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의 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다. ‘사법정의는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묻는 세미나가 때마침 국회 의원회관 제 3세미나실(10. 17일 금 오후 2시)에서 있었다.
얼마 전에 한 검찰총장 출신이 일인지하만인지상이라는 총리로 지명됐으나 취임도 못해보고 낙마를 한 사건이 있었다. 보통변호사로서는 꿈도 못 꿀 수임료를 개업한지 5개월 만에 16억을 벌어들였는가 하면 아파트 ‘업계약서’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이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배금주의와 사법부의 타락상을 보여주는 일면이다.예컨대 권력에는 선출된 권력과 그렇지 않은 권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선출된 권력이라 함은 선거를 통해서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과 300명의 국회의원과 16개 광역단체장 등이다. 이밖에도 구의원이며 시의원과 같은 기초의원들도 투표를 통하여 직접 뽑는다.
이른바 대통령 중심제인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이 하도 막강하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다. 그런데 국회의원들도 만만찮다. 그 특권이 200여 가지나 된다고 한다. 그들이 누리고 있는 온갖 특혜는 국민들로부터 쥐어 짠 혈세와 국민이 위임한 권력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이에 못지않은 곳이 있다. 이른바 법피아들이다.
대저 민주주의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삼권으로 나뉘어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며 운용되어가는 체재다. 이 중 입법부를 이루는 국회의원과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직접 선출하고, 잘못하면 국민이 투표로서 심판한다. 그러나 법원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사법부는 국민이 선출하지도않고, 국민이 심판할 길도 없는데 그들은 법률의 해석자로서 사람을 징역 보낼 수도 있고, 남의 재산관계를 결정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법부가 민주주의 수호자라고 알고 있다. 헌데 민주주의 수호자라는 사법부의 권위와 권한은 어디서 나오고, 사법부가 잘못된 결정을 할 때 주권자인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고 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는 주권자인 국민이 행사해야할 권한의 위임 과정과 심판을 묻는 것이다.
최근의 예를 들어보자. 선거에 관여한 전 국정원장이 선거법위반이 아니라고 법원이 판결했을 때 우리 국민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1975년 이른바 인혁당 사건 때도 8명의 무고한 사람이 사형을 당했는데 이를 수사하고 기소한 검사들과 사형판결을 내린 1심, 2심, 대법원판사들에게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었다. 이처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남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았는데도 아무런 견제나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현실이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선출되지 않은 권력들을 어찌해야 하는가. 국민이 나서서 개혁해야 한다. 이른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횡횡하는 법피아들의 부당한 놀음을 중지시킬 방안과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런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 열린 토론회가 바로 ‘사법 정의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다.
정의사법구현단, (사)한국문화예술유권자총연맹, 정신문화회복운동본부가 주최한 세미나 1부 순서에서는 서정태 한국문화예술유권자총연맹 총재의 개회사와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의 축사로 시작됐고, 먼저 최상덕, 강남구, 김문제 3인의 피해사례 발표가 있었다. 이어서 한국다문화협회 남동호 감사가 사회를 보는가운데 연도흠 정의사법구현단 대표가 <사법부정은 사회 전체 모든 분야의 부정부패를 만들게 한다>와오재영사이버 국회의장이 <무질서한 대한민국 사법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라는 발제를 통해서 의견을 펼쳤다. 이어서 정치 평론가인 박상병 박사와 권오성 민주제 연구소장과 양건모 정의연대 대표가 토론자로 나서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줬다.
세미나 2부 순서에서는 ‘대한민국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라는 강제로 ‘혁신하라 한국경제’와 ‘블랙오션’의 저자인 주)에카스 박창기 대표가 재벌들이 담합과 독과점으로 얻는 부당한 이권이 우리경제와 정치.사회적으로 얼마큼 해악을 끼치는가에 대해서 실례와 수치를 들어서 알기 쉽도록 특강을 해줬다는 점이다.
더해서 이날 특히 인상적인 것은 최근 개혁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준 메시지였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축사를 통해서 “우리나라에서 법원, 헌법재판소, 검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활동이 국민 주권을 실현하는가, 정의에 합치하는가는 주권자인 국민이 계속 논의하고, 언론이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국회개혁, 정당개혁, 대통령의 권한통제에 대해서는 국민과 언론이 관심을 갖습니다만, 광의의 사법부의 개혁과 그 정의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거의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라며 사법개혁을 통하여 법피아들이 없어지고 정의가 바로 설 때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주장을 폈다.
권력이 타락한 사회엔 내일이 없다. 선출된 권력, 선출되지 않은 권력들 모두가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내일이 있도록 하려면 우리 앞에 ‘사법개혁’을 통하여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도록 해야겠다.
박정례/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