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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9/30
    (2)
    늘품이
  2. 2006/09/11
    나는 겁쟁이다.(2)
    늘품이
  3. 2006/09/07
    안녕하세요 선배님(1)
    늘품이

"그래도 시키니까 하네, 딸들이라고."

 

 밥을 먹은 걸 정리하던 언니와 나에게 삼촌이 말했다.

 

 엄마와 아빠는 밖에서 밥을 먹고 오셨다. 엄마는 늦게 들어오심에도 불구하고 언니와

나를 위해 따뜻한 밥을 지어서 상을 차려주셨다. 그런 밥을 맛있게 먹고 언니와 나는

당연하게 먹은 걸 정리하고 있었는데...... 삼촌은 엄마에게 반찬을 어떻게 정리할 지

를 묻는 우리가 엄마가 시켜서 정리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뭐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무래도 괜찮다. 사실 나는 밥을 할 줄도 알고 내가 상을 차

릴 수도 있다. 하지만 엄마가 오늘 상을 차릴 때 꼼짝 않고 티비를 보면서 미안해하기

만 하고서 한 손도 거들지 않았다. 삼촌 말을 듣고 약간은 반성을 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책임 질 수 있어야 한다. 자기가 먹을 것은 자기가 만들어 먹어야

하며, 자기가 먹은 것은 자신이 치울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자신이 돈을 벌어서 사 먹

는 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돈을 벌지 않는 이상, 혹은 사먹기만 하면서 못 사는 이

상은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나에게도 당연하다. 물론 세상의 기준으로 미성년이지만 나는 나를 책임지는 방법을

알고 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데 혼자 있으면 잘 그러면서도 엄마가 있으면 엄

마에게 맡겨 버리곤 한다. 참 나쁜 딸이라고 나중에 반성하면서도 막상 엄마가 밥을

해 주실 때 내가 한다고 나서기는 참 힘들다.

 

 그런데 엄마한테 매일 밥을 얻어먹으면서도 하나도 미안해하지 않고, 도와주려는 생

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바로 아빠다. 어렸을 때 나는 엄마만 만날 밥하고 청소

하고 설거지를 해서 아빠는 그런 걸 못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릴

때는 가끔 엄마가 아프면 가끔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그러는 아빠였다.(지금은 엄마

가 못하면 딸들이 하니까.)

 

 뭐 아빠는 밖에서 돈을 벌고 엄마는 집에만 있으니까 집안일을 하는 거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사회생활을 하신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인가 2학년 때

부터 일을 하기 시작하셨다. 하지만 엄마도 똑같이 일을 하는데 집안일은 항상 엄마의

담당이었다. 언제나 부당하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는 아무 불만 없이 집안일을 하셨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집안일을 가르쳐 주시고 하게 하셨다.

 

 아빠는 절대로 자기 밥을 자기가 차려먹지 않는다. 내가 있으면 차려달라고 하고, 엄

마가 반찬을 다 만들어 놓고 꺼내서만 먹으라고 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차려 줄 사

람이 없으면 안 먹거나 시켜먹는다. 엄마가 없으면 아빠는 도대체 어떻게 살까? 아무

리 사 먹어도 우리 아빠는 집밥을 못 먹으면 안 되는 사람 같던데. 그런데 막상 엄마가

없을 때에 아빠 스스로 밥 해먹고 잘 산다고 생각하면 정말 울화통이 터진다.

 

 내가 아빠가 해 준 밥을 먹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 아빠가 자기 자신을 책임 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아빠에게 그런 걸 요구하지 않고 묵묵히 밥을

해주는 엄마에게도 약간은 화가 난다. 또 생각해 본다. 과연 엄마는 우리 중에 아들이

 있었다면, 그 아들에게 집안일을 시켰을까? 그리고 그걸 아빠가 뭐라고 하지는 않았

을까?(내가 보기에 아빠는 남자가 주방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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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겁쟁이다.

요 며칠 사이 후배들에 대한 아이들의 갖가지 의견이 터져 나왔다.
선배한테 인사를 안하고, 시끄럽게 떠들고,
선배대접을 안하고, 기본적인 생활태도가 바로 서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 후배들의 생활태도는 우리가 1학년일 때보다 났다.
하지만 우리보다는 선배를 덜 무섭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건 사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위계질서를 완화하길 원해왔기 때문에 후배들이 이런다고 거부감은 없다.
그렇다고 그들이 우리를 무시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모이기 좋아하고, 모이면 남이야기 좋아하는 아이들은 벌써 일을 벌였다.
벌써 기합날짜도 잡히고, 무슨 이야기를 해 줄지도 다 정했다.
 
