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4천원의 행복

 

목욕탕에서 4천원의 행복!

 

그랬다. 여름은 물론 가을의 상당한 기간까지도 나는 집에서 목욕을 계속했었다. 그러다가 급기야 목욕탕을 찾게 됐다. 무리를 지어 찜질방에서 한담을 즐기며 하는 아줌마들의 긴 목욕은  아니더라도, 섭씨 98c 쯤  하는 한증탕을 들락날락거리면서 샤워기의 물벼락을 맞고 싶었다. 또 가끔은 등의 떼를 밀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길어봤자 총 50~60분을 넘지 않는 빠른 목욕에 익숙한 나다. 대충 몸을 씻었다고 생각하면 지체 없이 목욕탕 문을 나서는 편이다. 그 와중에도 등 미는 일은 늘 고민이다. 어떤 때는  혼자 오신 할머니의 등을 밀어주었다가 기어이 답례를 하겠다는 할머니 덕분에 등 미는 일을 해결한 적도 있다. 또 어떤 날은 품앗이 할 짝을 만나서 등을 밀고 나온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나는 목욕 도우미를 청하게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말이다. ‘돈 아까운 생각 말고 ’때 밀어서 좋고, 목욕 도우미 아줌마는 수입 잡어서 좋은 일이지...’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의 해석으로 그랬다.

 

“등 미는데 얼마에요?”
“4천원이요~”
“네, 저 등 좀 밀어주세요.~”

 

도우미 아줌마가 등을 밀어주는 방법은 대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목욕대로 와서 누우라고 해서 밀어주는 경우가 있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아줌마가 찾아와서 밀어주는 경우다.

 

전신 목욕할 사람이 아닌 바에야 섣불리 목욕대에 누우라고 한다면 아줌마의 서비스양이 많아질 것이다. 특히나 보기만 해도 기가 질릴 정도로 체격이 육중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단골손님을 잡으려면 너무 야박하게 곧이곧대로 등만 밀어줘서는 안 될 경우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목욕탕에서는 가끔 아줌마가 손님에 대한 서비스의 양과 질을 결정할 때면 짧지만 미묘한 긴장이 흐른다. 

 

그러니 하루 종일 뜨거운 수증기 속에서 일하는 아줌마인지라 몸집은 크고, 시비스의 단가는 제일 싼 최소단위만을  주문한 손님  앞에서는  늘 약간의 고민이 뒤따를  것 같았다. 참고로 아줌마의 목욕대에는  다음과  같은 요금표가  붙어있었다.

 

        전신 때밀기                          15000원
        때밀기+얼굴마사지             23000원
        때밀기+미니마사지             28000원
        때밀기+얼굴+미니마사지   33000원
        때밀기+전신마사지             50000원
        때밀기+전신아로마마시지  60000원

       

       머리 별도 3천원

 

그런데 목욕도우미 아줌마들 중에는 어쩐 일인지 나의 등을 밀어줄 때면 목욕대에 누우라고 해서 밀어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체격이 작다보니 평수가 별 볼일 없어서 그런지 이왕 손 놀려서 미는 거, 미는 것답게 밀어줘야 마음이 편한가 보았다.

 

바로 엊그제였다.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미안하고도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등 좀 밀어줄 수 있으세요?”
목욕도우미 아줌마에게 등을 밀어달라고 부탁했다. 아줌마는 목욕대에 날 누우라고 하더니 아니 그런데... ‘황송해라!’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이 아줌마의 손길이 장난이 아니었다. 쓱싹 쓱싹~· 팔, 다리, 어깨, 목, 등판 거기다가 손등까지....... 그리고 발뒤꿈치까지, 까실까실한 때수건이 지나가는 부위마다 기분 ‘나이스~’였다. 아줌마의 숙달된 솜씨 덕분일 것이다. 살결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아줌마의 손길이 지나가는 데 따라서 떼가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기분 좋은 행진을 계속하고 있었다.

 

아줌마에게 몸을 맡기고 눈을 사르르 감고 있는데 딱 딱~ 어깨죽치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 아줌마?”하고 고개를 돌리니 이 아줌마 웃으면서
“왜 싫어요?”라고 말했다.
“아~아뇨. 좋지요!”

 

팍~ 팍~ 토닥토닥 안마까지 맛보기로 해주는 것이 아닌가. 개운하고 시원하고 황송하고.....
말이 필요 없었다. 4천 원짜리 등을 밀어 달랬다가 생각지도 않은 서비스를 옴팍 받고나니 그저 고맙고  행복할 뿐이었다. 거기다가 비누칠까지 해주고 다 밀었다는 신호로 아줌마는 등을 다시 한 번 툭~탁 가볍게 치는 것이었다.

