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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1/13
    36시간 마라톤음주
    독고다이
  2. 2004/11/11
    추운 날 학교에서 벌벌 떤 사연(2)
    독고다이
  3. 2004/11/09
    술 이야기의 서두(3)
    독고다이

36시간 마라톤음주

요즘은 음주를 자제하고 있다만, 한때는(이런 표현 쓴다는게 참 거시기하다) 술에 쩔어서 산 적이 있었다.

그 절정들 달리던 시기가 바로 4년 전, 그러니까 2001년 이맘때쯤의 이야기다.

 

 

 

한밤중에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주 안 만나는 친구가 왜 전화질을 하는지 신기했다.

"야, 술 마시자"

"콜"

아주 간단한 대화다. 그때가 11시였다. 사실 한낮이나 다름없다.

어쨌거나 그 날 하루도 혈중알콜농도를 높이기 위해 그 친구의 집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마당에 술이 몇십박스는 쌓여 있지 않던가.

종류도 단순하다. 맥주, 소주, 막걸리. 대체 이걸 어떻게 구했는지도 신기할뿐더러 어떻게 옮겼는지도 신기했다.

어떻게 구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도 그 경로를 비밀에 부치고 있어서 아무래도 진실은 저 너머로 건너간듯하다.


이 정도가 쌓여 있었던 것 같다.

 

 

친구 둘과 오징어를 안주로 먹기 시작하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모두들 불이 붙는 것이 아닌가. 맥주, 소주, 막걸리 한 박스씩을 혈관 속으로 흡수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리하여 한시간만에 맥주 4박스, 소주 3박스, 막걸리 3박스를 비웠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도 않았다. 제대로 각성한 날이었던 것이다.

 

오징어가 바닥나자 짱박혀있던 과자 2봉지를 찾아내서 다시 먹기 시작했다. 물론 뱃속으로 사라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과자 2봉지를 안주삼아 소주를 빨고나니 국물이 필요했다.

그래서 돼지고기, 감자 등을 냄비에 집어넣고 고추장을 타서 끓였다. 술취한 상태에서 끓이니 맛이 아주 제대로 쒯이다. 어쩌겠나 있는대로 먹어야지. 그렇게 해서 다시 술박스를 비워댔다. 얼마나 마셨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술은 땡기는데 안주가 바닥났다. 그래서 냉장고에 있는 수박 한 통을 땄다.

세 명이서 숟가락으로 수박을 파먹는 꼴은 그리 아름답지는 못하나, 명색이 과일안주라고 먹어댔다.

그리고는 빈 수박통에다 술들을 부어서 섞은 다음에 원샷하기. 제대로 미쳐가고 있었다.

 

 

이러고나니 대략 6시간이 지난 것 같았는데, 갑자기 구토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당에 있는 나무에다가 6시간동안 먹었던 것을 복기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소화가 덜 된 음식물들의 흔적이 다른 나무에도 있는게 아닌가. 다들 정신없이 마셨나보다.

 

술은 더 마셔댈 분위기인데, 안주가 없다. 게다가 음식물을 복기했으니 속은 비어있는 상황이라 위장이 경련을 일으킬 것 같았다. 그래서 치킨을 시키고 배달오는 동안 막걸리로 뱃속을 달래줬다.

미친듯이 닭살을 뜯어먹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해가 뜨고 있었다. 대체 얼마동안 마신건가.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맑은 공기를 마시며 나무에 거름을 주다보니 이상하게 배가 고파졌다.

 

그래서 쌀을 씻어서 밥을 하고, 유일한 반찬이었던 김치를 먹으며 다시 알콜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배달 온 신문을 읽으며 밥을 먹고 있는데 옆에 있던 두 친구가 쓰러져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버린게 아닌가. 그래서 내버려두고 자작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러고 있으면 욕먹기 딱 좋은거다.

식후땡을 하고 아침드라마를 보며 술을 먹고 있는데 어느샌가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노을이 져 있고 쓰러져 있던 두 친구는 술을 먹고 있는게 아닌가. 지독한 놈들...

그래서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장을 봤는지 고기에 상추도 있고, 오징어 땅콩에 대구포까지 있는 것을 보아하니 작정하고 술을 마시려는 모양이다. 우선은 고기 여섯 근을 구워먹으며 전체 술박스 중에서 절반을 소화했다. 그러고나니 일일연속극이 나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8시가 지난 모양이었다.

