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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봄 햇살이 참 따스했었는데 오늘은 구름이 많이 낀 흐린 날, 마당에 앉아 이글을 씁니다. 오늘도 지팡이2와 3은 열심히 운동중입니다. 이곳에는 저(지팡이 1)를 포함하여 지팡이에 의지하고 있는 지팡이 삼총사가 있어요. 한 친구는 집안을 열심히 걷고, 한 친구는 팔운동에 열심이네요. 병원 가는 일 외에는 외출하기가 어려운 그들이기에, 집안에만 갇혀 지내는 생활이 얼마나 답답하고 하루가 지루할지 짐작이 갑니다. 저는 워낙 병원 갈 일도 많고, 요즈음 바깥출입을 할 일이 자주 생겨 외출을 할라치면 날 따뜻해졌다고 옷 얇게 입으면 검기 걸리기 십상이니 따뜻하게 입고 나가라며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늘 잊지 않습니다.
그날 후원의 밤을 치르던 날도 잘하고 오라며 등 두들겨 주면서 자신들이 못가는 것을 많이 아쉬워하고 미안해했습니다. 난 자기들이 격려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후원을 받았으니 괜찮다며 미안해하는 그들을 애써 위안합니다. 마음대로 외출할 수 없는 그들의 몸상태와 많은 이들 앞에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현실에 마음이 또한번 무거웠습니다. 언젠가 내가 지팡이에서 해방되어 튼튼한 다리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날 둘을 데리고 나가 술도 한잔하고 노래방도 가자며 약속을 했었는데 얼른 튼튼해져서 그 약속을 지켜야겠습니다.
그날 후원의 밤에 오셨던 많은 분들이 저에게 주셨던 도움의 손길과 따뜻한 격려를 분에 넘치게 너무 많이 받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주셨던 격려와 지지는 저에게만 주신 것이 아니라 우리 지팡이 삼총사를 비롯하여 HIV/AIDS감염인 모두에게 주신 것이라고 믿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절망속에서 힘들어하는 감염인들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엄청난 기운이 솟아나는 ‘짱가’처럼 슝 날아가 그들과 함께 있는 그런 상상을 해봅니다. 아니 상상만이 아니겠지요. 여러분들이 충분한 기운을 주셨으니까요. 그날 오셨던 한분 한분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못한 점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그날 사정상 오시지 못해 후원금만 보내주신 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너무 좋아하고 존경하는 어느님께서 문자메시지로 보내주신 ‘내년에도 후년에도 봄은 돌아오니 잘 견디고 이겨내면 또 봄일거라’는 말씀처럼 잘 견디고 꼭 이겨내겠습니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리고 건강한 모습으로 활동하는 가브리엘을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봄날 ‘짱가’를 꿈꾸는 가브리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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