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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배님

내가 다닌 중학교는 내가 1회로 선배가 없었다.

그래서 난 선배라는 존재의 의미를 잘 몰랐고, 그냥 동네 언니오빠처럼 대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2학년때 처음으로 다양한 나이의 사람들이 다니는 학원에 들어갔다.

이전까지는 또래끼리 있는 학원이었지만 그 학원은 고등학생도 함께 다니는 학원이었다.

난 아무생각 없이 학원에 언니,오빠들에게 반말을 했고 친구처럼 대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지내던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 학교는 선후배관계가 엄격한 학교였다.

그래서 입학해서 처음 선배로부터 부여된 명령은 이러했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선배같으면 무조건 고개를 숙이고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해라.

-선배를 부를 때는 무조건 '님'자를 붙여서 부른다.

 

어렵지 않았다.

그냥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면 되는 거였고, 존대말을 쓰고 '님'이라는 호칭을 쓰면 된다.

선배들은 자신들이 선배대접을 받는 걸 원해서 그렇게 해 주었다.

사소하지만 뭐 선배들 앞에서는 욕을 하지 않는다던가 뭐 그런거였다.

 

우리는 나름대로 선배님들을 잘 대접하고 인사도, 호칭도 모자라지 않게 잘 했지만

선배님들은 기어이 우리를 부르셔서 기합이라는 걸 주셨다.

선배님들의 말에는 오해가 너무 많았고, 해당되지 않는 얘기도 허다했다.

하지만 다들 그냥 한번 잡아보려고 하는거라고 그러려니 했다.

 

사실 안힘들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한번 이렇게 기합 받는게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라고 난 생각한다.

하지만 모욕적이랄까 이유를 모르겠달까 어쨋든 그랬기 때문에 난 후배들에겐 적어도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악순환은 계속 되고 있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은 후배들이 자신들이 후배일 때 했던 것과 똑같은 것을 요구했고,

후배들은 대부분 거기에 따랐다.

하지만 아무리 잘해도 오해와 불신때문에 불만은 터져나오는게 당연한 것일까?

아이들은 후배들이 선배 무서운 줄을 모른다. 선배대접을 안해준다 하면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들 한번쯤 기합을 줘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도데체 선배대접이라는게 뭘까?

사회에 나가면 한두살 차이는 별거 아니라는데 왜 우리는 이런 차이로 선,후배를 가르고,

대접받고 대접해주길 바라는 걸까?

 

우리가 후배들에게 기합을 주게되면 후배들은 또 부조리하다고 느끼겠고,

또 자신들의 후배들에게 선배대접 받기를 바랄 것이다.

내가 보기엔 매우 비효율적이고 쓸데없는 일인 것 같은데 왜 우리는 이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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