀을 빼던 기억이 가시질 않는다.
그런데 남이섬에도 찐빵을 먹을 줄이야. 것도 가마솥을 걸어놓고 현장에서 불을 떼며 팔고 있는 것을. 남이섬에 들어와 처음엔 구경에 정신이 팔려서 돌아다니기 바쁘다. 하지만 차츰 출출해지기 시작하는데 가마솥에서 김을 내뿜고 있는 찐빵을 보면 십중팔구 발을 멈추지 않을 수 없다.
니가 하나 살래? 하는 뜻으로 친구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친구가 빵 두 개를 샀다. 근데 남이섬 찐빵은 너무 작다. 조금만 더 컸으면 좋겠다는 아쉬운 마음이 스친다. 기술과 관광지의 차이인가? 크기, 촉감, 앙꼬의 양에서 1천원 내고 사먹기에는 아무튼 좀 남대문이나 동대문에서 사먹은 것 보다는 조금 서운한 기분이 들어서 표현해 봤다. 사진들은 추억과 함께 세트메뉴로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