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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밭에서 주말마다 밭일을 하기로 약속했던 단체에서 어린이날 모종심기 행사를 한다고 했다.
밭에서 고추 모종을 심으며 아이들과 함께 일한다는 취지가 참 좋다고 생각했었다.
학교 행사를 오후로 미루고 전날 긴장하고 있을 팅구들이 걱정 되 빈농집에 들어갔다.
우리는 다음 날 아침에 여러 어린이와 부모님이 두 손 가득 모종을 들고 밭으로 모여들거라 상상했다.
근데 다음날 아침 풍경은 그냥 이랬다.
... ... ... .
행사같은 거 그닥 중요한 일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에 사람이 끼워 맞춰지는 거 같아서 별로 즐겁지 않다.
그냥 좀 궁금하다.
어린이날 어린이들은 뭐하구 지냈을까.
막 선물 상자같은 거 받고, 외식 하고 그랬을까.
아님 어른 아이 서로 눈이라도 한 번 맞춰 봤을까.
어린이날은 왜 있어서 선물상자와 기름진 고깃덩이로 대충 평소무심을 때우고 지나는 걸까.
뭐 덕분에 우린 아침 일 오손도손 즐겁게 했다.
바람에 허리가 휜 모종들이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나무가 없으니 바람이 막 춤을 추지.
즐거운 순간에 난 학교 행사에 가야했다.
어린이날 맞이 운동회라니...
내 목소린 작아서 마이크를 잡고 애기해도 들리지 않았다.
내가 주고 싶은 선물은 보잘것 없어서 큰 감동과 박수를 받지 못했다.
헤~. 그래서 잘 한 것 같다.
기특.
따뜻하다.
봄인 듯 여름인 듯.
아침에 데반과 함께 밭에 갔다가 더위에 지쳐 되돌아 왔다.
마루에서 만화책을 펴 읽는다.
곁에서 데반이 요리를 한다.
맛난 냄새가 난다.
유부초밥이다.
맛있다.
행복하다.
시원한 맥주도 있다.
만화책이 초록이라 더 기분 좋다.
유뷰가 떨어졌나보다.
이번엔 동그란 볶음초밥이다.
"오늘은 콩을 심어야 할텐데..."
고맙고 즐거운 날들이야.
해가 좀 기울면 슬슬 콩심으러 가봐야지?
한랭사 사러 간 라봉은 고생 꽤나 하는 모양이다.
미안하고,
그렇지만 맛있고... ...
라봉,
힘들었지?
^ ^;
엄지랑 검지랑 중지를 쫙 펴서 땅을 꾹 찌른다.
그리고 그 속에 완두콩을 넣는다.
구멍 하나에 한 알씩.
그리고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렸더니,
콩잎이 올라왔다.
세 개씩 모여서.
타고 오를 작은 나뭇가지를 심어줬다.
그러고도 기특해서 나무를 따라 오줌도 흘러 넣어 줬다.
그러고도 좋아서 둘레에 신성한 원을 그려주고 비료를 섞어 두툼하게 북돋아 주었다.
사랑이 지나쳤나...?
바람 센 땅이라 강하게 키워야 하는데.
마음 굳게 먹고 무심하게 굴어야겠어.
한편,
공룡이 완두콩을 반나절 동안 편애하던 그 시각에 라봉은,
두둑에 심은 해바라기 과잉보호에 힘을 쏟고 있었다.
두둑이 워낙 넓어 해바라기 씨를 뿌려놓긴 했는데 이역시 걱정이다.
옆 논에서 다 뽑으라 하면 어쩌지?
씨앗이 날려서 마구 자생해 잡초 취급 받으면 어쩌지?
떠오르는 해의 빛을 가리고 서 있으면 어쩌지?
"옮겨 심으면 되지!"
지혜로운 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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