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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어느 날 누군가 낙서를 했다. 그곳은 대기업의 건물 중 한 곳이었다. 한국의 1위 기업 중 하나인 건물의 계열사 입구에 누가 낙서를 했다. 그 낙서를 뭔가 달랐다. 다른 낙서 같으면 욕설을 했을 거고 그래피티라고 해서 글자를 적었을 것인데, 이번에는 달랐다. 건물 주위에 사람들이 호기심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경찰이 도착했다. 경찰 두 명은 경악했다. 그 내용이 자신들과 검찰을 비꼬는 글로 보였기 때문이다. 재빨리 무전기로 위치와 낙서 내용을 알렸다. 노란 띠를 주위에 두르고 조사를 시작했다. 뒤이어 과학 수사대도 도착했다. 가방을 열어 단서가 될만한 것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형사들은 주위의 식당과 경비원을 상대로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 와보이끼내 그려져 있던데요."

 경비원의 말이다.

 "어제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요."

 식당 주인의 말이다.

 행인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일찍 나오는 청소부도 역시 오늘 보았다면서 놀랐다고 한다. 글자가 자신의 고용주에 대해서 놀리는 글들로 가득하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의 무전기가 울렸다. 이번에는 한국의 거대 여당과 거대 여당 당사에 낙서가 그려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자신들과 검찰, 여야당을 비꼬는 낙서로 가득하다고 했다. 이걸로 조사한다고 신경질 나 죽겠는데 말이다. 그곳이 사실 자신들의 관할이었던 것이다.

 

 다시 한 번 무전기가 울린다. 이번에는 유명 언론사 건물이었다. 이번에는 덧붙여 언론사를 비꼬는 글이었다. 경찰은 난감했다. 이번엔 또 어디야? 경찰청과 검찰청에서는 이 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누가 무엇 때문에 이 일을 벌었는지 주동자가 누구인지를 수사하려고 했지만 범인은 과학수사기법을 잘 아는 사람이라 교묘히 피해갔다. 지문도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은 치밀함은 뛰어난 한국 과학 수사도 피해가 버렸다. 미국CSI도 울고갈 그런 수법이었다. 경찰은 내부에 그런 인물이 있었는지를 각 지방의 과학수사연구소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 사람 없습니다."

 검찰도 역시 자신들 내부에 그런 불만을 품고 있거나 전직 검사 중에 불만이 있었던 사람을 찾아보았으나 역시...

 "그런 사람 없는데요."

 라며 끊었다.

 

 이번에는 국회의사당에도 낙서가 발견됐다. 누가 그 삼엄하기로 유명한 여의도 국회의사당 경비를 뚫고 들어갔는지 국회의원들을 비꼬는 글을 그려놓았다. 이를 발견한 국회의장은 빨리 지우라고 했지만 여기저기 벌여놓은 난장판은 청소 전문 업체도 1년은 지나야 정리될 수가 있을 정도이다. 심지어 전직대통령 이승만 동상은 목이 잘린 채로 끔찍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 때 보좌관들이 급히 달려왔다. 자칭 보수와 진보정당의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모조리 달려와 한 목소리를 내었다.

 "의원님, 빨리 와보세요."

 국회의원들은 이 소리에 깜짝 놀라 자신들의 의원실로 갔다. 거기에도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국회의원들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진보정당 국회의원들과 보좌관들은 침착하게 자신들의 의원실을 정리했다.

 

 그런데 다음 날 이를 두고, 여당인 N당의 J의원이 진보정당인 J당이 그런 것이 아닌가 하고 색깔론으로 몰았다.

 "이번 사태의 범인은 바로 J당의 사주를 받고 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에 J당은 반격했다.

 "N당의 색깔론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입니다."

 이 논평을 발표하는 즉시 J의원실은 온통 텅 비었다. 자신이 내려고 했던 법안들이 모두 다 사라졌던 것이다. S의원의 사무실에도 누군가 자신의 미디어법안과 시위법안들을 모두 도둑 맞았다고 울상었다. 게다가 N의원의 사무실에는 유리창에 누드화에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사진이 크게 붙여져 있어서 너무 놀라 병원에 실려가 버렸다. N의원은 인터넷 통제법안을 발의한 인물이기도 하다.

 

 극우정당 H총재는 머리가 아팠다. 자신의 아버지를 욕하는 낙서와 자신의 과거행적들이 적힌 글이 나붙였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고 말았다.