 

‘와우~ 감사감사!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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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2 02:24 2010/02/02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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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장사로 얼마나 버니?

고구마 장사로 얼마나 버니?

 

구수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풀풀 넘치는 것 같다. 고구마 장수로 변신한 학생들의 모습이 부산한 윤기를 뿜어댄다. 고구마 통을 에워싸고서 있는 그런 모습을 발견하자 나도 모르게 따뜻한 미소가 번진다.

 

갑자기 추위가 닥쳤다. 이럴 땐 지레 겁먹은 자라처럼 목을 한껏 움츠리면서 걷게 된다. 횡단보도를 건너야 할 때면, 늘 그렇지만 습관적으로 신호등 쪽을 자주 쳐다보게 된다. ‘언제 파란 불이 들어오려나? 내가 횡단보도 앞에 서자마자 파란 불이 때 맞춰 들어왔음 좋겠다.’등등의 생각을 하게 된다. 그치만 신호등이 간당간당 할 때면 어쩔 건가. 이럴 때는 건널지 말지 얼른 결정해야겠지.

 

근데, 지금 건너려면 이 뾰족구두를 신고 발목이 시큰거리도록 뛰어야 하는데 어쩌나. 그러니 포기하고 다음 신호등을 기다려 말어? 아 난 정말 이까짓 일에 이리도 세심하게... 그리도 습관적으로 생각의 주판알을 굴리며 걷고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다. 생각의 실 가닥을 부지런히 늘였다 오므렸다를 시도 때도 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이래야 머리가 녹슬지 않는다. 사고의 확산이 일어난다. 라는 듯이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걷는 인생이다. 그렇게 자질구레한 생각으로 나름 사고의 영역을 채우고 있을 때. 근디, 근디 저기 학생들이 왼 일이여? 건널목이 여느 때와는 달리 어째 시끄럽다. 앗, 고구마 통! 그러네. 군고구마 나왔구나.

 

연통에서 하얀 연기가 나풀거리고 있다. 그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아이들, 가만 보자 여덟 명? 그래 여덟 명이나 되었다. 뭔 싼거리 났다고 녀석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모여와서 거리를 이토록 장악하고 있는 것이여? 덕분에 간만에 분주한 모습을 잘도 보게 되는구나. 지금은 녀석들 숫자가 이렇게 많지만 며칠 후에는 과연 몇 명이나 보일지 모르겠다.

 

이 모습을 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가지가지다. 자작거리며 타오르는 불길만큼이나 확실한 미소를 짓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슥들 뭔 짓이여?’하는 떨떠름한 표정을, 그리고 스멀스멀한 웃음을 약간 내비치는 사람도 있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자기들은 한 번씩 그러지 않았나 뭐......’ 군밤장사든 고구마장사든 하는 사람한테는 로망일텐데, 그나저나 녀석들은 마냥 바쁜 거 같다. 한 번도 아니고, 꽤나 익숙한 모습 아닌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거기다가 올해도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3년 째 방학동에 살면서부터 겨울 이만 때쯤이면 귀가 길에 군고구마를 파는 너희들을 본다.

 

‘반갑다. 녀석들!’ 마음속으로 인사 한번 건네면 좀 좋은가. 그래서다 난 이미 저 멀리 횡단보도 앞이 시끌벅적 할 때부터 알아봤다. 근데, 군고구마 통을 지키고 있는 저 녀석은 누구여. 대빵인가? 지들만 불 옆에서 편히 앉아 있고 ‘고구마 좀 사 달라’고 행인들을 졸졸 따라다니는 역할을 하고 있는 녀석은 뉘 집 자식인 것이여. 저 카키색 파카를 입은 아이는 동업자 몇 명을 확실히 풀어 놨구만,

 

“아주머니, 군고구마 좀 사세요!”
대답 대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3천원만 주세요!”
“2천원어치 줘. 혼자 먹을 거야......”
“네에~”
내미는 고구마 봉지를 만져보니 차갑기에
“나 뜨거운 거로 주라!”하며 고구마통을 가리켰다.
‘손님은 왕이야 쯧쯧..... 녀석들 갓 구어 낸 고구마 꺼내느라 애 많이 쓰네. 손님이 무섭긴 무섭다.’
그런데 고구마를 봉지에 담아 건네기 전에 
“난, 탄 거 싫은데.......”라고 말했다.

