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세균 대표시절에 일어난 일 -④

-정세균이 남긴 빛과 그림자

 

<총선 후 잡설> 브레이크뉴스 선임기자 박정례= 필자는 앞서 17대대선 기간 중에 참여정부와 친 노무현 세력들이 ‘정동영 돕지 않기’, “내가 정권재창출할 의무가 있냐?”와 같은 대통령의 언행, 형님들을 앞세워 맺은 밀약으로 ‘MB의 BBK주가조작 사기혐의’ 덮어버리기’에 관한 것 들이 ‘정동영 죽이기’의 1라운드였다는 논지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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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고로 원인 없는 결과란 없다. 이같이 당연한 것들을 우리는 상식이라 한다. 상식 중에서도 이해력이나 판단력처럼 사리분별에 속하는 것들은 추상의 영역에 속하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추상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어서 손에 잡거나 육안으로 신속하게 인식할 수 없다손 쳐도 다수가 알고 있는 지식이 곧 상식이다. 정치의 분야에 대해서도 우리는 상식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세균이 전북정치의 맹주

지난 몇 년 동안 정세균의 위상은 탄탄대로였다고 할 수 있다. 안정적이고도 거칠 것 없는 위치로 봐서다. 하지만 정세균의 출세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것이었는지 새겨 볼 이유는 너무나 많다. 무려 20년 동안이나 국회의원으로서 당대표로서 민주당의 중요한 축을 형성해온 사람이었으니 말해 뭣하랴. 혹자는 그가 늘 웃음 띤 얼굴을 하고 있는 데서, 무난하고도 원만한 성정을 지닌 사람으로 유추한다. 타인에 대해서 결코 싫은 소리 한 번 못할 것 같고, 엔간한 일엔 화 한 번 안낼 것 같은 선량한 이미지를 연상한다.

천편일률적인 인상비평이 아닐 수 없다. 수년에 걸쳐서 의도적으로 다듬어 놓은 셀프이미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부용과 대인용은 다른 것이다. 세상만사에는 무엇에나 양면이 있는 것이기에 한 번 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 뒤에 또 다른 면은 없는지 물음표를 던져보는 것이야말로 이성적인 태도라 본다.

반문해 본다. 정세균은 호남과 호남정치에 무엇이었는가 하고. 오늘 날 호남정치가 변방으로 밀려나고, 김대중 선생이 이룩해 놓은 야당의 상징재산은 거덜이 나버렸잖은가. 김대중을 사랑하는 수많은 개미군단 같은 평당원들이 모여 당의 근간을 이뤄줬던 “그 민주당은 다시 올 수 없는가?” 자문해본다. 하지만 이제는 지쳤다. 다만 누구 한 사람이라도 나서서 민주당이 왜 이 모양이며 김대중 정신은 왜 희미해졌는지 눈 똑바로 뜨고 찾아보자.

제 9대 지방선거에서다. 정동영의 지역구에 지역맞춤형 공천 룰이 적용된다. 이후 지방의원 후보 5명 전원을 중앙당에서 결정하다.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예라고 한다.

그렇잖아도 모두가 민감한 시기였다. 전라북도 도내 민주당 소속 시장과 군수들 중 30%는 전략공천을 통해서 물갈이할 것이라는 얘기가 떠돌았다. 이 이야기는 “이번 전북의 지방선거에서, 전주 덕진과 완산갑 4.29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정동영-신건 연대’를 도운 사람들에 대해서 징계를 하겠다(2009년6월18 연합뉴스)는 기자회견으로 뒷받침 된다. 정세균은 또 “전북이 민주당 공천 혁신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며 “전북이 개혁정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시민공천 배심원제 도입은 당 지도부의 권한을 포기하고 시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것”이라 한다.

참고로 국민참여형, 능력중심형, 지역맞춤형 세 가지가 그것이었는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나 진배없었다.

지역맞춤형 공천, 말은 좋다. 이러저러한 방침으로 정동영 쪽 후보들이 모두 주저앉고, 그 자리에는 중앙당에서 내리꽂은 후보들이 들어앉는다. 이러한 중앙당 공천의 대표적인 수혜자가 김성주다. 김성주는 이후 전주 덕진을 근거지로 도의원으로 시작하여 국회의원까지 활동을 펼치게 된다.

다음으로 공천학살을 당한 곳이 전라북도 임실지역이었다. 도내에서 유일하게 국민참여형 공천 룰이 적용되고, 10번의 여론조사에서 10번 다 1위를 달리고 있던 A의원이 대표적인 희생자가 된다. A는 2선의 도의원인데 의정활동에 있어서도 평판 좋은 젊은이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8대 도의원 임기 4개월을 앞두고 사퇴를 하게 되는데, 제 5기 민선 임실군수에 도전하려는 계획 때문이었다. A의원은 2007년 대선 때 전북 출신 정동영 후보를 도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상상해 보라. 실력 있는 젊은이가 내 고장의 번영과 발전을 이루고 싶어 군수에 도전하는 모습을. A는 전라북도에서 초.중.고는 물론 대학,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모든 학업을 전북에서 이뤄낸다. 당시로 돌아가 임실군수를 뽑기 위해 당내결선을 펼친 정황을 들여다본다.

