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31 18:53

눈 앞에 밭이 아른 거려서...

서른 일곱 생일 아침이다.

홀짝 홀짝 홀로 술을 마시다가 대폭 취해 버렸다.

새학기 들어 최악의 하루였다.

애덜이 다 미워보였다.

 "나비, 술 냄새쟁이!"

 "그 얼굴 꼴은 뭐야! 화장한거야?"

 '이씨...... 다 꺼져버렷!'

 

마구 졸립고 심장은 조여들고...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는 내 모습이 우스웠다.

 

비 오시는데 우리 밭은 잘 있을까.

미리 씨앗이라도 심어 놓았으면 얼마나 든든했으까.

와르르 무너지는 서른 일곱 생일 날.

라봉도 울었구나.

나도 울었다.

데반도 울었으까?

짱돌은?

밤비는??

 

다시 줄 위에 올라선다.

아니, 오늘은 좀 쉬고 내일부터.

오늘은 이왕 망가진 김에 한 판 더 가보자.

 

팅구들아,

집에 좀 더 자주 들어가야겠어.

미안하지만 든든하기도 해.

금욜 밤에 보자.

순대 사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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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14:38

삽질.돌매립.시금치아줌마.

 

눈물이 샘물처럼 펑펑 쏟아졌었다.

밤새, 아침까지 울고 무거운 눈두덩으로, 더 작아진 눈으로 집에 돌아온 날.

이런날 메신저하길, 자전거타는 걸 만류하는 데반과 함께 밭으로 갔다.

 

 장화를 신고 삽 들고 걸어가니 항공대 아이들이 신기한 듯 쳐다본다. 그래, 신기할 것이다. 

 

 

이틀 연속 밭일로 온몸이 두드려 맞은 듯 했지만 또다시 삽을 들었다.

마저 파던 배수로를 파고, 돌을 골라내 쉼터만들 곳에 매립했다.

개미처럼 일했다. 당분간은 그러해야 할 것 같다. 한달, 두달 후 베짱이처럼 일할 그날이 올때까지.

 

돌아오는 길에 만난 아주머니께서 방금 뜯은 시금치름 한봉지 주셨다.

데반이 깜빡하고 너무 푹 삶았지만 맛있게 먹었다.

점점 포스팅이 초등학생 일기처럼 되어가고 있다. 아아.. +_+

 

1 11 바람이 차다.

2010.3.29. 월요일의 빈농일지(데반,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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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14:15

트랙터보다 삽질.

 

예약했던 트랙터 아저씨가 펑크를 내셔서 급히 새로 구한 트랙터 아저씨.

땅을 한번 뒤집고 로타리를 쳐주셨다.

근데 제대로 안되어서 기계를 쓴 보람이 작아졌다.

그만큼 삽질할 일이 많단 얘기. -_-

 

 

각자 고랑 앞에 서니 100미터 달리기라도 해야할 것 같다. 요이땅과 함께 삽질이 시작됐다.

배수로, 빗물과 사람이 다닐 길을 다시 삽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계의 힘을 빌려 사람이 할일을 해치울랬다 기계가 제대로 하지 못해 다시 사람에게로 돌아온 일.

삽으로 흙을 퍼 걷어올려 길을 만들고 큰 돌들을 주웠다.

 

 

수색에 사는 라봉친구 난지도가 싸고사들고 온 메밀전과 해물전, 취나물, 막걸리.

이 맛난 새참 없었으면 농꾼들의 대반란이 있을 뻔도. 삽을 들고있어 어찌나 위협적이던지. ㅎ

 

 

다마스, 빨간빈수레를 타고 빈집에서 왔다. 빈농집 식구들, 이웃주민 포함 총 10명.

해도 지고, 힘도 딸리고, 빈마을 회의도 있고, 겸사겸사 일을 마쳤다.

870평에 지레 겁먹지 말고 올해농사 재밌게, 맛있게, 함께 지어먹어요. :)

 

0 9 찬바람, 따뜻한 햇볕.

2010.3.28.일요일의 빈농일지(공룡,디온,말랴,지음,제프친구,제프,난지도,아규,데반,라봉,짱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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