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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 등록일
    2006/11/30 17:20
  • 수정일
    2006/11/30 17:20

4시 수업을 들어갔다.

강사가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다른 녀석들이 나를 보면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나는 이 수업에 중간고사 시험지를 받은 이후로 처음 들어간 것이었는데,

강사도 중간고사 이후로 출석을 처음 불렀다고 한다.

(중간고사 이전까지는 매일 출석불렀음.)

어쨌든 나는 이 수업을 1/3이상 빼먹고도, 기록상으로는 결석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의혹이 생겼다. 나에게 쏟아지는 질문.

"저 사람이랑 원래 알아요?"

"그럴리가~"

 

더군다나 여태까지 한번도 결석하지 않다가, 오늘 딱 한번 결석한 녀석이 있는데,

그 녀석한테 출석불렀다고 문자를 쳐줬더니, 답장이

"헐 형은 어떻게 출석 부르는 날만 오세요? -_-"

 



아무런 연관이 없던 다른 사건들과 연결지점을 찾으려는 나의 머릿속 움직임이 있었다.

그리고 연결되는 다른 사건이 떠올랐다.

 

중간고사를 치르던 날. 저 강사가 감독을 하다가

내가 1번문제를 계산기를 두들겨서 열심히 풀어놓은 것을 쓱 보고는

"답이 그렇게 나와요?"라고 말했다. 즉, 내 답이 틀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전의 수업시간에 강사와 이론적으로 맞장을 뜬 전과가 있어서

자존심이 발동하여, 더군다나 그거 다시 계산해볼 시간도 없고 해서

고치지 않고 그냥 제출했다.

 

이제와서 그 사건까지 떠오르면서 든 생각은...

"저 사람이 나 좋아하는 거 아냐?"

물론 저 사람은 나름대로 잘생긴 편이라고 판단하지만,

가르치는 과목도 이따위고, 좀 답답하기도 하다.

 

어쨌든 내가 한달만에 수업에 들어간 오늘,

강사는 '다른 학생들의 의혹을 사는 한이 있더라도' 출석을 불렀고,

종강을 선언했다.

 

이렇게 쓰니까, 아무것도 아닌 일을 굉장히 크게 벌려놓는 것 같다.ㅋㅋ

사실은 마지막이라서 그냥 한번 출석불렀다는 거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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