A는 출마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사방에서 선거 모드로 전환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하는 마음으로 주민인사 다니는 일로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A에게 사람이 찾아온다. 정세균이 보낸 강모 보좌관이었다. “강00이 지지율 5%잖아 모두 A의원 상대가 못돼. 임실은 시민공천배심제로 할 거라고.” 보좌관은 이어 “믿고 응하면 여론조사로 2배수만 남길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A에게 던져주고 갔다.

 

여론조사, 보좌관 앞세운 작업 끝에 후배 심어

이 와중에 정세균 측이 내세운 강00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씩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이를 보며 A측 운동원들은 “정세균 대표의 동생이 여론조사 회사를 한다. 경선 앞두고 무슨 꼼수를 부릴지 모르니 참여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그런데 A측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 같았는지 강모 보좌관이 또 찾아온다. “A의원이 무조건 이긴다. 딴 생각 말고 참여해라.” A가 행여 딴 생각을 할까봐 명토 박으러 왔는지 다짐에 또 다짐을 하며 떠났다. 헌데 이내 ‘3배수로 뽑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공식적인 결과를 발표하기도 전인 아침 6시였다. 임실 삼거리 시계탑 밑에서 주민인사를 하고 있는 A한테 보좌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던 것이다. “A의원 2배수가 아니라 3배수가 됐다.”

“어찌 그러냐?”

“A의원의 지지율은 예상대로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2,3등의 차이가 0,07% 밖에 안 돼. 둘 사이를 구분하기가 뭣해서 3배수로 결정했다.”는 통보였다.

이를 보면서 A의 운동원들은 시민공천배심제에 참여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반대했다. 하지만 알면서도 빠져들고, 고민을 하면서도 점점 빠져들더라는 것이었다. 이미 선거라는 대열에서 같이 걸음을 내딛게 된 입장이었다. 우리가 그렇지 않나. 민주당은 김대중 선생과 우리가 만든 당이고, 민주당을 지켜야한다는 의식에 투철했다. 호남 사람들은 병이 깊었던 거다. “우리 아니면 민주당을 누가 지키랴?” 하는 순수하고 우직한 병, 나는 이런 외골수 중 한 사람이었다. 내가 내디딘 발을 스스로 거두는 일이 어디 쉽냐?

시민공천배심원은 200명으로 구성한다고 했다. 임실 주민 60명과 서울과 기타 지역 사람들로 중앙당이 모집해온 140명이었다. 전주 와중리에서 모두 모여 출발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소문은 어느새 “강**이 당선된다더라.” 또는 공청회 장소인 임실 군민회관 복도에서나 화장실을 오가면서 “우린 강** 뽑으러 왔다.” 공공연하게 떠돌아다녔다.

 

임실을 군수들의 무덤으로 만든 것은 누구인가

소문대로였다. 결과는 지지율 5% 짜리가 군수후보가 됐다. 하지만 정세균 측 신흥고 후배 강**은 뇌물수수죄와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된다. 일곱 차례에 걸친 재판 끝에 대법원에서 벌금 200만 원이 확정돼 군수 직을 상실한다. 기라성 같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와 이례적으로 많은 변호사 선임 끝에도 결론은 사법심판이었다.

대한민국의 한 귀퉁이 아주 작은 고장 임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임실주민만의 속사정이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일이 터지다 보니 구정물의 악취는 스스로 진동을 시작했다. 부정과 부패의 완결판으로서 언론과 방송 심지어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방영되기에 이른다. 거간의 사정을 한데 뭉뚱그려 놓은 신문기사를 참조하기에 앞서 먼저 같은 민선 5기 후보였던 청와대 행정관 출신의 김 모 후보의 말을 들어본다. (임실뉴스 인터뷰 2013.8.29)

“민주당이 불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경선 방식과 정의롭지 못한 것에 침묵으로 일관하는데 실망해 정치를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임실은 지역특성상 농사일 때문에라도 여론조사에 관심이 없고, 조작 가능성이 높다”

불쌍하지 않은가. 임실주민들이, 정세균 대표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웃음 띤 얼굴을 보인다. 그 덕분인지 그에 대한 선입견은 얼핏 너그러운 사람으로 인식된다. 정치인들이 남긴 빛과 그림자, 잘 살펴보지 않으면 손해는 고스란히 민초들에게 돌아온다. ⑤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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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1 11:57 2016/05/3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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