 

 그 때였다. 뉴스에서 통상교섭본부장 G씨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받았다 병의 원인은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이었다. 그날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먹은 쇠고기 스테이크가 미국산이었던 것이다. 아니다. 국산으로 속인 미국산 쇠고기였던 것이다.  최고급 레시토랑 측은 미국산 쇠고기가 값싸서 사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값싸고 맛있다고 해서 믿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몰랐던 통상교섭본부장은 며칠을 그 가게 단골이었던 것이다. 이 때 그의 시신이 있는 한국의 최고의 국립대 L 병원에서도 낙서가 발견되었다. 통상교섭본부장의 죽음을 축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건이 있은 지 한 시간 만에 G씨와 함께 한미 미친 협정을 이끌어낸 M 유엔대사가 괴한의 총에 맞아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검찰청에서는 자신들의 수사한 기록들을 누군가가 훔쳐갔다는 것을 알았다. 작년 촛불집회 관련, 반 한미 미친 협정 관련 사건들이 모조리 없어지고 자신들이 거대 글로벌 기업이라는 S와 연계된 사실들이 나붙였던 것이다. 벽 한 면 모두 다 도배를 했다.

 

 S사도 난리가 났다. 누가 조작했는지 모르지만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각 계열사들이 하나씩 망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소유의 놀이동산에서는 각종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광장에는 거대한 낙서가 그려져 있었다. S사를 비꼬는 그런 글이었다. 자동차도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유럽에서는 그들의 자동차들을 판매금지시켜 버렷다.

 

 늙은 보수 논객 J씨는 갑자기 정신착란을 일으켰다. 뭔가 심한 공포감이 그의 마음을 짓눌렸고 자신의 이성마저 마비시키고 말았다. 글을 쓰려고 하는데 단어조합이 안 되고 손도 떨렸다. 그는 자신의 계열 언론사에 전화를 걸었다.

 "나 J인데 글 못 쓰겠어."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전화입니다."

 "이봐, 지금 장난쳐? 나 지금 심각해."

 "뚜뚜뚜"

 그는 계속 수화기를 들고 난리를 쳤다. 무슨 일이 있었냐면 Z일보도 낙서가 씌여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는 D일보와 U일보 역시 똑같은 일을 당했던 것이다. 자신들의 신문들이 가판대와 가정집에 배달이 됐는데 모조리 없어졌고 계열 인쇄소 도 누군가가 불을 질렀던 것이다. 누군가가 유언비어라는 걸로 인해 결국 광고도 끊기고 말았다. 게다가 S의원이 발의하려던 미디어법이 갑자기 없어지자 망연자실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Z.D.U.H일보 데스크들은 한 명 씩 그 낙서의 충격 때문에 원고 수정도 못하고 쩔쩔맸다. 독자들의 항의 전화까지 와서 세 보수 신문들은 심각한 상태에 빠졌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소집했지만 이상하게도 비서관과 장관들은 오지 않았다. 대통령은 이런 썰렁한 분위기에 분노했다. 게다가 자신이 즐겨보았던 신문마저 배달하지 않아 심심해 하고 있었다. 경호실장이 급히 와서 알렸다.

 "각하, 지금 밖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사채업자 D는 자신들이 빌려준 돈을 가지러 은행에 갔다. 그런데 자신들의 돈이 전부 빠져나간 것을 알았다. 사채업자는 쩔쩔매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저기... 이거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잠시만요."

 하며 남자 직원이 통장을 받고 확인을 해보았다.

 "정상적으로 했는데요."

 "한 번 더 해보세요."

 "똑같은데요."

 "그럴리가 없어"

 하며 사채업자는 은행창구에 넘어가 직원을 미치고 확인을 하였다. 그 때 경비가 달려와 그를 끌어냈다.

 "그럴리가 없어! 그럴리가..."

 옆에 있는 사채업자도 난리가 났다. 은행 지점장도 난리다. 빚이 모두 없어진 것이다. 대부업자, 캐피탈회사의 돈들이 모조리 사라진 것이다. 오히려 자신들이 빚더미에 나앉게 되었던 것이다.

 

 조폭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조폭들은 배신에 배신을 거듭해 스스로 망하고 말았다. 자신들의 이권이 모조리 없어진 것을 알고는 충격을 받아 모조리 집단자살을 해버렸다. 경찰은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한참 찾았으나 이미 늦었다. 경찰은 자신들의 형제가 죽은 것을 알고 슬픔에 잠겨버렸다.

