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28 16:11

바람쌩쌩 햇빛쨍쨍, 토요일의 빈농.

 

주중의 흐릿했던 날씨를 잊게 만든, 햇빛쨍쨍 화창한 봄날의 빈농

사람들이 일을 마치고 참 곁으로 모여들었다.  

 

 

오늘의 참조 밤비라봉이 준비한 빈농표 막비벼 비빔밥과 유라님이 새벽부터 부쳐온 전들.

그동안 쌓아만 두었던 데크를 펼치고 자리를 깔아 처음으로 평평한 땅에 둘러앉아 참을 먹었다. 

 

어디 참만 먹었나, 밭 옆에 놀고 있는 논땅 갈아먹을 궁리도 함께. 냠냠

 

 

참 먹고 쉬다 누군가는 나물을 하다 가고, 마지막까지 남은 이들은 다시 삽을 들었다.

파야 할 땅도, 만들어야 할 두둑도 늘상 대기중.

태평소년도 오늘은 묵묵히 삽질.

 

 

밭 끝쪽으로 갈 수록 땅이 아니라 돌에 가까워 삽질에 애를 먹었다.

삽끝에 걸리는 돌 무데기들. 이놈들은 세월이 얼마나 흘러야 흙이 되려나...

 

 

삽질을 멈추게 한 건 이대리의 메로나.

선택의 여지 없던 메로나로 가득찬 봉지.

갈증해소에는 메로나가 딱일지 몰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아이스크림이었던 것을.

할만큼 한 것도 같고 점점 바람도 거세고 차가워져 오늘일은 여기까지.

 

오는 길에 화전천막사에 들러 원형천막을 사고 집에 돌아와

데반이 요즘 꽂힌 케찹국수파스타와 마요네즈버섯야채파스타를,

저녁에는 공쉐프의 후다닥 두부버섯탕수육까지.

맛있는 토요일이었다. :)

5 17 햇볕은 따뜻하나 바람은 역시.

2010.4.24. 토요일의 빈농일지(공룡,데반,라봉,밤비,유라,이대리,승욱,숙이언니,짱돌) 10:00-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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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9 23:28

보라, 이 늠름한 일꾼들을!

 

 

 바람 많고 흐린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모인 이들을 보라!

 

 

 일은 약간 하고 얼렁 술병을 움켜쥔채 밝게 웃는 그의 대범함!

 

 

 일요일 아침,

우리의 작업은 흐린 하늘 아래서 비밀스런 파묻기로 시작됬다.

비장하고 진지한 그들의 표정에서 뭔가 음흉한 냄새가 잠시 나기도 했다.

 

 

이날 작업은 모글리의 태평소가 한 껏 흥을 띄워 줬다.

가락에 들떠 삽이 저절로 춤을 추는 듯, 흥에 취한 노동 이랄까.

 

 

음흉했던 그곳에 서서히 뭔가가 세워지기 시작했고,

 

 

호시탐탐 빈다마의 핸들을 노리는 지음을 감시, 통제하는 것도 이날의 중요한 일 중 하나.

 

 그 빛나던 눈빛.

 

 이리저리 씨뿌리고 고랑 파고 비탈에 붙어 있던 디온 떼어내고...나니!

 

 

변소가 완성되었구나!

황금고리를 손에 쥐고 연신 들락날락하며 좋아하던 밤비.

꿈을 꾸는 듯한 그의 눈.

 

그래,

오늘도 흙이랑 바람이랑 약간의 비랑 변소가 있어 좋았구나.

당신들이 있어서 더더 좋았구나!

 

 그리고 집에 와서 단 커피를 마시고 고래 퍼즐을 맞추고 만화책을 봤지. 흐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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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9 22:51

흙에서 일한다는 것은 -피에르 라비-

 

 '흙에서 일한다는 것은 삶의 기술을 가꾸는 것이고,

  우리 자신이 밭과 자연, 그리고 계절에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것입니다.

  나는 먹을 것들로 가득한 우리 집을 봅니다.

  채소와 과일들이 식탁 위에 오르면 나는 그것들을 내 노력으로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생각은 나에게 매우 감동적입니다.

  그것은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그 작은 공간 안에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하고, 그 장소들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럭저럭 고랑은 만들어진 듯 합니다.

 씨를 뿌려야지요.

 지난 해에 묵혀둔 들깨 씨앗을 텁니다.

 이대리가 기뻐합니다.

 

 

 

 벌써 반나절 일을 다 했습니다.

 밥 먹어야죠.

 지친 정오에 우린 잠시 집에 들어가 한 숨 돌렸습니다.

 

 

 

 날씨가 좋아 더는 집에 못 있겠더군요.

 톱을 들고 고춧대를 모으러 다시 밭에 나갔습니다.

 

 

 

 그런데 이런...

 근처 논에서 할아버지가 짚을 듬뿍 주셨습니다.

 퇴비 만들 생각에 짚을 묶어 밭에 쌓아 두다가,

 문득 '짚풀 삼겹살'이라는 걸 떠올렸습니다.

 난지도가 등짝에 짚 한 무더기를 싸메고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그가 흘린 지푸라기 흔적을 따라 집으로 갔습니다.

 

 

 

 연기에 고통스러워 하는군요.

 그러나 참 맛있었습니다.

 하늘도 바람도 삼겹살도 친구들도 모두 맛났습니다.

 

 흙 위에 찰싹 붙어 하루를 기쁘게 놀았습니다.

 내일 또 밭에 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드린 날.

 고마웠어요, 난지도.

 눈물 섞인 짚풀 삼겹살, 그리고 가시 많은 고춧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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