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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일

  • 등록일
    2010/10/21 05:36
  • 수정일
    2010/10/22 03:08

이제 겨우 내신이 끝났다고.

모처럼 술을 약간 마시고, 수다를 떨다가 또 조용히 듣고 있다가

놀리는 말이나 몇 번 하다가 그렇게 헤어졌다.

 

새벽 네시 십오분에 아침 첫 버스를 놓치고,

십분 정도를 더 기다려서 두번째 버스를 탔다.

기다리는 동안 전화를 했다.

 

"형 471 6분 찍히는데요."

 

내가 아까 471번 버스 첫차는 아직 멀었을 거라고 했던 이야기를

실수였음을 인정하는 전화였다.

그렇게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전화를 끊고,

버스를 탔고, 혼자서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하는 생각을 하다가

욕을 하기 시작했다.

이게 다 당신 때문이라고.

 

나의 자기방어.

이런 순간들이 올 때, 나를 지켜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그를 비난하고 또 비난했다.

이번에 비난당하게 되는 그의 죄목은

나와 협상할 타이밍에 협상하려고 들지 않았다는 것.

또 내가 알아서 일을 준비할 때는 그것을 굳이 뜯어말렸다는 것.

내가 힘들어할 때는 알아보지 못했고,

내가 불만을 제기할 때마다

1. 니가 그런 생각을 갖는 게 태도가 문제다.

2. 그걸 왜 인제 얘기하냐? (내가 몇번을 이야기했는데.)

이 둘 중에 하나로만 귀결되는 이야기.

어차피 대안은 없잖아.

내년에도 올해처럼 일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게,

마치 내가 발악하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지,

여전히 웃으면서 아무일이 아닌듯이 이야기하는 그를 보며,

절반쯤은 너 아니어도 고용할 사람 많다는 근거없는 자신감과

또 절반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없어서

결국 나에게 뭔가를 부탁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상처받은 그의 자존심.

 

그래 이 상황에서도 자존심을 그렇게 세우니,

나는 약속했던 것도 자꾸만 번복하게 된다는...

이 단순한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게 한심하고 또 한심하다.

내가 지금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한 것도 아니고,

제도적인 보완을 요구한 것이

그게 뭐 대단한 대우를 요구한 것처럼

다른 강사들한테 지껄이는 꼬라지가 꼴보기 싫다.

 

메인강사가 힘들다고 그런 요구를 할때까지

신경한번 쓰지 않고 있다가

이제와서 뒤통수 친다고 나한테 뭐라고 하면

나도 할 말은 있다.

그저 나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아서 여기 머물러 있었을 뿐.

이제 다른 길을 충분히 보았고,

내가 가진 독특한 능력을 인정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내가 가진 독특한 능력을 이용하기 위해서겠지만,

어쨌든 나를 여러가지 측면에서 지원해줄 수 있는

그리고 지원해주겠다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내 능력을 활용하려고 들지도 않는 사람들한테 구걸하듯....

그런 방식으로 내가

굳이 여기 머무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우리의 3년은 그렇게 추억이 된다.

이제 그만 벽에 걸려 있는 사진을 내리자.

새롭게 시작할 나와 그, 각자의 앞길에

그래도 축복이 있기를.

 

 

비밀이 없어 왜들 목을 졸라 버릴까? 죄도 아닌 것 갖고

 

말 만들기에도 참 지치겠다

재주껏들 캐내고 마구 써서 튀어 보겠다?

지난 건 늦게라도 더 붙여먹고 까낸다

확인되지 않아도 먼저 뱉어놓고 보겠다?

 

쓸것없는 날이라도 여기저기서 찾아내 칸이라도 메꿔야 돼

"누굴 밟아 볼까?"

 

비밀이 없어 다들 말을 돌려 버릴까? 왜들

 

열받게 하는덴 하~ 도 트겠다

이번건 무난하고 또 써서 먹여 보겠다?

 

무기력한 얼굴들을 오만하게 쳐내며 교묘하게 씹어야 돼

"너도 망쳐 볼까?"

 

비밀이 없어 왜들 목을 졸라 버릴까? 죄도 아닌 것 갖고

비밀이 없어 다들 말을 돌려 버릴까? 왜들

 

UH 잠깐만 너는 아나? 내 펜 하나 이거에 기고 떠는 사람 너무도 많아

모두가 아마 내 입을 막아 넘기려하겠지만 절대로 쉽지 않아

잘난 인간 내 눈에 밉보이는 순간 시작되는 너의 시대 수난

모두가 진저리 치는 나만의 잔머리 까맣디 까만 거머리처럼 피빨아먹더니

아무도 듣지 않는 너는 벙어리 남은 건 하하 나에 대한 분노덩어리

 

비밀이 없어 왜들 목을 졸라 버릴까? 죄도 아닌 것 갖고

비밀이 없어 다들 말을 돌려 버릴까? 죄도 아닌 것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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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5월 이소라 3집 [슬픔과 분노에 관한] 중에서... (Rap.  김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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