 

내가 까탈스러운 손님인가? 차가운 건 싫어서 싫다고 한 건데. 따뜻한 거 먹고 싶어서. ‘이해 좀 해줘야겠어.’ 물 밑에서 발놀림에 여념이 없는 오리처럼 그 사이 나는 부지런히 혼자 말하고 혼자 대답하기를 계속하며 아이들이 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왕년엔 나도 아르바이트를 꿈꿨었지. ‘내가 번 돈으로 하고 싶은 거 하고, 쓰고 싶은 데 왕창 쓸 거야.’ 하면서 마음으로야 ‘아르바이트를 했다 안 했다’를 열 댓 번씩 싫은 줄도 모르고 기와집 허물었다 부쉈다 하듯이 했다.

 

“얘 너희들 고구마 장사해서  얼마나 버니?”
"헤 헤헤...."
"웃지 말고 말해봐라 얘!"
"5만원 쯤요........"
"와? 그돈 뭐할 건데?"
“용돈으로 쓸 거예요.”
“그래? 구체적으로 뭐 할  건가를 묻는 거야.”
“옷 사 입을 거예요.”
“옷? 그것만? 메이커 옷? 으응 좋은 생각이네........”

 

대체나 얼마짜리 옷을 사 입으려고 그래 저토록 열심일까? 찜 해놓은 옷이라도 있는가 보다. 덕분에 올 겨울도,  오며 가며 냄새깨나  맡겠구나. 군고구마 먹고 싶어서 군침께나 흘리면서 지나다니겠구나.

 

반갑다, 고구마장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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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2 02:13 2010/02/0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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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븟하고 즐겁게, 참 숯가마 한증막을 가다!

 

경기도에 있는 한 숯가마 한증막에 가게 되었다. 친구 민영이는, 진즉부터 ‘숯가마 찜질방에 한번 놀러가자’고 했다. 건강에 좋고, 쉬기 좋고, 기분전환에도 좋다나?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 모든 이유로  드디어 친구랑 동생이랑 함께 길을 나섰다. 친구 따라 강남에 간 셈이다.

 

김 서린 목욕탕이 답답하여 ‘목욕 빨리하기’라면 한 가닥 하던 사람이다. 숨이 막혀서 동네  사우나실에도 잘 안 들어가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뭔, 교외에 있는 한증막까지나?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흘러간 옛 노래가 되었다. 옛날 옛적 한 옛날,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 할머니 할아버지나 가는 곳이라고 여겼던 그 한증막에 귀가 솔깃해서 나 좋다고 따라나서게 되었으니 말이다.

 

“얘, 좋으면 너나 가라.”
"생각 보다 괜찮다니까. 함 가보면 알아.”
“얜, 젊은 애가 그런 델 좋아하고....., 그거 삭신 쑤시는 노인네들이나 가는데 아니니?”
“아는 체는? 숯이 항균작용 하는 거 몰라? 아토피 있는 얘들이랑 운동선수들도 단골이야. 몸 아픈데 ‘젊고 늙고’가 어디 있어?”
“너, 효험 봤어?”
“스파, 뭐 그런 거 부러워하지 마. 한증막은 우리 식인 거지. 해보고나 얘기 해......”
“하긴......넌 성악 하는 애니까. 몸 관리 노하우는 끝내주겠다.”

 

사양하는 것도 지나치면 실례고, 오는 복도 받아들일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디서 복을 줍고 어디서 좋은 체험 하냐 싶었다. 다행히 친구가 있어 등 떠밀고 옆구리 팍팍 찌를 때 그 재미가 어떤 건지 어디 한번 나서보자고 덥석 차에 오른 기분이란...... 싫지 않았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경기도 포천의 한 산자락이었다. 우후후~ 황량할 정도로 높은 저 절벽,웬 돌산을 사정없이 깍아서 이다지도 넓은 터를 만들었다냐? 그야말로 네모반듯하게 조성된 대단위 가마터가 눈앞에 나타났다.

 

샤워실에 들려서 대충 목욕부터 한 다음에 업소 측에서 내주는 면복으로 갈아입고 가마 쪽으로 갔다. 따뜻한 기운과 약간의 매캐한 숯 냄새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숯에 대한 안내판이 붙은 벽보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본 업소는 1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낸 백탄만 사용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백탄은 나무 안에 들어있던 일산화탄소나 기타 불완전 연소물들을 완전히 태운 숯이라고 했다. 백탄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를 우선 알맞게 태운 후 가마 밖으로 꺼내서 모래나 재를 끼얹어서 재빨리 식혀야 한다. 그러기에 백탄에는 기공이 많고, 두드리면 탱탱하게 맑은 소리가 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백탄은 건강을 위한 생활참숯으로 폭넓게 활용되고,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목욕할 때 사용하면 전자파를 차단하는 효과를 본다. 음이온의 효과와 함께 원적외선도 방출하기 때문에 한증용 숯으로서 그만인 숯이 백탄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백탄만을 사용하는 곳이 이 업소이니만큼 안심하고 즐겁게 보내라는 등의 안내문이었다.

