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스케치.. ‘임을 위한 행진곡’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산자여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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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들끓었다. 시국과 맞물려서 각종 이슈를 뿜어내는 광주, 5.18광주는 그렇게 전야제와 함께 보훈처가 주관하는 공식기념식을 끝으로 정점을 이룬다. 그런데 올해도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로 기념식은 둘로 쪼개져 개최되고 있었다.

5월 광주는, 5.18과 관련한 행사로서 창작가요대회를 비롯해서 휘호대회, 청년대회, 사진전, 음악회, 강연회, 주먹밥만들기, 문학제와 전야제를 비롯한 각종 퍼포먼스 등 수십여 가지 프로그램이 골고루 마련돼 있다.

이 한복판에서 수많은 개인과 단체들은 저마다 교육과 연수 혹은 단합대회를 겸한 목적성 프로그램을 접목하여 의미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가령 천주교 광주대교구에서는 국립5,18민주묘지를 100일 도보순례지의 경유코스로 포함시켜서 미션을 완성할 때마다 인증 스탬프를 찍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평화나눔’이라는 서울지역 대학생 동아리는 열사들의 묘 앞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기와 즉석 토론, 단체 메시지 낭독 등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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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헌화 봉사와 방명록과 추모리본에 글쓰기와 음료수봉사 등 해마다 내방객들의 편의를 위해 애쓰는 봉사단체들의 소임 또한 열심이었다. 이들 중에서 ‘그날’이라는 잡지와 함께 ‘천상의 열사에게 천 송이 국화꽃은’이라는 캐치프레이를 내걸고 12년 째 꽃과 생수 봉사를 하고 있는 단체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었다. 모임 이름은 ‘그날’이다. 이들은 5.18 당시 직접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주변인들을 지켜보면서 나름대로의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날 회원들은 1500송이의 국화꽃을 마련하여 방문객들의 손에 헌화용 꽃을 쥐어주던 봉사 첫해의 기억부터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국립5.18묘지를 오며가며 지켜본 소중한 인연들을 갈무리해뒀다가 이번에 드디어 잡지에 담은 것이 ‘그날’이다.

잠시 ‘그날’을 소개한다. 35년 전 그날 한 공수부대원이 있었다. 그는 당시 진압군으로서 광주에 도착했고, 상부의 명령에 따라 무고한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경험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가슴속에는 숨기고 품어뒀던 짐 덩어리가 있었다. 그 실상을 비로소 ‘그날’에 쏟아내 증언하며 양심고백과 함께 참회의 변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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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당시 시위자로 참여한 한 청년(새정치민주연합 이개호 국회의원 전남영광,함평, 담양, 장성)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어 당시의 들끓었던 심정과 함께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을 때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 놓아 부른다는 피 끓는 심정을 담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남겨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가나니 산자여 따르라 산자여 따르라~~”

또 있다. 당시 MBC기자로서 5.18광주 취재기자였던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5.18에 관한 인터뷰다. 정 전장관은 교통이 두절된 상태에서 동료기자 3명과 함께 전남 장성에서부터 걸어서 광주로 진입한 사람이다. “정동영입니다. 시장물가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광주시 한복판 대인시장에를 나가봤습니다. 어제 KBS에서 시내에서 오이 3개를 천원이라고 했다면서 터무니없는 보도를 비난하는 상인이 많았습니다” 패기 넘치는 한 젊은 앵커의 육성을 타고 번지는 당시의 현장 상황이다.

5.18광주, 20여 그날의 회원들(회장 박춘림)이 자비를 털어서 꽃과 생수와 함께 자신들의 이야기를 수록한 ‘그날’을 나눠주고 있었다. 35년 전 금남로에 솥단지를 걸고 주먹밥을 나눠주면서 대동정신을 구현하던 그날의 광주시민들처럼 말이다. 남은 자들은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는 외침을 잊지 않고 있었다.

 

*필자 박정례/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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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9 21:25 2015/05/1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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