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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지내기

지난 일 주일 대전에 있다 왔다.

홍아와 둘이 갔다 왔는데 대전에 있는 내내 홍아가 아팠다.

열감기에 걸린 듯, 고열이 나고 기침, 콧물이 났다.

밥도 못 먹어 살이 너무 빠졌다.

먹는 게 없으니 똥을 누려고 며칠을 용쓰는데 나오는 것이 없다.

예민해진 홍아는 사소한 일에도 울며 짜증을 부렸고, 어른 셋은 힘이 들었다.

 

아픈 홍아는 부쩍 엄마를 찾았는데, 아마 그건 아파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밤에 먹는 젖을 떼고 있는데,

스스로는 떼려 하지만 그게 영 스트레스인 듯 하고,

대전에 있으니 내 태도가 전같지 않아 그것도 힘들었던 듯 하다.

 

아무래도 대전에 있으면 나도 내 엄마, 아빠에게 의지하게 되어

홍아와 재밌게 집중해서 놀아주지도 않게 된다.

대개 대전에 갈 때는 할 일을 싸가지고 가니 일을 하느라 더 아이를 할아버지에게 맡기게 된다.

 

그리고 육아에 대한 나의 엄마와 나의 의견이 달라 내가 더 예민해지게 된다.

 

엄마는 홍아가 예민한 것이

(억지로 머리를 감기려다 홍아가 심하게 울면서 토를 했다.

내가 말렸어야 했는데 땀 찬 머리를 너무 심하게 긁고, 엄마가 옆에서 자극하는 바람에 무리수를 두게 되었다.

다른 일도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격렬하게 반대 의사를 표한다.

나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냐고 하지만, 엄마는 홍아가 심하다고 한다.)

내가 홍아에게 너무 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너무 오냐오냐해서 아이 길을 잘 못 들였다는 것이다.

 

홍아가 젖 떼기 힘들어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홍아가 더 어렸을 때, 잘 몰랐을 때 젖을 뗐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먹이기 때문이라 하고

남들은 돌 되기 전에 다 어린이집에 보내는데 내가 너무 오래 끼고 있어서

오히려 일을 나가게 될 때 홍아가 힘들어 할 것이라 한다.

 

그러니 홍아가 짜증을 부리거나

심하게 짠다 싶으면

엄마 눈치를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더 굳어지고

그게 홍아와 나와의 관계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러면 나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며 엄마에게 비수를 꽂는다.

'그래서 엄마는 나를 어떻게 키웠는데?

어려서 말을 안 들으면 때렸어? 무시했어?

그럼 어려서부터 부모 말을 듣는 애가 애야?'

 

본인은 나를 밖에 나가 놀게 두고 그렇게 끼고 있지는 않았다는 말에

'지금이 옛날이랑 같아?

그래서 지금같이 밖에 차 많고 흉한 사건 나도 그냥 애만 보냈어?

친구들 다 학원에 가고 노는 애 없어도 그냥 냅뒀어?

만 두 살 지나서부터 밖으로 보내고 옆에 안 있었어?'

 

그렇게 엄마와 나는 서로 날카로워진다.

둘 다 기력이 있으면 갈등을 감추기도 하고 좀더 세련되게 풀기도 하지만

홍아가 밤에도 못 자서 엄마와 나도 잠을 못 잔 바람에

우리는 각자를 보호할 거리를 유지하지도 못하고 서로를 긁게 되었다.

 

홍아가 심하게 토를 하고 엄마는 고개를 내두르며 집에 두려했던 기저귀를 택배로 보내야겠단다.

당분간은 집에 오지 말라는 뜻이다.

나는 그 길로 다음 날 올라오는 표를 끊었다.

 

욱해도 금방 풀리는 엄마는

가지 말라며, 홍아 다 낫고 가라고, 비 오는데 비 맞으면 안 된다고, 그렇게 성질 내고 가면 어떡하냐고 잡는다.

나는 애에게 (실은 내게) 새로운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올라왔다.

 

엄마는 다정한 타입은 아니다.

자식에게 지나치게 헌신적이지만 그 헌신은 먹는 것과 자는 것 입는 것에 집중되지

자식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에는 미치지 못한다.

본인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든 자기 식으로 고쳐놓고 싶어한다.

 

나 역시 엄마에게 다정한 딸은 아닐 것이다.

직접적으로 내가 괜찮은 자식이냐고 물어 보아도 긍정적인 대답을 들은 적은 없다.

 

엄마와 함께 있는 것은 힘이 든다.

그래도 나를 위해 나를 위하는 마음으로 무언가를 해 줄 사람은 엄마밖에 없고

또 엄마이니까

엄마 곁으로 가게 되지만,

이렇게 서로 마음을 다치고 헤어지는 날이 많다.

 

홍아도 크면 내가 엄마같은 엄마가 될까?

나는 절대로 그러고 싶지 않다.

그래서 혹여 무리를 하게 되는 걸까?

 

나는 내 육아관에 자신이 있는데

엄마를 만나고 오면

강하게 반대를 하다 오히려 너무 무거워져서

잘 하고 있는 건지 흔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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