 

또 , 바로 옆에는 한증실에서 지켜야할 수칙이 쓰여 있었다. 휴대 라이터는 폭발 위험이 있으니 소지하지 말 것과, 음식물이나 음료수도 안 되고, 가마 안에서는 음주나 가무 등을 절대 금지하도록 하고 있었다. 고열이 나는 사람, 저혈압, 고혈압인 사람도 출입을 금한단다. 이정도 금지 조항이야 동네 사우나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사항이었다. 뭔가를 금한다는 금지조항은 어디서나 내용들이 비슷한 것이 특징인 것 같았다.

 

한증실은, 저온실과 중저온실과 중온실 그리고 중고온실과 고온실 등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특히 고온실에 들어갈 때는 전신을 감싸는 담요를 빌려서 머리끝에서 발끝가지 감싸고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실내온도가 살인적이라 할 정도로 높다는 얘기다. 아마 암환자나 고온을 소화할 수 있는 어떤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곳인 것 같았다.

 

우리가 들어 간 곳은 중온실이었다. 중온실 내부 공간은 원형으로 돼있었다. 벽은 온통 황토색이다. 나는 늘 황토색만 보면 왠지 날 것의 싱싱함을 연상한다.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해두자. 한증막 바닥은 이음새와 틈이 보이는 동그랗고 커다란 목판이 놓여 있었다. 그곳에 앉아 황토벽에 기대거나 누워서 자기 편안대로 한증을 하면 되는 거였다.

 

황토방은 높은 온도의 폐쇄된 공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지러움 증을 방지하고 장시간을 견디기 위해서인지 타올 하나씩을 머리에 두르고 있었다. 동생과 나도 친구가 준비해서 건네주는 타올을  머리에 둘렀다.

 

“고질인 어깨 근육이나 풀렸으면 좋겠네.....”
“난 뻣뻣한 목 근육 좀 좋아졌으면 좋겠다.”
황토벽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뻗고 앉았다. 어떤 자세를 취한들 흉보는 사람도 없고 상관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저 편안하게 있다가 다른 쪽 가마로 옮겨도 되고 폭포수가 쏟아지는 쪽으로 가서 산책을 해도 된다.
 
몽롱하고 나른한 김에 잠이 들었던가 보았다. 한참 만에 눈을 떴다. 숨이 막히거나 불편한 것은 없었다. 생각보다 몸이 개운했다. 얼굴에 땀이 살짝 맺혀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족탕이 보였다. 발을 담그고 있던 친구가 곁에 앉으라는 눈짓을 했다. 발을 ‘담거 말어?’ 잠시 망설이다가 화부들이 보이는 아궁이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발갛게 타오르던 숯덩이를 이제 막 꺼내려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숯불을 꺼낼 때 불에 눈을 마주치면 눈이 좋아진대!”
“그래? 우리 아궁이 쪽으로 가보자!”

 

어디서 알게 된 상식인지 동생이 하는 말에 귀가 솔깃해서 발길을 옮겼다. 화부 둘이 손잡이가 엄청 긴 부삽을 들고서 달아오른 숯불을 꺼내고 있었다. 아궁이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둘러서서 손을 내밀거나 등을 갖다 대며 숯불을 쪼이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이는 내뿜는 열꽃을 향하여 눈이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한참 후, 사진 한 장씩을 찍고 나서 다시 한증막 안으로 들어갔다. 친구를 따라서 한증실로 들어가니 친구는 가지고 온 백에서 과일을 꺼내놨다. 파인애플과 정갈하게 깍은 사과, 그리고 이 계절에 웬? 청포도와 딸기까지 ...칸이 나눠진 그릇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와! 준비성 한번 끝내준다!”하고 말했다.
“근데 여기서 과일 먹어도 괜찮은 거야?”동생도 한마디 덧붙였다.

 

음식 반입을 금한다는 수칙을 의식해서 하는 소리였다. 친구가 웃으면서 눈을 찔끔 감았다. 오붓하고 은밀하게..... 우리는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과일을 먹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이런데 와본 것이 처음이라면 믿을까. 그러고 보니 난 안 가본데도 많고 안 해본 일도 많다.

 

이런 내 자신이 순간적으로 미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감정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에서 허겁지겁 또 많은 말을 지껄였나 보다. 암튼 이런 한증막 첨이다. 친구 덕분에,

 

말로만 듣던 우리나라 식 숯가마 한증막~
모처럼 몸과 마음이 환골탈태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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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2 02:08 2010/02/02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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