고기가 바닥나자 이번엔 남은 김치를 먹기 시작했다. 스포츠뉴스가 끝남과 함께 김치가 바닥나고 막걸리도 모두 소화하였다. 그리고 잠시후 다시 구토가 몰려왔다.

나무에 가서 숙성된 안주들까지 뱉어내고나니 그 일대가 전부 구토물 투성이었다. 알만하다.

 

자정이 지나면서 맥주가 바닥났다. 이제 소주만 남은 것이다.

오징어와 대구포를 가죽같이 씹어먹으며 소주를 먹자니 보통 고역이 아니었다. 역시 국물이 필요했다.

그래서 냄비에 계란과 남은 반찬을 털어넣어서 끓였는데, 이게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나중에 실험해봤는데 이때만큼의 맛이 안 나오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음식의 맛을 극대화하는 절대타이밍이 있는 것 같다.

 

 

이러다가 정신을 잃고 다시 일어나니 또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막대한 양의 거름으로 말라죽을 것 같은 나무에 다시 거름을 주면서 하루를 시작하려는데 이젠 돈이 다 떨어졌다. 안주도 없이 술을 먹으려는데 속이 쓰려서 안 될 것 같고, 결국 수돗물을 안주삼아서 먹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수돗물이 달게 느껴진다. 역시나 이 이후에는 수돗물이 달게 느껴지는 일은 없었다.

 

결국 술을 전부 혈관으로 흡수하고나니 라디오에서 정오의 희망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11시 30분부터 마신 것 같으니 계산해보면 36시간 이상을 음주로 보낸 것이 되겠다.(쓰러져 있던 시간 포함)

이러고나서 술을 비운 세 명은 정신을 잃고 24시간 이상을 잠으로 보냈다.

 

 

 

이 사건 이후로 별다르게 바뀐 일은 없었으나, 마당에 있던 나무 두 그루가 말라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물론 36시간동안 무차별적으로 살포한 거름을 감당못한 결과겠지만, 당시 여행을 가 있었던 그 집 식구들은 영문을 모른채 나무를 뽑아야 했다. 아마 영원히 그 이유를 모를 것이다. 진실은 저 너머에.

 

 

 

 

요즘은 학교의 누군가가 48시간 음주를 달성했다는 소문이 있어서 기록을 갱신해야겠다는 충동을 억제하고 있다.

술 먹다가 위궤양 걸린게 한 달 전인데, 그렇게 마셔대면 어디 위장이 남아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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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 학교에서 벌벌 떤 사연

