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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 이야기.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 남자친구가 집에 들어간지 얼마 안되어서 전화를 했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 바라지 않았던 일. 나에겐 해당되지도, 벌어질 가능성도 희박한 일.

 

 정부보증 학자금을 거절당했다.

 

 지난학기에도 그랬다. 이유는 10일의 이자연체 때문, 이자는 다 갚았건만 그 기록 때문에

정부보증에서신용등급을 인정하지 못한단다. 이해 할 수 없는 것은 한 달 전에 국가에서

신용유의정보를 가진 학생들을 졸업 후 2년까지 유예해준다기에 신청해봤지만

신용유의정보 해당사항이 없다고 했다.

 

 이제는 대출이 되겠거니 안심하고 클릭했건만, 똑같은 이유로 또 거절당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한 채 나는 계속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등록금을

전부 부모님이 내주시는 20대 초반의 대학교 2학년, 내 남자친구는 2번의 학자금대출 후에

돈 버느라 제적당하고 꿈을 찾아 어머니가 모아두신 돈으로 올 해 학교에

재입학 한 20대 후반의 대학교 2학년.

 

 우리가 잘못된 걸까, 나와 예술을 논하고 사랑을 나눌 시간에 내 남자친구는 등록금을

조금이라도 벌어놨어야 하는 것일까? 얼마 전 읽었던 기사가 생각났다.

 

 

사랑은 88만원보다 비싸다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25496.html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너무 울컥해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 이자를 안 갚은 것도 아닌데라며

열을 내는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머릿 속에 맴돌았다.

 

 왜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남자친구에게서 들은 그의 가족들을 떠올렸다.

 

 중풍으로 누워계신 외할머니, 할머니 보살피느라 밤에 김밥집에서 일하시는 어머니,

가끔 일을 하고 큰 돈을 벌지 못하는 아버지, 평범한 회사에 다니지만 큰 한방을 노리는 형,

정부보증을 못받는 대학생인 그.

 

 확대해석해보면 이 사회에 있는 문제점과 컴플렉스를 가득 안고있는 가족처럼으로도 보인다.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통화를 하는데 그가 제2금융권에서 빌리는 방법도 있다고 해준다.

이자는 더 비싸지만 그의 꿈이 완전히 꺽이는 건 아니다. 나는 참았던 울음을 터트린다.

그런 나를 위로하려 그는 어느정도까지 대출이 될 것이고 어느정도씩 갚아야하는지 조목조목

설명하며 조금씩 벌어서 가난하지만 갚아 나갈 수는 있지 않겠냐고 말을 한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나를 더 울린다.

 

 나는 사실 가난하게 살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이라 불릴만큼

잘사는 건 아니지만, 돈 때문에 하고싶었던 것을 포기 해 본 적은 별로 없다.

하지만 난 가난한 삶을 지향한다. 내가 어느정도 보탬이 될지 가늠할 수 없지만,

지금의 이 말도 안되는 사회를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현실 참여형 작가가 되고싶다.

 

 하지만 틈틈이 나타나 나를 괴롭히는 욕심들을 난 숨길 수가 없다.

막상 가난하게 산다고 하면 어떻게 살아질지 두렵기도 하다. 

내가 그렇게 못사는 사람이면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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