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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살림!

 

 " 살림, 죽임의 반댓말."

 

 한 때 열심히 봤던 드라마의 대사였다. 이 한마디로 살림의 의미를 알았지만, 아는 것과 깨우치는 것은 다르고 깨우치는 것과 실천하는 것 또한 다른일이었으니........

 

 

 각자 나름의 어른의 기준이 있다. 스무살만 지나면 어른이라던가, 필요한 만큼 돈을 벌어야 어른이라던가. 그런 것처럼 나에게도 어른의 기준이 있다. 바로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스스로를 책임진 다는 건? 간단히 말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혼자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는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더 쉽게 말하면 세상에 모든 사람이 사라지고 혼자 남아도 잘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다.

 

 조금은 스케일이 큰 기준이라 할지도 모르지만 뭐 사실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이런것이다. 혼자 살게 되면 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일단 집이있고, 요리,청소,설겆이,빨래,정리,씻기 등등의 활동들이 필요하고, 이와같은 행위들을 하기 위한 도구들도 준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목표, 꿈, 건강, 생각, 취미, 일, 세금 등등의 일들또한 챙겨야 한다. 그리고 또 사회적으로 참여와 관심, 더 좋은 사회를 지향하는 태도(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등등도 생각하여야 한다.

 

 사실 이렇게 말하면 끝이없지만(예를들면 혼자 밥을 해먹으려면 직접 농사를 해서 재배하고 정미하여 밥을 짓고 먹어야 하느냐의 문제?) 도구나 재료의 문제는 일을 한다고 치면 경제능력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것이라 치고(그러나 재배능력이 있다면 좋겠다.) 이정도의 일을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어느정도 해내면 그건 어른이라 칭할 수 있다는게 나의 기준이다.

 

 아무튼 서론이 길다, 지루하면 여기부터 읽어주시라.

 

 그래서 나에게 지금 가장 필요하고 부족한 건 집과 관련된 항목이라는 생각이 들어 부모님이 여행가신 사이에 집안일을 맘껏 해보기로 작정했다. 결과는? 힘만 엄청 들이고 엄마한테 욕먹었다는거.

 

 오늘 아침 7시에 일어나 어제 못한 설겆이를 하고 방정리를 대충하고, 밥을 하고, 김치를 볶아 주먹밥을 만들고, 그걸로 대충 아침을 때우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다시 생긴 설겆이를 하려고 하자 벌써 10씨가 다 되어 간다. 후다닥 점심도시락을 싸고 집 밖으로 달려나가 학교에 갔다.

 

 나름 최근들어 설겆이를 가장 많이 했다는 자부심과, 스스로 밥을 해먹고 도시락까지 싸서 나갔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집에 들어왔으나, 돌아온 엄마는 칭찬은 커녕 이틀 동안 청소기 한 번 안돌린 바닥을 나무랐다.

 

 열심히 노력했건만! 청소기를 잊은건 아니었다. 분명 아침에 하려고했으나 시간이.... 3시간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살림이 이정도라는 걸 실감했다. 다른 일 하는 것에 1.5배 정도는 열심히 했는데 말이다. 아침 7시에 일어나 9시에 출근하는 엄마가 위대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나는 개강초라 술먹고 11시에 들어와서 또 나머지 설겆이를 하고 청소기를 맘껏 돌렸다. 그리고 상쾌하게 샤워!  어쩐지 땀흘리며 청소기를 돌리니 어떤 쾌감마저 든다. 아무도 모르게 오늘 아침에 다짐을 했다. 이제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 엄마가 지금까지 해주신 일을 스스로 하며 엄마의 집안일 스킬을 배우자! 다른건 몰라도 이것만은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빈다.

 

 흔히들 '집안일=엄마의 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른이라면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을 고맙게도 엄마가 대신 해주고 계신다고 생각해야 한다.  스스로의 생각의 고리의 갇혀, 이번 방학 내내 땅굴만 팠다. 어떤 답답함에서 해답을 찾고 있었다. 그 해답은 나를 살리는 살림이다. 내 일임이 분명한데도 엄마가 해주시는 걸 이제는 참을 수가 없다.

 

 실천하자- 노력하자- 열!혈!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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