카테고리를 보더라도 알겠지만, 나는 술을 대단히 좋아한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소주를 한 병 마시면서 하는 나쁜 버릇이 생겼을 정도이니 부연설명은 필요없을 것 같다.(물론 술기운이 갑자기 올라서 작업을 하다 사고를 친 경험도 많다) 올해 가을의 어느날, 여느때와 다름없이 학교에서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신 뒤 집에 가고 있었다. 그 날은 유난히도 기분이 좋아 소주를 7병 정도 마시고 지하철역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정문에서 지하철 역까지 가려면 좀 걸어야 한다. 그런데 신촌의 밤거리란 사람이 드럽게 많아서 맨정신으로 가더라도 걸어가기가 불편한데, 술을 퍼먹었으니 제대로 걸어질 리가 없다. 덕분에 평소에 10분이면 갈 거리를 20분으로 따블이 걸렸다. 어쨌거나 신촌역에는 아무 일 없이 도착하였다. 지하철이 들어오고, 마침 전날 밤을 샜기 때문에 자리에 앉자마자 잠이 들고 말았다. 잠이 들기 직전 창문을 통해 본 신촌역의 모습은 그날따라 유난히도 어지러웠다. 시간이 흘렀을까. 몸이 기울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잠이 깼다. 그 때 창문을 통해 보인 '홍대입구'라는 글자. "으음... 홍대구나. 나중에 여기서 술 먹어야지... 그건그렇고 지하철 드럽게 느려터졌네" 그리고는 다시 잠이 들었다. 이렇게 자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넘어지면서 내 몸에 부딪혔다. 덕분에 잠시 눈이 떠졌고, 그때 보인 것은 국회의사당이었다. "국회의사당 화장실에는 비데가 있나? 의원회관에는 없던데..." 그리고는 다시 뻗었다. 그날따라 잠이 너무나도 잘 왔다. 술을 퍼마신 상태에서 기분도 좋고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자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내 몸을 흔드는게 아닌가. "이봐 학생, 내려야지" 어디인가 보려고 눈을 뜨니 또다시 '홍대입구'였다. (참고로 말하자면, 2호선 막차시간의 종착역 중 하나가 홍대입구이고, 홍대입구에 도착한 시각이라면 지하철로 돌아간다는게 글러버린다) 갑자기 눈이 활짝 떠졌다. 내가 집에 가는 2호선의 코스는 신촌->잠실 코스가 아니던가. 대체 신촌에서 홍대를 거쳐서 다시 홍대로 돌아왔다면 몇 바퀴를 돈거란 말인가. 아무리 가장 적게 돌았다고 하더라도 처음 눈이 떠졌을 때 '홍대입구'였으니 한 바퀴. 그 다음에 국회의사당이 보였으니 대충 ¾바퀴를 돌았고 잠시 후에 홍대에서 일어나서 나머지를 채운다면 두 바퀴를 돈 것이다! 이런 젠장, 지하철은 이미 끊겼다. 이제 어떻게 한단 말인가? "집에 돌아가기는 글렀군. 잠깐, 두 바퀴를 돌았으면 시간 초과 아니야? 돈을 또 내는건가? 니미..." 어짜피 집에 가지는 못하니 술이나 마시고 생각하자고 해서 소주 한 병을 또 들이켰다. 그랬더니 "학교에서 자자!"라는 생각이 바로 나오는게 아닌가. 지하철역에서 자려는 생각을 안 한게 다행이었다. 어쨌거나 학교까지는 가까우니 무작정 걸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날은 찬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그런 날이었다. 입은 옷은 티셔츠에 얇은 남방 하나. 뼛속까지 시리는 추위를 통과하고 학교에 들어섰다. 동아리연합회실에는 생활방이 있어서 잘 수 있지만, 대강당은 밤11시에 문을 닫지 않는가. 한밤중에도 들어올 수 있는 루트가 존재하지만, 그 당시에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 루트는 완전히 공개되면 좀 난감하기 때문에 비밀에 부친다.) 대충 이런 느낌이다. 별로 어려운 방법은 아니지만, 못 하는 사람은 또 못한다. 유격훈련을 하는 기분이 들 것 같지만, 임상실험을 통하여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몇 명이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 루트를 발견한 본인에게 박수를! (짝짝짝) 어쨌거나 그래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학생회관이었다. 목하방에는 소파가 있기 때문에 눈을 붙일 수 있다.(난 목하회 회원이 아니지만, 비밀번호는 알고 있다. 동아리의 보안에 취약한 상황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볼까.) 맥주 한 캔을 들고 목하방에 들어와서 원샷을 하고 소파에 누웠다. 안그래도 가을치고는 얇은 옷차림에 유난히도 추운 날이었으니 환상의 조합이었다. 아직은 가을인지라 난로는 보이지 않았고, 최대한 몸을 웅크린 채 그렇게 잠이 들었다. 추위를 안 타는 내가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춥다는 것을 느낄 정도로 추운 날씨였다. 이런 상태에서 아무것도 안 덮고 추위에 벌벌 떨면서 잤으니 감기에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덕분에 1주일 동안은 지독한 감기에 시달려야 했다. 이제 겨울이 찾아오면 난 어떻게 버텨야 한단 말인가... 올해는 코트를 좀 더 빨리 꺼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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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이야기의 서두

두주불사[斗酒不辭] 말술을 사양하지 않는다는 말로, 주량이 세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술이 세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카테고리를 두주불사라고 했느냐, 제가 그만큼 술을 많이 마시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중고등학교때도 술을 퍼마셔서 결석한 날이 많았고, 지금도 술을 퍼마시는 바람에 결석으로 F를 먹을 걱정이나 하고 있습니다. 저는 술이라 하면 어떤 것도 가리지 않습니다.(단, 와인은 예외입니다. 와인은 하나의 식품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위에 보이는 장승업햏처럼 지붕 위에서 마신 일도 많습니다. 지붕 위에서 마셔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거기서 마시는 기분은 또 죽여줍니다. 다만 떨어지지만 않으면 됩니다. 과감하게 카테고리에 술 이야기를 하기로 결정하였으나, 마땅히 쓸만한 드라마틱한 이야기나 다양한 술을 마신 기억은 많이 없습니다. 일상 속에서 마셔댄 그런 평범한 기억들을 재구성하여 올리게 될 것입니다. 물론 평범하지 않은 것들도 꽤 올라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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