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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잠에서 깨니 10월 아침이었다, 

올해 10월이,  이루었으나 결국 패배했던 그 혁명으로부터 90년이 지났나,

100년이 지났나  헤아려보니 그 거리가 어제와 오늘 사이 같아 보였다.

어쩌면,  월드컵에서 붉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누비던 때 일처럼

조금은 멀고 그다지 오래지 않은 일 같아 보이기도 했다

 꿈결에서는 어느 낯선 광장에 누군가의 추모비나 무덤이 있었는데

 내가 그 주인은 아니어서, 나는  밖에 있었으므로 두렵지는 않았다

무엇이 그 꿈을 기억토록 하였나, 하고 잠들기 전 일이나 생각을 떠올려 보았지만

그건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엊저녁에 나눈 지난날들 이야기가 나를 툭, 툭, 건드렸나보다며 넘겼는데,

그 이야기들은 아흔 해가 지난 혁명보다 더  낯설게 여겨졌었다.

 그런데 더욱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허망하고 아픈 것이

꿈결에서조차 당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참말이지 꿈이란 건 무의식이 불연속적으로  흘러가고  자꾸 바뀌고  엉키는 것이어서

나는  우리가 서거나 앉았던 자리에 혼자 있었는데

 앞서 말한 망인을 추모하는 광장은 아니었다,

거기서 벗어나 있었다,  나와 당신은. 또는 혁명으로부터도.

망인에 대해서 말해본다면,  이름이 나와 인연을 맺은 일도 없지만

아예 모르는 바도 아니기는 했는데

나는 아주 슬프게 애도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당신이 없었다는 건 깨고나서도 나를 몹시도 떨리게 하여

 난 그게 10월 찬바람 탓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그게 단지 꿈속 일만은 아니어서

오래 지난 혁명이나 패배가 엊그제 일 같다 하여도 이와 같지는 않을 것이고

이 10월 아침에 찬란하게, 팟! 팟! 떠올랐던 것이다.

이런 일들이 당신이 없다는  걸  지우게 하면서  오직 당신,

기억을 퇴적하고 때로는 고치도록 하는 것인지는  나로서는 잘 모르는 일이다.

여간 당신은 거기에 없기는 하였으나 추모비나 무덤의 주인은 아닐뿐더러,

 잘살아가고 있다는 걸 꿈에서나 깨고 나서나 알기 때문에

 긴팔 옷을 꺼내 입고 10월을 맞이하면 그다지 떨릴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추모비나 무덤 앞에서 아주 슬프지만은 않았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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