나도 작년에 기합을 받았다.
한여름에 땀이 뻘뻘 나도록 엎드려뻗쳐를 했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했다.
기합을 받고 난 뒤 아이들의 반응은 당연했다.
다들 힘들어서 쓰러졌고, 자신들이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이렇게 힘들게 기합을 받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던 아이들이 이제 자신의 후배들에게 똑같이 하려고 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불만이 쌓인 것은 물론이고, 좀 있으면 후배들이 후배를 받기 때문에 우리가 교육을 제대로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후배의 후배 그리고 또 후배의 후배 까지 철저한 선후배관계로 위계질서를 확립하게 될 것이다.
 
누구는 말한다. 모 유명대학의 어떤 학과가 유명한 것은 그 과의 선후배 관계가 칼 같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난 그렇게 동의하지 않는다. 가장 정확하고 가까운 나의 언니가 다니는 대학은 선배에게 선배라고 부르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 대학은 사람들이 익히 말하는 명문대이다.
 
물론 이렇게 돌아가는 형태 자체가 화나지만,
제일 화가 나는 건 나 자신한테다.
아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고 불려 나갔지만 난 한마디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나는 겁쟁이다.
사실은 기합같은거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위계질서가 안 좋고 사라져야 한다고 외치고 친구들을 설득시키고 싶지만 나에겐 그런 힘이 없다. 용기가 없다.
게다가 난 반장이라는 이유로 후배들에게 기합을 준다는 사실을 내 입으로 전하고 왔다.
내가 나를 용서하지 못한다.
 
나는 너무 두렵다.
지금 밖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운동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난 이 학교 안에서 조차 부조리한 현실을 개혁할 노력을 하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함으로써 받게 될 부당대우와 사람들의 달라질 시선들이 너무나 무섭다.
 
나는 겁쟁이다.
결국은 아무 일도 하지 모했다.
예정대로 후배들에게 기합을 주고 위계질서를 전수하는 선배가 된다.
나를 아는 사람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블로그에 이렇게 글만 올린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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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배님

내가 다닌 중학교는 내가 1회로 선배가 없었다.

그래서 난 선배라는 존재의 의미를 잘 몰랐고, 그냥 동네 언니오빠처럼 대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2학년때 처음으로 다양한 나이의 사람들이 다니는 학원에 들어갔다.

이전까지는 또래끼리 있는 학원이었지만 그 학원은 고등학생도 함께 다니는 학원이었다.

난 아무생각 없이 학원에 언니,오빠들에게 반말을 했고 친구처럼 대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지내던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 학교는 선후배관계가 엄격한 학교였다.

그래서 입학해서 처음 선배로부터 부여된 명령은 이러했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선배같으면 무조건 고개를 숙이고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해라.

-선배를 부를 때는 무조건 '님'자를 붙여서 부른다.

 

어렵지 않았다.

그냥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면 되는 거였고, 존대말을 쓰고 '님'이라는 호칭을 쓰면 된다.

선배들은 자신들이 선배대접을 받는 걸 원해서 그렇게 해 주었다.

사소하지만 뭐 선배들 앞에서는 욕을 하지 않는다던가 뭐 그런거였다.

 

우리는 나름대로 선배님들을 잘 대접하고 인사도, 호칭도 모자라지 않게 잘 했지만

선배님들은 기어이 우리를 부르셔서 기합이라는 걸 주셨다.

선배님들의 말에는 오해가 너무 많았고, 해당되지 않는 얘기도 허다했다.

하지만 다들 그냥 한번 잡아보려고 하는거라고 그러려니 했다.

 

사실 안힘들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한번 이렇게 기합 받는게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라고 난 생각한다.

하지만 모욕적이랄까 이유를 모르겠달까 어쨋든 그랬기 때문에 난 후배들에겐 적어도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악순환은 계속 되고 있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은 후배들이 자신들이 후배일 때 했던 것과 똑같은 것을 요구했고,

후배들은 대부분 거기에 따랐다.

하지만 아무리 잘해도 오해와 불신때문에 불만은 터져나오는게 당연한 것일까?

아이들은 후배들이 선배 무서운 줄을 모른다. 선배대접을 안해준다 하면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들 한번쯤 기합을 줘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도데체 선배대접이라는게 뭘까?

사회에 나가면 한두살 차이는 별거 아니라는데 왜 우리는 이런 차이로 선,후배를 가르고,

대접받고 대접해주길 바라는 걸까?

 

우리가 후배들에게 기합을 주게되면 후배들은 또 부조리하다고 느끼겠고,

또 자신들의 후배들에게 선배대접 받기를 바랄 것이다.

내가 보기엔 매우 비효율적이고 쓸데없는 일인 것 같은데 왜 우리는 이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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