 

 문화부장관은 그 괴낙서를 조사하라고 했다. 집에 퇴근했는데 자신의 집에 낙서가 있었다. 그 낙서는 집의 끝까지 그려져 있었다. 그는 스콰팅을 엄하게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결국 그의 집은 점거당한 채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었던 것이다. 그가 사들인 집들과 땅도 점거 당한지 오래 됐다. 그는 주저앉아 어린애 처럼 찔찔짜며 울고 말았다. 그의 집에는 음악소리로 울려 퍼졌는데 그를 놀리는 노래였다. 화가 많이 난 그는 집에 들어가 테이프를 꺼내려 했으나 허사였다. 코드 역시 뽑혀지지 않았다. 그는 힘이 빠져 나자빠진 채로 울고 말았다.

 

 통일부는 또 다른 문제로 고민 중이다. 북한의 미사일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였다. 최근에 그 낙서가 북한에 어떻게 갔는지 북한도 골치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북한에서도 최근에 낙서가 발견돼 남한 언론에서도 공개가 되었다. 룡천 참사 이후 처음, 남북갈등 이후 처음으로 있는 언론 공개이다. 통일부는 미사일 문제를 풀려고 했었으나 북한이 낙서문제도 난리를 치자 신경질이 났다. 북한은 김정일과 그 군부를 비난하는 내용의 낙서가 최근에 발견되었다. 이대로 가다가 북한은 내외부적으로 혼란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 통일부는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버렸다.

 

 국방부는 탈영병 문제로 골치 아프다. 각 군부대 안에서도 낙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누군가 군부대 안에 들어가 낙서를 했는지 장병들의 탈영이 계속되었고 심지어 군인 신분으로 병역거부를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심지어 논산훈련소에서는 전경 배치 후보 훈련병들의 집단 거부사태가 일어났다.

 

 보수적 시민단체 지도부들을 난리가 났다. 그 낙서가 자신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진보적인 시민단체에도 있었던 것이다. 급기야 대운하 국민운동본부는 자신들의 간판을 내려야했고 바른생활시민단체는 정부전복세력으로 낙인이 찍혀버린 지 오래 됐다.

 

 건설사들은 낙서 때문에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자연이 지금 낙서로 힘을 받아 반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건설장 곳곳에 풀이 무성해졌고 용역들은 공사를 시작하려다 우거진 풀숲에 발을 내딛는 순간 떨어져 대형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많이 났다. 경비업체와 건설업체의 계약을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산 하나를 폭파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자신들의 트럭이 폭파되고, 밀어붙이려고 했는데 앞도 가지 못하고 불도저가 찌그러지고 박살나는 등 재해가 극심했다. 심지어는 강해일까지 더해 건설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민영화업체도 난리가 났다. 전 직원이 낙서 때문에 정신적 혼란과 양심의 가책을 느껴 모조리 사직서를 내었다. 사장도 사장직 못해 먹겠고 더 이상 하지 못하니 제발 공공재로 하라고 했다. 수도회사에서는 갑자기 격어보지도 못한 회사 내의 물난리로 골머리를 앓았다. 전기.통신회사는 끊긴 공급원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다. 의료민영화 병원도 낙서로 인한 양심의 가책으로 의료법인을 포기해 버렸다. 무상의료와 의사 공무원화 집회를 열고 있었다. 의료사고 책임자들의 연일 자살 소식으로 의료계도 공황상태가 되어 있었다.

 

 사회복지시설도 많이 줄어들었다. 낙서가 지적장애인들까지 의식화시켜 버렸다. 그 의식화는 비장애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의식화였다. 자신들이 독립을 하겠다면서 난리가 났다. 사회복지시설 여기저기에서 낙서가 나타났던 것이다.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과 노인, 어린이들이 지금 나가서 자립하겠다고 난리가 났다.

 

 경찰청에도 낙서가 발견됐다. 이 낙서로 경찰청은 행안부 정책에 반대하기로 했다. 이 때 경찰노조가 만들어졌다. 전경들은 병역거부 선언을 했다. 자신의 국민들에게 헌법무시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상공회의소들은 문을 닫게 되었다. 그들은 주주총회를 열어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이권단체인 정경련을 해체하기로 마음 먹었다. 결국 한국에 대기업은 없어졌다.

 

 대한민국은 지금 그 낙서로 인해 혼란 상태다. 지금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신자유주의자이자 대통령이라고 할 수 없는 전경련 대 회장 은 물러났다.

 

 그 낙서의 내용은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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