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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 _이소선 여든의 기억" 오도엽 씀

 "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 _이소선 여든의 기억" 오도엽 씀

 

집에서 책보기를 즐기지 않지만, 휴일을 컴퓨터와 TV로 보낼 수없어 책장 앞에서 밀린 책을 찾았습니다.

일년 여 전에 대학 동아리 선배인 오도엽 작가가 주셨던 이소선 어머니의 책이었습니다.

 

지난 9월 이소선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조문을 가지 못했던 것 처럼, 주신 분의 성의와 달리 책을 한켠에 밀어났던 것은 저에 대한 부끄럼움때문이었습니다. 더 큰 좌절과 시련에도 싸워오신 어머니의 글을 맘 편히 읽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책을 집어 든 이유는 11월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11월.

전국의 노동자가 함께 모이는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는 11월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저처럼 많은 분들에게 이소선 어머니는 '어머니'라는 호칭이 별스럽지 않을 겁니다.

한번도 인사드리지는 못했어도, '전태일의 어머니'이고, '노동자의 어머니'였던 분이었습니다. 

70년 11월 13일 이후에, 단 하루도 불덩이를 놓지 않았던 이소선 어머니의 삶은 읽는 내내 저의 마음을 먹먹하게만 하였습니다.

청계노조의 싸움을 이야기하실 때는 내 친구 일석이가 앳된 15살 때 청계노조에서 농성하던 사진이 생각이 났고, 열 넷 다섯 시다를 이야기하실 때는 옷을 만들던 띠 모임 친구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이소선 어머니가 싸워왔던 일들은 멀지않은 불과 20년 전의 이야기였고,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있는 역사입니다. 전태일 이후 40년을 그 혼자 짊어왔던 짐은 그가 꾸었던 꿈처럼, 그에게 부딪힌 해가 사방으로 부서져 또 다른 불길을 만들어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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